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약 예비당첨자 비율 확대, '줍줍' 차단 효과…'반쪽짜리' 대책 비판도
  • <상>무순위 청약제도의 문제점과 파급효과
  • 박창민 기자 philux@hankooki.com
  • 기사입력 2019-05-24 08:16:22
지난 20일부터 투기과열지구의 청약 예비당첨자 비율이 500%로 확대됐다. 무순위 청약제도가 '현금부자들만의 잔치'가 된다는 비판이 일자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과 함께 지난 2월 변경된 무순위 청약제도가 시행된 지 석달여만에 청약제도가 또 다시 바뀐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과열된 무순위 청약시장을 잠재우는데는 일조할 수는 있겠지만, 강력한 대출규제로 앞으로도 미분양·미계약 물량이 속출할 수 있다고 경계한다. 또 사전 무순위 청약제도가 건설사의 마케팅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에 본지는 바뀐 무순위 청약제도의 효과와 전망, 과제에 대해 상·하로 나눠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 지난 4월 무순위 청약접수를 받은 서울의 한 분양단지의 견본주택 내방객들이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창민 기자] 지난 2월 시행된 온라인 무순위 청약제도가 현금부자들만의 잔치라는 비판이 일자 정부는 또 한번 청약제도를 고쳤다. 정부가 청약제도에 손댄 횟수는 지난 40년간 140여차례, 2017년 이후 11번에 이른다. 시장에서 '사후약방문' 청약제도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에 과열된 무순위 청약시장을 가라앉히고자 정부가 꺼낸 카드는 '예비당첨자 비율 확대'다. 예비당첨자 비율을 높여 무순위 청약으로 넘어가는 잔여물량 자체를 줄이겠다는 의도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과열된 무순위 청약시장이 다소 가라앉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최근 속출하고 있는 미분양·미계약 분양물량을 줄일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해결방안은 '대출규제 완화'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사전 무순위 청약제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건설사의 마케팅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게 그 이유다.

◇ 정부 '툭하면' 청약제도 바꿔…"임기응변 부분 많다"

무순위 청약은 1·2순위 당첨자(예비당첨자 포함)가 당첨포기 또는 부적격 당첨에 따른 취소 등으로 발생한 잔여물량을 공급하는 제도로, 과거부터 운영돼 온 제도다.

최근 논란은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으로 아파트투유를 활용한 이른바 '온라인 무순위 청약'이 실시된 올해 2월부터 시작됐다.

과거 미계약 물량을 분양받으려면 미계약 발생 뒤 견본주택에서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정부가 새롭게 시행한 무순위 청약은 투기과열지구에 한해 청약시스템(아파트투유)을 의무적으로 활용하도록 했다. 무순위 청약 방식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뀌며 접근 문턱을 낮춘 것이다.

또한 무순위 청약은 만 19세 이상이면 청약통장 없이도 참여할 수 있고, 당첨 이력도 기록되지 않아 추후 1순위 청약 접수할 때도 제약이 없는 특징이 있다.

지난 3월부터 무순위 청약 접수를 받는 분양단지들이 나오자 온라인 무순위청약 제도의 수혜자는 현금부자들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무주택 실수요자 대부분은 이 제도를 활용할 자금도 동기도 없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무순위 청약을 이용해 남은 분양물량을 거둬들이는 이른바 '줍줍(줍고 또 줍는다는 의미의 줄임말)'족들로 인해 무주택자를 위한 청약제도가 가진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비판이 거세졌다.

이에 정부는 칼을 뽑아들었다. 예비당첨자 비율 확대라는 나름의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일부터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서울, 과천, 분당, 광명, 하남, 대구수성, 세종)의 경우 청약 예비당첨자 비율을 기존 공급물량의 80%에서 500%(5배수)로 늘렸다. 예비당첨자 비율을 확대해 무순위 청약으로 넘어가는 분양 물량을 줄이겠다는 복안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예비당첨자가 대폭 늘어나면, 최초 당첨자가 계약을 포기할 경우 실수요자인 1·2순위 내 후순위 신청자의 계약 기회가 커져 계약률도 높아지고 무순위 청약 물량도 최소화할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청약제도를 빈번히 바꾸는 정부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불과 석달 사이 5배수로 늘린다는 조치를 취한 정부가 건설적인 대안보다 임기응변적인 대처를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보인다"고 꼬집었다.

◇"이번 조치 일정 부분 실효성…근본적인 대책은 아냐"

이번 조치의 실효성을 두고는 과열된 무순위청약 시장을 다소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이번 조치는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기회를 확대한다는 측면보다는 정부가 무순위 청약시장의 과열을 조기 차단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면서 "예비당첨자 비율 확대로 무순위 청약까지 가는 물량이 확실히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미계약·미분양이 속출되는 현재 상황의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악성 미분양 지역에는 별 영향이 없겠지만, 인기지역 분양에는 일정 부분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하지만 5배수로 확대한다고 해서 잔여물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부동산학과)도 "자금 여유가 있는 무주택자에게 기회를 열어준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라면서도 "하지만 미분양·미계약 물량이 크게 줄어들진 않을 것이라는 측면에서 무주택자들 위주의 시장 분위기를 만들어내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순 없다"고 평가했다.

무순위 제도 가운데서도 사전 무순위 제도가 가진 문제점을 지적하는 전문가도 있었다. 사전 무순위 청약 접수는 본 청약 전에 이뤄지고 당첨자 이력 기록이 남지 않아 추후 1순위 청약을 넣는데도 제약이 없는 등 장점이 있다 보니 일단 청약 접수를 하고 보는 '묻지마 청약'이 될 수 있고, 사전 무순위의 청약 경쟁률이 단지의 가치와 본 청약의 흥행을 가늠하는 바로미터인 양 건설사가 홍보해 마케팅 수단으로 전락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무순위 청약은 사전 무순위 청약과 사후 무순위 청약으로 나뉜다. 사후 무순위 청약은 미분양 물량이 발생하면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다. 반면 사전 무순위 청약은 청약 1·2순위 전에 미계약이나 미분양에 대비해 사전에 순위 없이 청약신청을 받는다. 만일 잔여가구가 나오면 사전 무순위 청약자를 대상으로 추첨을 진행해 당첨자를 선정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본 청약 전에 이뤄지는 사전 무순위 청약을 건설사가 해당사업지에 대한 일종의 레퍼런스 체크(평판조회) 결과와 같이 홍보하고 있다"면서 "청약자가 곧 계약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청약자가 계약을 포기할 수도 있음에도 사전 무순위청약의 청약경쟁률이 건설사의 마케팅 극대화를 위한 수단으로만 활용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권 팀장은 "예비당첨자 비율을 5배수로 늘려 무순위 청약을 막겠다면서 사전 무순위 청약을 받는 것은 상반되는 정책 방향아닌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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