1. 당사자의, 당사자에 의한, 당사자를 위한 지배구조개편

    김수헌 글로벌모니터 대표 칼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최근 주주총회에서 조만간 회사 지배구조 개편이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중앙일보, 이데일리를 거치면서 증권, 산업 담당 데스크를 지냈다. 기업의 국내외 거래를 둘러싼 금융 뒷거래를심층 추적해 기자협회 기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2012년글로벌 금융시장과 경제 현상을 분석하는 전문매체 ‘글로벌모니터’를 전문 기자들과 설립해 대표를 맡고있다.저서로는<1일 3분1공시> ,<기업경영에 숨겨진101가지 진실> ,<기업공시 완전정복> 등이 있다.

    2008년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가 사업 재편을 추진한다는 사실이 공시됐다.

    현대모비스의모듈 및 A/S사업을 떼 내어현대글로비스에 이전시킨다는 내용이었다.

    10조 원 가치로 평가되는 사업을주고받는 빅딜로, 두 회사 주주들에게미치는 영향이아주 클 수밖에없었다.

    현대모비스 주주 입장에서 보면 사업을 넘겨주는 대가로 현대글로비스 신주를 받는다.

    계획대로 이 분할합병이종료되면 두 회사의주주로 변신하는셈이다.

    따라서 이전하는 사업의 가치를 얼마로 평가하느냐가 무엇보다중요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필자는 이 과정에서 현대자동차의역할을 지켜보며 의아한 생각이들었다.

    현대자동차가 주도권을 가지고 애널리스트 대상 설명을 여는가 하면, 주주총회의결권 자문기관들을 설득하는 작업에도 현대차가 앞장섰기때문이다.

    언론매체 대응도 마찬가지였다.

    두 당사자 회사는 조용히뒤로숨고, 현대차가 커뮤니케이션 창구를맡았다.

    당시 필자는 현대차그룹 관계자들이 한 지배구조연구소를 방문하는 자리에 동참하게 됐다.

    이 자리에서도 동석한 현대모비스 관계자보다는 현대차 관계자가 이건에 대한 설명과 답변을 주도했다.

    분할합병의 당사자는엄연히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다.

    재편되는 것은 두 회사 사업구조이지 현대차의 사업이 아니다.

    두 회사주주들의 이해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크다.

    현대차가 주도적으로 나서선 안 된다는 필자의지적에 당시 회사 관계자는 “그룹 차원의 일이고, 정의선 부회장(당시 직책) 의 지배력과 관련한 일이기 때문에 현대차가 나설 수밖에 없다” 고 말했다.

    그렇다면 현대차는 주연이 아닌 조연이 됐어야 했다.

    당시 그런 분위기에서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경영진이, 이사회가 스스로 판단해분할합병을 결단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 결국 결과도 좋지않았다.

    이분할합병 안에 대해 일반소액주주는물론 기관투자자 및 글로벌 의결권자문기관들도 반대 목소리를 냈다.

    현대차그룹은 스스로 안건을 철회하고 말았다.

    기업은 왜 합병하거나 분할할까. 전자공시시스템(DART) 에 합병이나 분할을 신고한 기업이밝힌 목적을 한번보자.GS리테일은 GS홈쇼핑 합병을추진하고 있다.

    두 회사는 이번 합병이 회사의 성장성과 수익성을 개선시켜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제고할 것이라고 말한다.

    편의점 GS25, 슈퍼마켓 GS 등을주력으로 하는 유통소매업 전문회사와 TV쇼핑, 모바일쇼핑, 인터넷 쇼핑몰 사업이 주력인 온라인 유통 전문회사를 합침으로써 통합 고객 데이터베이스 구축, 온·오프라인 채널 및 물류인프라 통합에 따른 시너지를 낼 수있다는 주장이다.

    패션업체 F&F는 투자사업(자회사사업관리) 을 담당하는 F&F홀딩스와패션사업을 담당하는 F&F로 분할할예정이다.

    최종적으로 F&F홀딩스는지주회사가 돼 F&F 등 여러자회사지분을 보유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분할 이유에 대해 “사업역량을 전문화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이가능한 경영체제를 갖춤으로써 지속성장, 지배구조 투명성, 경영 안정성을증대시키기 위한 것” 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지배구조 변경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높일것이라고 한다.

    기업이 공시에서 제시하는 분할이나합병의 궁극적 지향점은 이렇게 기업가치와 주주가치제고로 귀결된다.

    그어떤 기업도 대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든가, 원활한 경영권승계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하지않는다.

    합병이나 분할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의 목적이 대외적으로 총수 일가 지배력을 확대하거나 경영권승계작업의 일환으로 내비쳐선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합병 분할의 최우선 목적이대주주 이익극대화를 노린 것은 아닌지 감시해야 할 언론매체들이 오히려 대주주 지배력 강화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재편을 너무나 당연하게여긴다.

    기업합병이나 분할은 그기업의이익을 위한 것이 돼야 한다.

    대주주가 자기이익을 획득하기 위해 마음대로 회사를 합치거나 쪼개선 안된다.

    최근 일부 매체에 보도된 ‘기업 분할이후 몸집 불린DL, 3세이해욱 지배력 강화 착착’ 기사의제목을 보자. 마치 분할 목적이 대주주 지배력 키우기에 있었고, 그러한 목적에 맞춰 순탄하게진행되고 있다는 걸알리고자 하는 의도로밖에 보이지않는다.

    ‘사조家 승계실탄 채우기 빨간불’은 또 무엇인가. 사조그룹은 최근 두골프장을 합병하려다 주주가치 훼손을 주장하는 소액주주들의 강한 반발에 부닥쳐 포기했다.

    이를 두고 대주주의 승계용 자금(실탄) 마련에 빨간불이 들어왔다고 매체가 우려하고있다.

    깜짝 놀랄 일이다.

    매체가 해야할 일은 기업의 합병이나 분할이 과연시너지를얼마나 낼 수있는지, 진행과정에서 일반 소액주주의 이익 침해 요소는 없는지를 점검하고 분석하는 것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최근 주주총회에서 조만간 회사 지배구조 개편이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시장에서는 SK텔레콤이 분할해 투자회사와사업회사로 나뉘고 투자회사가 중간지주사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있다.

    중장기적으로 투자회사는 SK그룹 지주회사인SK㈜에 합병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만약 이 같은 방향의 지배구조 개편안이 공식 발표된다면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되는 방안인지,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나 다른 목적이개입된 것은 아닌지를 잘 따져보자.대주주 이익보호가 회사 지배구조 개편의최우선 목적이되어선안 된다.

    ●김수헌 글로벌모니터대표 프로필
  2. 입력시간 : 2021-04-05 09: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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