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ESG 채권 발행 늘어나는데… ‘가인드라인’이 없다

    녹색채권 가이드라인 발행… 사회·지속가능채권은 ‘無’

    주현웅 기자chesco12@hankooki.com 기업들의ESG채권 발행 규모가 커가고 있지만 관련 가이드라인이마련되지 않아 혼란이 잇따르고 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 비재무적 요소가 기업 경영의필수가치로 자리매김하면서, ESG 채권을발행하는 회사도 급속도로 늘고있다.

    특히 이 같은 추세는 일시적트렌드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발행 규모를 키워나갈 것이란 게대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이처럼 급변하는 현상에정부와 금융당국이 속도를 못맞춘다는 지적이 나온다.

    ESG채권의 가이드라인 마련 및관련 체계를 정교화해야 한다는조언이나오는 이유다.

    최초에또 최초…ESG채권태동기수많은 기업들이 올해 초부터 ESG채권 발행 소식을 전하고 있다.

    금융투자(IB) 업계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일반기업의ESG 채권은 4개 발행사에서8종목 7900억원에불과했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1월한 달간 발행된ESG채권만 총10종목에약1조 원규모로 추산된다.

    지난 3월에는 한 달에만 3조 원을 넘어섰다는 분석이 다수다.

    ESG 채권은 발행자가 조달한 자본을 환경, 사회적 사업, 지속가능성 등을 위해서만 사용할 것을 약속하는특수 목적 채권이다.

    녹 색채권, 사회적채권, 지속가능채권 등으로 나뉜다.

    ESG가 기업의가치 상승 및 투자 유치를 위한 주요 요소로 각광받으면서이같은 흐름이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눈에 띄는 대목은 ESG채권을 발행한 기업들 가운데 ‘최초’ 수식어를 강조하는 곳이 많다는 점이다.

    지난 3월에만 보더라도 NH투자증권이 증권업계 최초의 원화ESG 채권을, 네이버는 인터넷기업 최초의 지속가능채권을,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상사업계 최초의ESG 채권을 발행했다.

    이는 국내ESG채권 시장이 이제 태동기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ESG 가치상승을 위한 기업들의활발한 투자유치는 긍정적 흐름으로 보이지만, 일각에서는 시장의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이드라인조차 아예 없는 ESG채권이 존재하는데다, 설령기준이있더라도 체계가 정교하지 못한 까닭에서다.

    또 채권의인증절차가 엄격하지 못하다는 지적도있다.

    이럴 경우 각 기업들의ESG채권으로 조달한 자본의사용처가 불분명해지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먼저 ‘E’ (환경) 부문에 해당하는 녹색채권의경우, 환경부가 지난해 12월마련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조달자본의 사용처는 6가지로 제한된다.

    이는▲기후변화 완화 ▲기후변화 적응 ▲천연자원 보전 ▲생물다양성 보전 ▲오염방지·관리▲순환자원으로의 전환 등이다.

    이가운데한 가지만 충족하면 적격성을 인정받는다.

    기준 없고 체계미흡, 열풍 속 혼란우려문제는 이들 기준 자체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예컨대 한국수자원공사는지난달 17일 녹색채권을 발행해 5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사용처는물환경 개선을 위한 상수도 노후관개량 및 확충 등의재원으로 활용할예정이라고 밝혔다.

    환경부 가이드라인의 ‘오염방지·관리’에 해당하는 항목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각 차이는 없지 않다.

    업계에서는 “노후한 상수도개선으로 물환경이야 좋아지겠지만, 단순시설개·보수로 볼 수도있는 부분” 이라는 말도 나온다.

    채권 인증의 신뢰도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녹색채권에대한 신용등급 평가는 단 한 곳에서이뤄진다.

    일반 회사채가 2곳 이상의기관에서인증·검증을 받아야하는 점에 비춰보면, 발행 규정이 느슨한 셈이다.

    지현영 환경전문 변호사(사단법인두루) 는 “제도상의 채권 인검증 절차가 엄격하지 못하면, 오히려 신용평사가 발행처의 선택을 받으려는 경쟁에 ‘을’ 의 위치가 될 수 있다” 며 “그럴 경우 신용평가의 신뢰성이 의심받을 수있다” 고 말했다.

    지 변호사는 이어 “최근 일부 금융사의 사례를 보면 ‘미세먼지 개선을 위한 통장 개설’ 등 유치한 수준의 활동으로 ESG 상승 노력을 소개하곤 한다” 며 “녹색채권으로 유입한 자본의사용처는 실제로 얼마나 환경 개선에기여할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기준도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고 부연했다.

    그나마 녹색채권은 여건이 좋은 편이다.

    사회적채권과 지속가능채권은가이드라인 자체가 없다.

    때문에 두채권에 대한 판단이 신용평가사별로제각각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알려졌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등급뿐만 아니라 발행 가능 여부 자체가천차만별” 이라며 “특히 지속가능채권의 경우 환경(E) 과 사회(S) 부문이결합됐기에, 대개 녹색채권보다 규모가 큰데 평가의잣대가 없어서답답하다” 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이 같은 애로사항에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SG가 글로벌 경영의화두가 된 가운데, 한국도 기민하게 대응하려면 제도적 토대 마련이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윤원태SK 증권 연구원은 “ESG 채권 시장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발행자, 투자자, 평가사, 정책가이드라인이필수적으로 틀을 갖춰야 한다” 며 “2018~2020년동안ESG채권발행은 증가했으나ESG채권 시장은 민간의 자율에 맡겨진 상황에서ESG채권에 대한 정책적 가이드라인이나, ESG채권 평가와 관련하여 적정 평가사에대한 선정과 평가방법론도 결정된 것이없었다” 고 꼬집었다.

    윤 연구원은 이어 “환경부에서 발표한 ‘녹색채권 가이드라인’은 그동안민간의자율적판단과 절차로 발행됐던 ESG 채권에 정책당국이 최초로 제시한 가이드라인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면서도 “다만 국내ESG 채권 시장은 녹색채권보다 사회적채권의 비중이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사회적채권 발행을 위한 가이드라인 및 정의수립이가장 시급하다” 고 진단했다.
  2. 입력시간 : 2021-04-05 09: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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