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 칼럼] 삶의 질과 '비욘드 미트'
  • 이준정 미래탐험연구소 대표 "21세기는 상대를 이기는, 이겨야 하는 세상이 결코 아니다"
    "경제성이나 효율성이 아니라 상대와 함께 삶의 질을 높이는 더불어 잘사는 세상을 지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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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05-22 12:00:25
  • 이준정 과학기술 칼럼니스트·미래탐험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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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전문가 칼럼=이준정 미래탐험연구소 대표] 올해 미국 나스닥 시장에 신규 상장한 기업으로 우버(Uber). 리프트(Lift), 핀터레스트(Pinterest), 줌(Zoom) 등 쟁쟁한 기업들의 이름이 우선 떠오른다. 이들 기업은 상장 전 부터 상당한 기업가치가 있을 것이라는 평가와 함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막상 상장하고 난 후의 시장가치는 기대에 훨씬 못미치는 수준에 그쳤다. 야구에서 4번 타자가 나와 헛스윙 3진으로 물러난 모양새였다.

이런 와중에 예상과 달리 상장후에야 비로소 진가를 발휘하는 대기만성형 기업도 가끔은 있다. 비욘드 미트(Beyond Meat)가 바로 그같은 케이스다. 비욘트 미트의 시장 반응에 월가의 전문가들도 놀랄 정도다. 2019년 최고의 IPO성공사례가 아닐 수 없다.

비욘드 미트는 총 5813만8,461주의 16.6%(기존 주주의 미결제 옵션을 포함할 경우 총 주식수의15.2%)인 962만 5,000주를 시장에 공개할 당시 IPO 제안 가격은 주당 25달러였다. 그런데 첫 거래(5월2일)가격이 이 보다 84% 높은 46달러에 달했고, 종가가 65.75달러를 치솟았다. 이후 지난 2주 동안 추가로 상승해 5월 17일 주말에 89.35달러로 마감됐다. 상장기준 가격 대비 357%나 상승한 셈이다.

비욘드 미트는 식물성 고기를 제조하는 식품회사 중 하나다. 회사명 그대로 '고기(meat)'를 '넘어선다(beyond)'는 뜻을 담고 있다.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3가지 핵심 육류에 부합하는 맛, 질감 및 기타 감각적인 특성을 재현하면서도 동물이 아닌 식물을 기반으로 한 고기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식물성 단백질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고기라는 직접적인 표현을 사용하기는 어색하지만 완두콩 단백질을 기반으로 고기의 질감을 만든 후에 식물 유래 아미노산, 지질, 무기물 등을 조합해 동물성 육류를 모방한다. 100% 식물성 고기이지만 전통적인 육류처럼 요리하고 맛볼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현재 미국 전역과 해외에서 약 3만 곳의 유통점과 식당 및 푸드 서비스를 통해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요즘에는 국내에도 수입돼 한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되고 있다. 이 회사의 주력상품은 매출의 약70%를 차지하는 햄버거 패티인 비욘드버거이다. 현재 국내 판매가는 277g 포장상품이 1만2,900원이므로 호주산 최상급 소고기 등심가격에 비해 약 4배 정도 비싼 제품이다.

실제로 비욘드 미트의 경쟁상대는 카길(Cargill), 호르멜(Hormel), JBS, 타이슨(Tyson), WH그룹 등 기존의 육류식품 공급 회사들이다. 이들은 식물성 고기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전통적인 동물고기를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값비싼 식물성 고기가 빠르게 시장을 형성해 가고 있는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건강을 챙기는 채식주의자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햄, 베이컨, 소시지 같은 가공육을 암 발병의 20~30% 원인을 차지하는 위험 식품으로 선정한 바 있다. 미국심장학회(American Heart Association)에서도 성인 1만 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서 식물성 식품을 주로 섭취한 사람들이 심장병이나 심부전 발병 위험이 42%정도 낮다고 강조했다. 또한 육류섭취는 광우병(쇠고기), Mad Cow (돼지고기), 돼지 독감 (돼지고기), 조류 독감 (사육조류)과 같은 동물 질병에 감염될 수 있는 위험도 있다.

육류소비는 기후변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축산업이 메탄 및 아산화질소와 같은 지구 온실 가스 배출의 대략 18 ~ 51 %정도를 차지한다고 한다. 식량 농업기구 (FAO)에 따르면 가축은 육지 면적의 30 %를 차지하며 모든 농지 사용의 78 %를 차지한다. 또한 세계자원연구소(WRI) 수질 보고서에선 농업용수의 29 %가 동물 생산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사용된다고 한다.

고기 섭취량을 줄이고 채식식단으로 바꾸면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에 기여하게 된다. WRI 보고서에 따르면 육류 섭취는 비효율적인 칼로리 경로라고 한다. 인체에 공급되는 최종 칼로리 양은 동물이 사료로 섭취한 칼로리에 비해 쇠고기는 약 1 %, 돼지고기는 약 10 %, 사육조류는 약 11 %에 불과하다고 한다. 식물성 단백질을 직접 섭취하면 온실 가스 배출량을 90 %, 에너지 소비량을 46 %, 물 소비량을 99 % 줄이고, 토지 이용에 미치는 영향을 93 %만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주식시장에서 비욘드 미트의 시장가치를 높게 보는 이유는 건강을 위해 식물성 단백질을 선호하는 인구가 늘어나고 동물복지나 지구환경에 사람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비욘드 미트의 주당 액면가는 0.0001달러이다. 지난 주말 현재가는 액면가 대비 89만3,500배에 달한다. 현재가를 기준으로 기업가치가 거의 52억 달러(약 61조원)에 달했다.

계산에 밝은 회계사이거나 인공지능 알고리즘이라면 2018년 총 순매출액이 8800만 달러에 불과한 이 기업의 경제적 가치를 이토록 과도하게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시장 참여자들은 기업의 선의에 공감하며 주가로 응원하고 있다.

최근 유럽의회(European Parliament)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EU 내에서 판매되는 신형 승용차와 화물차의 CO2 배출규제 조건을 유로 6기준보다 한층 강화해서 발표했다. 승용차의 경우 2030년부터는 평균 CO2 배출량을 2021년 규제안(이산화탄소 배출량95g/1㎞)에 비해 37.5%나 낮은 수준인 59.4g/km를 만족시켜야 한다.

이 기준은 현존하는 휘발유 및 디젤엔진으론 달성할 수 없는 수준이고 하이브리드 차량조차도 기존 모델보다 월등히 강화된 신규모델이 아니면 달성할 수 없는 기준이다. 모든 차량제조업체는 전기차를 생산하라는 노골적인 규제 법안이다.

EU에 연간 차량 판매 1000대 이상 자동차를 판매하는 모든 업체가 규제 대상이며 이 기준을 초과하는 경우 초과배출부담금을 내야 한다. 현재 EU가 설정한 부담금은 €95/gCO2/㎞ 수준인데 2030년 배출 규제에서도 비슷한 수준의 부담금이 예상된다. 1 km 주행 시에 배출하는 CO2량이 기준치를 1g 초과 시마다 약 12만 7000원의 부담금을 납부하게 된다. 유럽의회가 이토록 강력한 규제안을 도입한 이유는 EU 내 전기차 보급 속도를 촉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빠르게 감축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 있다.

EU는 미국 다음으로 많은 양의 원유를 수송용 연료로 사용하는데 EU 전체 온실가스 배출 중 수송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20%에 이른다. 유럽의회가 내연기관 엔진의 효율성이 더 높고 좋은 것을 모르는 게 아니다. 하지만 무공해 전기차 기술을 개발해 배출가스 문제를 해결하자는 강력한 권고인 셈이다.

최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시정부는 신규 등록 차량뿐만 아니라 모든 휘발유 및 디젤 차량의 시내 운행을 2030년부터 금지시킨다는 청정공기실행계획(Clean Air Action Plan)을 발표했다. 규제대상에는 승용차는 물론이고 트럭, 대중교통 그리고 보트에 이르기까지 모두 포함시켰다.

암스테르담 부시장인 샤론 디쥬스마는 대기오염으로 인해 암스테르담 시민들의 평균수명이 1년만큼 짧아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번 조치는 단계적으로 추진되는데, 암스테르담 중심부를 감싸는 A10 환상도로를 경계로 해서 시내로 진입하는 모든 차량은 2021년까지 유로6 규제안을 충족시켜야 하며 2025년부터는 완전히 배출가스가 없는 택시, 밴, 버스, 코치, 트럭 등만이 운행할 수 있고 2030년 이후엔 승용차와 오토바이까지도 규제대상이 된다고 한다.

이 같은 배출가스 금지 계획은 어떤 경제적 논리도 고려 대상이 아니며 오로지 시민들의 건강과 도시환경개선이 목적일 뿐이다. 지금까지 산업사회에선 기술개발이나 산업시책을 기획할 때 가장 큰 가치비중을 노동생산성이나 경제성에 두어 왔다. 삶의 불편함이나 행복가치가 효율성을 높이는데 장애가 된다면 언제든지 양보의 대상이라고 여겨왔다.

그러나 세상이 변했다. 이젠 모든 가치평가의 기준은 경제성이나 효율성이 아니고 삶의 질을 향상하는데 있다는 점을 명확히 깨닫고 인식해야만 한다. 21세기는 상대를 이기는, 이겨야 하는 세상이 아니다. 상대와 함께 더불어 잘사는 세상을 지향해야 한다.

■ 이준정 미래탐험연구소 대표 : 미래에 대한 혜안과 통찰력이 뛰어나 '미래탐험가'로 불린다. 한국공학한림원 원로회원. 서울대학교 재료공학과 객원교수, 포항공과대학 겸직교수. 포항산업기술연구원 연구위원, 지식경제부 기술지원(금속부문)단장 등을 역임했다. KAIST 재료공학과에서 석·박사를 취득했다. 요즘은 미래의 변화에 대해 연구하고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는 과학칼럼니스트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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