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 칼럼] '누구라도 살만한 나라’가 필요한 까닭
  • 송경진 마포중앙도서관장 "고령사회의 위험에 대비하지 못한 정책 실패의 모든 원인을 노인문제로 수렴할 수는 없다"
  • 주현태 gun1313@hankooki.com
  • 기사입력 2019-01-02 18:13:49
  • 송경진 마포중앙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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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전문가 칼럼=송경진 마포중앙도서관장] 지난 해 우연히 다소 도발적인 상상력에 기댄 두 편의 소설을 읽었다. 한국인 소설가 박형서가 쓴 <당신의 노후>와 일본작가 가키야 미우(垣谷美雨)가 쓴 <70세 사망법안, 가결>이 그것이다. 국적이 다른 두 작가는 공교롭게도 급속도로 노령화돼 가는 초고령 사회에서의 노인에 대한 공권력의 비공식적 혹은 합법적 살해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

전자는 80대 이상이 인구의 40%가 넘고, 정년이 70세인 초고령 사회가 된 한국에서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외곽 공무원이라 불리는 암살단을 통해 조직적으로 연금과다수급자가 된 노인들을 제거한다는 내용을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냈다.

후자는 저출산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돼 연금과 의료비 등으로 인한 재정파탄 위기에 봉착한 국가가 70세가 되면 모든 국민이 30일 안에 죽어야 한다는 법안을 만든 가상의 일본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고령화 사회가 화두가 되면서 우리사회에서는 언제부터인가 노인을 사회적 부담의 원인으로 파악하는 경향이 생겨나고 있다.

기술발달과 사회변화에 따른 일자리의 감소, 연금수급자 확대에 따른 연금 기금 고갈의 위협 등이 인구의 노령화와 무관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던 고령사회의 위험에 대비하지 못한 정책 실패의 모든 원인을 노인문제로 수렴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같은 맥락으로 내용과 상관없이 제목만으로 늘 언급되는 또 다른 소설이 있다. 동명의 영화로도 유명한 코맥 매카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제2차 세계대전의 트라우마를 간직한 늙은 보안관 벨과 살인청부업자이긴 하지만 자신의 독특한 원칙과 생각에 따라 무의미한 살인을 임무처럼 해치우는 시거, 그리고 우연히 돈 가방을 주웠다가 시거의 집요한 추적 끝에 살해당하는 모스, 이 세 사람을 중심으로 일련의 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스릴러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줄거리에 상관없이 이 소설을 읽고 나면 이 세 사람이 마치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삶의 불안한 모습을 대변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무자비한 시거는 어떤 운명으로 우리를 몰아넣을지 알 수 없는 이 사회를, 옛날과 달라진 요즘의 범죄에 머리를 내두르며 보안관직을 떠나고자 하는 벨은 변화하는 사회를 지탱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가치관을, 잘못된 선택으로 죽음에 이르는 모스는 알 수 없는 운명에 던져진 평범한 보통사람들의 모습과 오버랩 된다.

사실 이 소설의 제목은 아일랜드의 시인인 예이츠의 시 <비잔티움으로의 항해>에서 따 온 것이다.

“저것은 노인을 위한 나라가 아니다”로 시작하는 이 시에서 ‘저것’은 “관능의 음악에 취하여 늙지 않는 지성의 기념비를 모르고", “늙은 사람을 한갓 하찮은 물건”이나 “막대기에 걸린 누더기” 취급하는 곳이다. 그러므로 ‘노인을 위한 나라’는 노인이 살만한 곳이 아니며, 소설 속에서 벨이 말하듯 “더 이상 존칭과 경어를 듣지 못하는 순간 눈앞에 종말이 보이는,” “무례함이 용납되면서 모든 범죄가 시작되는” 곳이다.

소설은 작가의 상상력의 산물이지만, 때로는 그 상상이 전하는 메시지의 가능성 때문에 두려울 때가 있는데, 위의 소설들을 읽으면서는 두려움을 넘어 불안과 공포를 느꼈다. 이미 오래 전부터 SF적인 상상은 유토피아보다는 디스토피아에 더 친숙했던듯 싶다.

하지만 어떤 작은 가능성이라도 그것이 큰 재앙의 씨앗이 될 수 있다면 그 싹을 틔우지 않는 것이 현명한 일이 될 것이다. 지금의 우리에게는 노인뿐 아니라 누구에게도 무례를 용납하지 않고, '누구라도 살만한 나라'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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