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계, 연말 임원 인사 앞두고 '좌불안석'
  • 이달 말 LG그룹 시작으로 주요 그룹 줄줄이 임원 인사 단행 예상
    조직 안정에 중점 둘 가능성 커…세대교체 통해 인적 쇄신 나설수도
  • 정은미 기자 indiun@hankooki.com
  • 기사입력 2019-11-13 09:46:30
  •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각사별 제공
[데일리한국 정은미 기자] 연말 정기 임원인사 앞두고 삼성·현대차·SK·LG·롯데 등 5대 그룹에 내부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중 무역갈등, 일본 수출규제 등과 같은 글로벌 불확실성에 장기간 침체된 내수 경기로 인한 실적 악화, 정부의 각종 반기업 정책 등으로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에서 임원 승진은 최소화하고 조직 안정화에 중점을 두는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4차 산업혁명 패러다임에 맞춰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대규모 세대교체 가능성도 유력해 보인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5대 그룹 임원 인사는 이달 말쯤 LG가 신호탄을 쏘며 줄줄이 이어질 전망이다. 임원 평가는 이미 마무리된 상황으로, 사실상 통보와 마지막 조율 정도만 남은 것으로 전해졌다.

구광모 LG 회장의 지난해 첫 연말 인사는 외부인사 수혈과 젊은 인재 대거 등용이라는 양대 축으로 단행되면서 ‘안정 속 변화’라는 평가를 받았다.

박진수 전 LG화학 부회장을 고문으로 옮기고, 최초로 외부 출신으로 신학철 부회장을 영입했다. 그 외 주요 계열사 부회장급 대표들은 모두 유임했으며, 사장급 승진은 1명에 불과했다.

구광모 회장의 구상은 외부 영입을 포함해 대표이사 CEO 및 사업본부장급 최고경영진 11명을 교체해 배치하면서 윤곽이 드러났다. 구회장은 상무급 신규 임원 승진자를 134명이나 발탁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하기도 했다.

내년 취임 3년 차를 앞둔 구 회장이 올해 연말인사에서는 본격적으로 자기 색깔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취임 이후 줄곧 사업 방식과 체질 변화를 강조한 만큼, 성과주의에 기반한 인사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9월 LG디스플레이 한상범 부회장은 실적 부진 책임을 지고 물러났으며 정호영 사장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권영수 LG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등 4명의 '권·조·하·차' 부회장 가운데 실제로 '중도하차'하는 부회장이 나올지도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 등으로 인해 인사 시기와 폭을 예단하기 쉽지 않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실적은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반도체·부품(DS) 부문장 김기남 부회장, IT·모바일(IM) 부문장 고동진 사장, 소비자가전(CE) 부문장 김현석 사장 등 3개 사업부 수장은 그대로 유임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삼성의 연말 임원 인사는 사업부별 실적과 개인별 성과평가를 종합해 결정되지만 올해 실적을 그대로 인사에 반영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실적 악화의 이유가 경영 실책이나 부진때문이 아니라 복합적인 경기침체 상황에서 비롯된 측면이 훨신 더 크다는 것이 이유다.

다만 실적 악화로 인해 삼성전자의 올해 임원 인사는 승진 규모가 최소화될 공산이 커보인다. 신사업, 미래 먹거리 등 보다 장기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직 정비 외에 일부 사업부 대표만 교체하는 ‘원포인트’ 인사로 끝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삼성 인사에 ‘60세 사장 퇴진 원칙’이 적용될지도 주요 관전 포인트다. 삼성은 그룹 핵심계열사인 삼성전자가 50대 부문장을 새로운 리더로 내세우며 암묵적인 60세 퇴진 룰이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전자 부품 주요 계열사 가운데 60세 퇴진 룰 적용 대상자는 이윤태 삼성전기 사장, 전영현 삼성SDI 사장,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홍원표 삼성SDS 대표 등으로 이번에 과연 연임의 벽을 넘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롯데는 올 연말 임원 인사에서 대규모 교체가 예상된다. 롯데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 탓으로 경영에 불똥이 튀며 각 계열사에 비상경영 체제전환을 지시할 정도로 현재 경영위기에 시달리고 있어 연말 인사를 통해 위기 극복의 단초를 찾으려 할 것으로 관측된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몇 년간 국정농단과 경영비리 사건으로 인해 최소한의 연말인사를 단행했지만 리더십을 강화하고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서라도 연말 대규모 인사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극심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이원준 롯데그룹 유통 BU장을 비롯해 60세 정년을 맞는 정승인 코리아세븐 대표, 강희태 롯데백화점 대표, 조경수 롯데푸드 대표, 이영구 롯데칠성음료 대표 등 유통계열사를 중심으로 광폭의 물갈이가 이뤄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쿠팡 등으로 대변되는 온라인몰들의 확대로 인한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위기를 맞아 롯데가 시대 변화에 대응하고 소비 트렌드의 변화를 선도해나가기 위해 외부 수혈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수시 인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성과 중심의 인사체계로 바뀌고 있다.

지난달 현대차는 제네시스 사업부장에 이용우 부사장을, 중국 사업 총괄에 이광국 사장을 임명했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해 10월 람보르기니 브랜드 전략을 담당했던 맨프레드 피츠제럴드를 제네시스 브랜드 사업부장으로 영입했다. 그해 11월에는 중국 사업 총괄에 이병호 사장을 임명했다.

인사는 2년 내외의 임기를 보장하는 것이 관례다. 하지만 정의선의 현대차에서는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에는 과감한 인사로 변화를 선택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이 같은 이유때문에 구조조정 성과를 내지 못한 일부 핵심 계열사 대표이사에 대한 교체설도 솔솔 흘러나오는 분위기다.

SK그룹은 12월 초에 임원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7월 과거 상무, 전무 등으로 나뉘던 임원 직급제도를 폐지한 만큼 이번에 발표되는 인사 규모는 40% 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내부적으로는 직책 변경에 따른 전보 인사도 실시될 전망이다. 이는 본부장, 실장, 그룹장 등의 직책 인사로, 계열사별로 조직개편 등과 맞물려 진행된다.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장동현 SK 사장 등의 거취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교체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 분석이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젊어진 총수들은 단순 성과가 아니라 경영 방식 자체에도 변화를 요구하는 등 적극적인 혁신 의지를 보여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며 “글로벌 경영환경이 갈수록 예측 불가능해지면서 전체적인 안정 기조를 유지하겠지만 외부 인재 영입과 함께 대대적인 세대교체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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