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웅 테세우스 가문, 뒤틀린 ‘사랑의 저주’로 파멸

    ● 안토니오 카노바의테세우스와 켄타우로스. 비엔나 미술사 박물관▲한국체육대학교 교수▲중앙일보 스포츠부장 ▲아시아경제 부국장 ▲이학박사 ▲시인

    테세우스는 늘 헤라클레스 비교된다.

    거의 동급으로 대접받는다.

    헤라클레스보다 한 세대 뒤의영웅이다.

    생애의 플롯도 흡사하다.

    테세우스는아버지 아이게우스를 찾아 아테네로가던 길에 수많은 악당들을 제거한다.

    이 과정은 헤라클레스의 과업을 연상케 한다.

    플루타르코스와 아폴로도로스는 테세우스가 해치운 악당들을 열거했다.

    에피다우로스에서 쇠몽둥이로 행인을 때려죽이던 페리페테스, 코린토스의이스트모스에서 구부린 소나무에 나그네의 팔다리를 묶어찢어 죽인 시니스, 크롬미온의 사나운암퇘지, 행인에게 자신의발을 씻게한다음 몸을 숙이면 걷어차 바다에빠뜨려서 거북이밥을 만든 메가라의악당 스키론, 엘레우시스에서행인과 씨름을 해자신에게 지면 목숨을 빼앗은엘레시우스의 케르키온, ‘침대 살인마’ 프로크루스테스.테세우스는 크롬미온의 암퇘지를제외한 모든 악당들을 그들이 악행을저지르는 데 사용한 방법과 같은 방법으로 제거했다.

    이점도 헤라클레스와 같다.

    프로크루스테스 제거는 가장 유명한 사건일지 모른다.

    프로크루스테스는 ‘잡아 늘이는 자’ 라는 뜻이다.

    그는 여인숙을 차려놓고 손님이들어오면 집안에있는 쇠 침대에 눕혔다.

    키가 큰 손님은 작은 침대, 작은 손님은 큰 침대에오르게했다.

    키가 침대보다 커서 머리나 다리가 튀어나오면 톱으로 잘라내고, 키가 침대 길이보다 작으면 몸을 잡아 늘여서 죽였다.

    테세우스는 여인숙에 들어가 프로크루스테스를 쇠침대에 눕힌 뒤 침대밖으로 튀어나온 머리를 잘라 죽였다.

    여기에서 독단적이고 융통성이 없는독재자를 비판할 때사용하는 ‘프로크루스테스의침대’ 란 말이 나왔다.

    『그리스 로마신화 사전』을 쓴프랑스의 고전학자 피에르 그리말은 테세우스의 삶을 일곱 단계로 구분한다.

    정리하면 ①출생과 유년기 ②아테네귀환 ③크레타 관련사건 ④아테네에서의 정치 ⑤아마조네스와의 전쟁 ⑥페이리토스와의 우정 ⑦죽음이다.

    여기서는 아마조네스와의 전쟁을 조금자세히 살펴보자. 우리는 여섯 번째 이야기 ‘아마조네스, 아버지가 없는 나라’에서 테세우스가 아마조네스 전사인 히폴리테(혹은 그녀의 동생 안티오페) 를 아테네로 납치해 아내로 삼았다는 신화를 확인하였다.

    다시 말하거니와 신화의세계에서 납치-결혼-출산은 남성의 승리와 지배를 상징하는전형적인 에피소드다.

    우리는 묻지 않았던가. “신화 속 성대결의 승자는 왜남성이어야만 했는가.” 하고.그리스 신화와 전설에는 ‘아마조노마키’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싸움잘하는 아마존 족의 침략을 남성전사들이 격퇴함으로써 그리스를 지켰다는 내용이다.

    아마조네스는 초승달 모양의 방패를 들었다.

    달은 여성을 상징한다.

    뿔이 초승달을 닮아 소가 달을 상징하고, 여성의 생리가 달의주기와 관련이있기에 소와 달은 여성을 가리켰다.

    창은 남근을 상징하는 남성들의 무기이므로 아마조네스는 사용하지않았다.

    대신 양날 도끼를 휘둘렀다.

    남태우는 남성들이 ‘강한 여성’을 창조했다고 본다.

    남성은강한 여성을 이기기 위해 헤라클레스나 테세우스 같은 영웅이 돼야 했다.

    그가 보기에 아마조노마키는 “성대결에서 남자들이 승리하여 자존심을지켰으며, 그리스 역사는 남자들이 주역을 담당하여 문화의꽃을 피우게 되었다.

    ” 는 뜻이다.

    그리스 신화는 싱겁기도 하지. 아마조네스를 엄청나게 무서운 여전사로표현하지만 결국은 남성 영웅들의 사냥감일 뿐이다.

    헤로도토스는 아마존을 ‘안드로크토네스’ 라고 불렀다.

    ‘남자를 죽이는 자’ 란 뜻이다.

    그래 봐야남성 영웅들의 전리품에 불과하다.

    히폴리테(또는 안티오페) 를 보라. 테세우스의 첫 아내(아리아드네와는 혼인하지 않았으니까) 가 되었다가 아들 히폴리토스를 낳고 죽었다.

    두 번째 아내는 누구일까. 놀라지 마시라.아리아드네의 언니 파이드라이다.

    파이드라는 크레타의왕 미노스와 왕비 파시파에의 큰딸로 태어났다.

    그녀의결혼과 빗나간 사랑의결과는 참혹하다.

    영웅의 생애를 비극으로 몰아넣는 그리스 신화의 악취미가 테세우스의가문을 덮친다.

    테세우스와의사이에서두 아들 데모폰과 아카마스를얻은 파이드라로 하여금 히폴리토스를 사랑하게만든 것이다.

    히폴리토스는 여성의 매력에는 무관심했고, 숫총각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그럴수록 파이드라는 애욕에몸부림친다.

    소를 사랑해정을 통하고 소대가리괴물을 낳은 어머니 파시파에의 피가 들끓었는지 모른다.

    이모습을 딱하게 여긴 유모가 히폴리토스에게 의붓어미의마음을 전한다.

    히폴리토스는 사랑을 받아들이기는커녕여성혐오로 치닫는다.

    거절당한 파이드라는 수치심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하지만 그녀는 히폴리토스가자신을 범하려 했다는 거짓 편지를 남편에게 남긴다.

    편지를 읽은 테세우스는 눈이 뒤집힌다.

    포세이돈에게 아들을 죽여 달라고 빈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아들을 저주하며아테네에서 추방한다.

    히폴리토스는 슬픔 속에 스키론 해안으로 마차를 몰다가 마차가 전복되면서치명상을 입고 말았다.

    여신 아르테미스가 테세우스 앞에나타난다.

    히폴리토스가 숭배한 처녀신이다.

    아르테미스는 히폴리토스의 무고함과 파이드라의간계를 낱낱이 알린다.

    아들을 저주하여 죽음으로 내몬 테세우스를 꾸짖는다.

    사건을 전말을 알게 된테세우스는 죽어가는 아들에게 용서를 빈다.

    히폴리토스는 기꺼이 용서한다.

    그러나 운명의용서까지 받아내지는 못했다.

    왕위를 빼앗기고 스키로스 섬으로 쫓겨났다가그곳의 왕 리코메데스에게 암살당했다.

    비극적 종말이다.

    뒤틀린 사랑의저주가 테세우스 가문을 파멸시켰다.

    “아리아드네의 지순한 사랑을 내팽개친 테세우스에게 복수의 여신이 내린죗값” 이라는 박경귀의해설도 틀린말은 아니다.

    신들은 반드시죄를 묻는다.

    첫 아내 메데이아를 버린 이아손은 여기저기 떠돌다 어느 바닷가에서 폐선 하나를 발견한다.

    아르고 호였다.

    그 잔해에 기대 회한에 잠긴 이아손의 머리 위로 선수(船首) 가 떨어져 내린다.

    이아손의 죽음은 메데이아의 저주를 떠올리게 한다.

    “당신은 당연한 응보로, 아르고호 파편에머리가 박살나 악인답게 비참한 죽음을 맞게 될 거예요.” 누가 아르고호의 뱃머리를 이아손의 머리 위로 떨어지게 했을까. 헤라 여신이리라. 이아손은 결혼과 정절, 가정생활의 수호신인 헤라의 노여움을 결코피할 수 없었을 테니까. 테세우스도마찬가지. 후세 사람들도 테세우스의너절한 정분에 넌더리가 났나보다.

    역사가 헤로도토스는 “업적이랄 것도없는 보잘것없는 인물” 이라고 혹평했다.

    허진석 시인·한국체육대학교 교수
  2. 입력시간 : 2022-01-10 09: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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