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 소리 없이 강하게…조원태 회장의 ‘조용한 혁신’
  • 이창훈 기자 lch@hankooki.com
  • 기사입력 2019-10-17 17:22:51
[데일리한국 이창훈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소리 없이 강한’ 내부 혁신을 꾀하고 있다. 조 회장은 취임 이후 수평적 조직 문화 구축을 위해 전면 복장 자율화 조치 등을 시행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객실승무원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한 각종 제도와 단기 희망휴직 제도 등 직원 복지 향상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조원태 회장이 ‘직원이 가장 큰 고객’이라는 경영 철학을 실천하면서 그룹내 새로운 신바람이 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친인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전 회장이 떠난 빈자리를 묵묵히 메우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한진그룹 제공
◇ ‘약속 지킨’ 조원태 회장…직원 불만 잠재울까

1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직원의 근무 환경 개선 등을 추진하겠다는 약속을 묵묵히 지키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 6월 서울에서 열린 제75차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에서 “직원이 가장 큰 고객”이라며 직원들의 근무 환경 개선 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원태 회장이 취임한 이후 대한항공은 객실승무원이 원하는 날짜에 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위시 데이’ 제도를 도입,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단거리 왕복 연속 근무 축소, 야간비행 휴게 여건 개선, 스케줄 변동 최소화 등의 직원 친화형 조치도 잇따라 단행했다. 객실승무원의 과중한 업무를 줄이기 위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제도와 조치를 연쇄적으로 선보이고 실천하면서 직원들의 호응과 만족도도 커지고 있다.

또한 대한항공은 지난 14일에는 '3개월 단기 희망휴직 제도'를 실시해 직원들의 자기 계발, 가족 돌봄 등을 적극 지원하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이기도 했다. 대한항공이 운영하던 상시 휴직 제도의 경우, 휴직 기간이 통상 1년에서 3년까지로 상대적으로 길어, 단기 희망휴직 제도에 대한 직원들의 요구가 많다는 점을 감안한 기민한 결정이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른바 직원들의 고충을 감안해 자칫 놓칠 수 있는 '틈새요구'까지 꼼꼼하게 살핀다는 얘기다.

조원태 회장은 다소 사소해 보일 수도 있는 직원들의 불만까지 세심하게 살피고 챙기는 스타일로 정평이 나있다. 최근 대한항공이 사전 임직원 선호도 조사를 통해 오래된 의자를 신체와 건강에 좋은 최신형 의자로 교체하는 작업을 전사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스타일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 사장으로 재직할 당시에도 사내 게시판에 ‘직원 식당 밥이 맛이 없다’는 의견이 올라오자 식사 단가를 올리라고 지시하고, 정년퇴직한 직원이 사장 명의의 화환을 요구하자 퇴직 이후 2년까지는 모든 직원에게 화환을 제공하도록 조치하는 '응답형 리더십'을 보여주기도 했다. 직원들과 소통하고 경청하는데 그치지 않고 직접 개선하고 실천한다는 점이 두드러진다는 평가도 나온다. 직원의 사소한 불만도 허투루 넘기지 않는 조원태 회장 특유의 경영 스타일이 자연스레 트레이드 마크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일각에서는 조 회장이 취임 이후 단행한 각종 조치에 대해 “직원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임시방편이 아닌가”라는 의구심 어린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대한항공과 재계 안팎에서는 “그룹 총수가 직원들의 사소한 불만까지 세심하게 챙기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며 “조원태 회장이 직원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제스처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 대한항공 보잉 787-9. 사진=대한항공 제공
◇조원태 회장, ‘수평 경영’ 속도

조원태 회장은 취임 이후 수평적 조직 문화 구축에도 힘쓰고 있다. 조 회장 취임 이후 대한항공은 사내 업무 시스템을 클라우드 기반으로 전환하고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복장 자율화 조치를 시행하는 등 유연하고 수평적인 조직 문화 구축을 꾀하고 있다. 부친인 고 조양호 전 회장이 항공 전문가의 통찰로 그룹 전반을 진두지휘한 것과 다르게, 직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수평적인 의사 결정을 통해 그룹 전반을 경영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7월 1일에 사내 업무 시스템을 구글의 클라우드 기반 생산성 및 협업 소프트웨어 도구 모음인 ‘G 스위트’(G Suite)로 전환했다. 이 서비스를 활용하면 임직원은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협업해 문서를 작성하고 즉각적으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다. 직원들이 언제 어디서나 의사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 도입으로 수평적인 의사 결정이 가능해졌다는 평가다.

또한 대한항공은 지난달 2일 국내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복장 자율화 조치를 시행했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직원들의 업무 효율을 극대화시키고, 창의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조치였다.

이 외에도 대한항공은 개인이 선호하는 근무 패턴에 맞게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시 30분 사이에 1시간 동안 점심시간을 갖는 ‘점심시간 자율 선택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오후 5시 30분에 정시 퇴근 안내방송과 함께 퇴근을 알리는 팝업 메시지를 개인 컴퓨터에 표출하는 등 정시 퇴근도 독려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대한항공의 사내 업무 시스템 전환과 복장 자율화 조치 등에 대해 “대한항공의 경직된 조직 문화를 수평적으로 바꾸기 위한 시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사내 업무 시스템 전환과 복장 자율화 조치를 ‘보여주기’식 조치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 그렇지 않다”며 “형식을 탈피한 복장과 유연한 사내 업무 시스템은 직원들의 사고와 업무 방식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젊은 총수들은 취임 이후 복장 자율화 추진 등을 통해 유연한 조직 문화 구축을 꾀하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조원태 회장이 스스로를 내세우지 않고, 묵묵히 내부 혁신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부친이 별세한 이후 조원태 회장이 그룹 총수로서 느끼는 책임감이 남다를 것”이라며 “자신의 경영 스타일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단, 부친의 빈자리를 메우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한진그룹이 그동안 정부와 사정기관으로부터 각종 압박에 시달려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원태 회장 입장에서는 그룹 총수로서 자신을 드러내는 것 자체가 부담일 수 있을 것”이라며 “부친을 잃은 조원태 회장에게는 한진그룹을 둘러쌌던 ‘사정 광풍’이 일종의 ‘트라우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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