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르고나우티카, 신비의 황금양피를 찾아서

    ● 이아손이 황금양피를 펠리아스에게 전달하는 장면.기원전 340~330년 작품.루브르 박물관 소장??▲한국체육대학교 교수▲중앙일보 스포츠부장 ▲아시아경제 부국장 ▲이학박사 ▲시인

    콜키스는 조지아의 옛 이름이다.

    흑해 동쪽 연안에 살던 초기 조지아 부족민들을 콜키스 인(人) 이라고 부른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콜키스는신비롭고 풍요로운 땅이었다.

    신의축복을 받은 땅 콜키스의신비와 풍요를 상징하는 물건이 황금양피(黃金羊皮) 다.

    황금양피에는 신의 숨결이 깃들었는데, 사연이 유장하다.

    그리스 남쪽 보이오티아의 왕 아타마스와 왕비 네펠레는 프릭소스와 헬레라는 아들과 딸을 두었다.

    아타마스가 후처로 맞은 이노가 네펠레의자식들을 미워해 호시탐탐 죽일 기회만노렸다.

    네펠레가 헤르메스 신에게 기도하자 신은 황금빛 양 키소말로스를 내려 주었다.

    네펠레는 남매를 양의 등에태워머나먼 동쪽 나라 콜키스로 보냈다.

    헬레는 바다를 건너다목숨을 잃는다.

    그녀가 가라앉은 바다가 헬레스폰토스, 곧 차나칼레 보아스다.

    차나칼레 보아스는 에게 해와 마르마라 해를 잇는 터키의 해협이다.

    흔히 다르다넬스 해협이라고 부른다.

    보스포루스와 더불어 터키를아시아와 유럽으로 나눈다.

    역사는언제나 침략자가 차나칼레 보아스를먼저 건넜음을 보여준다.

    페르시아의크세르크세스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는 서쪽에서 동쪽으로.무사히 콜키스에 도착한 프릭소스는 황금양을 잡아 신께 제사를 올렸다.

    양피는 콜키스의 왕 아이에테스에게 선물한다.

    아이에테스는 황금양피를 전쟁의신아레스의숲에있는 떡갈나무 숲에 걸어 두고 절대 잠들지않는 용에게 지키게 했다.

    진귀한 물건은 도둑을 부른다.

    콜키스에 황금양피가 있다는 소문은 그리스 세계에 널리 퍼졌다.

    고대 그리스에서 콜키스는 머나먼 동쪽 나라, 세상의 끝과도 같은 곳이었다.

    그리스 신화를 수놓은 영웅 50명이아르고 호(號) 라는 배를 타고 원정에 나선다.

    목적은 딱 하나, 황금양피를 차지하려는 것이다.

    빼앗든 훔치든 방법은 가리지않고. 원정대의 우두머리는 이아손이다.

    이아손은 그리스 테살리아에 있는이올코스 왕 아이손의아들이다.

    이복형제 펠리아스에게 왕위를 빼앗긴 아이손은 아들의 안전을 우려해 반인반마(半人半馬) 의현자 켄타우로스에게맡긴다.

    장성한 이아손은 왕위를 되찾기위해 펠리아스를 찾아간다.

    펠리아스는 이아손에게 콜키스에 가서 황금양피를 가져오면 왕위를 돌려주겠다고 약속한다.

    물론 거짓말이지. 가서죽으란 얘기다.

    하지만 영웅은 쉽게 죽지않는다.

    대개는 신이 뒷배를 봐준다.

    특히 여신들의 ‘애프터서비스’ (AS) 는 확실하다.

    이아손의뒤를 지키는 여신은 헤라다.

    올림포스의 제왕 제우스의 아내로 결혼생활의 수호신인데, 꼭 정결과 신의를 지키려노력하는 것 같지는 않다.

    제우스에만 엄격하다.

    늘 감시하지만자주 허탕을 친다.

    제우스는 집요한난봉꾼이다.

    황소로 둔갑해에우로파를, 백조로 변해 레다를, 심지어는 금빛 비(雨) 로 둔갑해다나에를 범한다.

    청년이 된 이아손이 이올코스로 돌아갈 때의일이다.

    그는 개울가에서 노파로 둔갑한 헤라 여신을 만난다.

    노파는 이아손의 등에 업혀 개울 건너기를 원했다.

    이아손은 노파를 업고 물이얕은 곳을 찾아 건넌다.

    그런데등에 업힌 노파가 천근만근이다.

    당연한일. 여신도 신인데 가볍겠는가. 여울목은 생각보다 깊고 넓어가도 가도 끝이없다.

    이아손은 미끄러운 돌을 밟고 비틀거리다 한쪽 신을잃는다.

    노파가 호통친다.

    “이렇게 좁은 개울에서도 비틀거리는 놈이 무슨 수로 왕위를 얻겠다는 거냐.” 간신히 건너편에이르니 노파는 종적이 없다.

    이올코스에 들어가자 아이들이 놀면서 이런 노래를 부른다.

    “모노산달로스(외짝 신을 신은 자) 가 와서이올코스의왕이된다네….” 이아손과 그리스의 영웅들의 모험기가 「아르고나우티카(Argonautika) 」다.

    이 모험기는 고대 그리스 사람들의 인기를 끌었다.

    기원전 8세기 호메로스 시대에도 있었다.

    여러 버전이 서사시로 낭송되었다.

    기원전 3세기 아폴로니우스가 쓴서사시가 가장 잘 정리된 모양을 갖추고 있다.

    「아르고나우티카」를 다른신화와 비교해 읽으려면 조금 뻑뻑하다.

    아귀가 들어맞지 않는 곳이 한두곳이 아니다.

    원정대의 면면은 ‘그리스 전역’이 아니라 시간을 초월한 ‘올 타임베스트50’ 같은 느낌을 준다.

    이아손 자신은물론이고 헤라클레스와 테세우스, 아폴론의 아들로 음악의 명인인 오르페우스, 역시아폴론의아들이며 의술의명인인 아스클레피오스, 여전사인 아탈란타, 아레스의 두 아들인 아스칼라포스와 이알메노스, 트로이 전쟁의영웅인 네스토르, 바람의 신의 아들인제테스와 칼라이스, 제우스의 아들들인 카스토르와 폴리데우케스 등을 망라했다.

    이아손은 고난 끝에 흑해 저편의콜키스에 닿았다.

    그러나 황금양피를 간단히손에 넣을 수는 없다.

    콜키스의왕 아이에테스는 이런저런 조건을 내걸어이아손을 시험한다.

    입에서 불을내뿜는 황소로 밭을 갈고, 거기에용의 엄니를 뽑아 뿌리라는 식이다.

    이아손은 과제를 풀어내고 황금양피를 손에 넣는다.

    혼자 힘으로는 불가능했다.

    콜키스의공주 메데이아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어림없었다.

    원래 영웅담에는 아버지나 동족을 배신한 공주의이야기가 곧잘 등장한다.

    테세우스에게는 아리아드네가, 호동왕자에게는낙랑공주가 있듯이.메데이아는 이아손에게 첫눈에 반했다.

    그녀는 황금양피를 얻도록 도와줄 테니이올코스로 돌아갈 때 자신도 데려가서 결혼해 달라고 했다.

    이아손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메데이아는 마법도 부렸던 모양이다.

    이아손은 메데이아의지혜와 마법 덕분에아이에테스 왕의 과제를 모두 해결하고황금양피도 손에 넣는다.

    여기까지는좋았다.

    그러나 이아손은 이제부터가진짜 시작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했다.

    메데이아는 보통 여자가 아니었던것이다.

    「아르고나우티카」는 매우 복잡한이야기를 담고 있다.

    황금양피가 지니는 상징성, 다양한 인물 구성, 지금도미스터리로 남아 해석과 재구성에 어려움을 초래하는 아르고 호의항로….그래서 “그리스 본토와 소아시아의신흥 폴리스가(그 당시에는 서양 문명 세계의 전부였을 수도 있는) 지중해 동부의 패권(또는 이권) 을 놓고 건곤일척의 전쟁을 치렀다” 정도로 해석되는 트로이 전쟁 신화와는 비교할수 없을 만큼 다양한 스토리군(群) 을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이야기도메데이아만큼 시선을 사로잡지는 못한다.

    다음 주에 그녀를 만난다.

    허진석 시인·한국체육대학교 교수
  2. 입력시간 : 2021-11-22 09:01:18
  3. 페이스북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