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 칼럼]'필터 버블'과 흔들리는 '인터넷 민심(民心)'
  • 이준정 과학기술칼럼니스트 "SNS에서 같은 단어 검색해도 사람마다 다른 결과를 보게 되는 이유는?"
    정보를 걸러서 제공하는 서비스인 '필터 버블'(filter bubble)이 판치게 되면…가치관 왜곡 가능성
  • | 2017-04-19 17:35:22
  • 이준정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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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이준정 과학기술칼럼니스트] 구글(Google), 아마존(Amazon), 페이스북(Facebook), 유튜브(Youtube) 등 인터넷 정보제공자들은 이용자의 과거 이력에 맞춰 필터링한 정보를 우선 제공한다. 이에따라 이용자는 이미 필터링된 정보만을 접하게 한다. 같은 단어를 검색해도 이용자마다 다른 정보를 화면에 먼저 제공받게 되는 셈이다.

인터넷 사용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처음에는 순수한 의도에서 출발했을 것이다. 사용자에게 가장 알맞은 맞춤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사용자에 대한 성향을 파악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보제공자들은 해당 사용자의 이전 검색내용들, 구매정보, 위치 이동경로 및 방문지, 그리고 동석자 등 사회적 상호작용과 관련된 정보에 이르기까지 개인 및 메타 데이터를 수집해왔다. 지금도 매우 열심히 사용자 정보를 수집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공식적으로 사용자의 신원은 보호되지만 실제로는 쉽게 추론 할 수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도사리고 있다. 오늘날 스마트폰 알고리즘을 활용하면 사용자의 활동내역, 생각하는 내용과 느끼는 방식까지도 훤히 알수 있다. 아마도 친구나 가족, 심지어는 우리 자신보다 나의 취향을 훨씬 더 잘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렇듯 정보를 걸러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필터 버블'(filter bubble)이라고 한다. 정보를 필터링하는 알고리즘에 정치적 또는 상업적 논리를 개입시켜 한쪽으로만 걸러진 정보를 이용자가 받아보게 해준다. 정보이용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한쪽 정보만을 편식하게 되고 그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타인에 의해 가치관이 왜곡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렇듯 정보가 걸러진 거품 속에 갇히게 된다는 의미에서 거름망 거품(필터 버블)이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이 단어는 엘리 프레이저(Eli Pariser)가 저술한 '생각 조종자들(원제 The Filter Bubble)'이라는 책 제목에서 유래됐다.

인터넷 정보제공자들은 이용자의 개인적 성향이나 관심사, 사용 패턴, 검색 기록 등의 데이터를 기초삼아 이용자에게 우선적으로 노출시킬 정보를 선별한다.

따라서 인터넷 정보제공기업으로선 이용자가 더 만족할 만한 데이터를 제공받을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페이스북, 구글, 왓챠(Whatcha), 야후(Yahoo) 등이 이런 선별적인 정보 제공 서비스를 하고 있다.

비슷한 표현으로 '에코챔버(Echo-chamber)효과'란 말도 있다. 같은 방에 있는 사람들은 같은 메아리만 듣게 마련이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회적 파벌, 씨족, 인종, 클럽들에 속한 사람들이 인터넷 SNS를 통해 접하는 정보는 주로 편향성을 띤 편협한 정보일 확률이 높고, 고 비슷한 주장을 확산시키고 증폭시키는 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SNS 공간에선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한 방향으로만 논쟁을 이끌어 가기 때문에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그러한 흐름에 '세뇌'당해 휩쓸리거나 그룹을 탈퇴하는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곤 한다. SNS를 통해 정보를 접하게 되면 같은 생각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지인들에게 해당 정보를 우선적으로 퍼뜨리기에 바쁜 성향이 나타나는 것도 이른바 '사고의 공조화'에 매달리려는 현상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 내용이 거짓 소문이거나 가짜 뉴스인지 진위를 따지는 일엔 관심이 없다. 그저 자신의 생각과 방향이 일치하면 곧바로 주변에 뿌린다. 이런 일을 하면서 자신의 믿음도 덩달아 공고해지기도 한다.

사람들은 선천적으로 타인의 생각에 설득당하기 힘들다. 자신이 신뢰하는 사람으로부터 전달받은 뉴스를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전통적인 뉴스미디어가 제공하는 뉴스보다 지인이 건네주는 거짓 소문을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SNS 트렌드는 '필터 버블' 또는 '에코 챔버 효과'로 사회적 의견대립이 극심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한쪽 의견만 재생하면서 듣다 보면 상대쪽 의견이 들리지 않게 되고 점진적으로 의견이 양분된 사회로 바뀌어간다는 의미다.

세상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도 거의 모두가 나하고 같은 의견을 갖고 있다고 믿게 된다. 더 이상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서로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닫는다. 자신과 반대 의견을 댓글로 달면 벌떼처럼 달려들어 인신공격까지 서슴지 않는 이유다.

SNS는 정보를 빠르게 널리 확산시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인터넷 기업들이 필터링 서비스를 해주는 탓에 개인별로 서로 다른 애코 챔버를 선호하는 현상이 생기는 바람에 오히려 사회적 응집력이 파괴되는 부작용이 있다. 이런 현상은 이미 미국 대선과정에서 관찰된 현상이며, 오늘날 대한민국 정치판에서 다시 드러나고 있는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적 이슈가 첨예하게 대립하게 되면 SNS에서 ‘친구맺기’와 ‘친구끊기’가 빈번해진다. 자신의 생각과 비슷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과 친해지려 하고 자신의 생각과 다른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과는 생각이 불편해 지므로 멀어지고 싶어 한다.

사실 필자도 박 전대통령의 탄핵을 주장하는 촛불행사에 참가하면서 여러 명의 새 친구와 가까워졌다. 반대로 평소에 호의를 갖고 있던 인사가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페이스북에 하는 바람에 실망해 ‘친구끊기’도 해 봤다. SNS가 가져다주는 새로운 인맥 체험이 아닐 수 없다.

어찌 보면 인터넷 공간에 떠도는 민심은 어쩌면 내가 만들어낸 관심의 결과일 뿐이다. 어느 한쪽의 뉴스가 더 많이 발견된다고 해서 실제 민심이 그쪽에 치우쳐져 있는 게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인터넷은 '편 가르기의 고수'라고 할만 하다.

인터넷의 발전은 풍부한 정보를 접할 기회를 부여해주지만 역설적이게도 치우친 정보들을 더 많이 제공해주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공정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더욱이 해킹을 통해 극단주의자들이 몰래 디지털 마법의 지팡이를 휘둘러 여론을 조작할 수도 있다. 검색알고리즘과 추천시스템이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온라인이 그런 점에서 취약하므로 여론조작의 개연성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선거 유세 중에 의사결정이 힘든 유권자들에게 한쪽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해 세뇌시키는 전략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얘기다. 특히 지난 대선전이 치러진 2012년에 비하면 인터넷 여론조성 환경이 크게 변했다.

인터넷 블로그를 통한 정보전달이나 댓글 조작으로 여론을 바꾸려던 시도에 비하면 요즈음 판치는 '가짜 뉴스'들은 타깃으로 정한 사람들을 직접 공략하는 등 수단이 더욱 다양해지고 정교해졌다.

인터넷 사이트에 가짜 뉴스매체를 만들고 그 곳에 가짜뉴스들을 게재해 놓고 카톡 메시지를 통해 대상으로 정한 사람들에게 이들 가짜 정보를 쉽게 전파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여론조작은 선거인을 대상으로 직접 설득할 수 있기 때문에 인터넷 댓글보다 월등히 효과적이다. 선거 유권자들을 감쪽같이 속일 수 있도록 뉴스를 조작하거나 은근슬쩍 권하는 방식으로 망설이는 유권자들을 세뇌시킬 수도 있다.

이런 여론조작은 뒤에서 숨어서 흔적도 남지 않게 할 수 있다. 은밀 한 여론조작은 종국적으로 흔들리는 민심을 끌어올 수 있는 결정적 수단이기도 하다.

반복적인 세뇌작업을 버텨낼 장사는 없기 때문이다. 보통사람들은 극단적인 주장을 싫어하며 그럴듯한 타협에 쉽게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

'인터넷 민심'은 안타깝게도 결국 타협하려드는 성향이 있다. 그런 이유로 여론이 왜곡되고 민심이 사실과 다르게 표출되면 결국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는 우를 범할수 밖에 없다.

인터넷 시대, 특히 SNS가 넘쳐나는 시대에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가짜뉴스 즉 현재 인터넷에 둥둥 떠다니는 진실과 허위 등 여러 사안을 꿰뚫어보려는 노력과 지혜, 그리고 검색 아닌 사색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 이준정 과학기술칼럼니스트 : 미래에 대한 혜안과 통찰력이 뛰어나 '미래탐험가'로 불린다. 성균관대학교 신소재공학과를 졸업하고, KAIST(재료공학과)에서 석·박사를 취득했다. POSCO그룹 연구소장과 지식경제부 기술지원(금속부문)단장을 역임했으며, 서울대 재료공학과 객원교수로 활동했으며, 미래탐험연구소 등을 운영하며 과학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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