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수첩] ‘중위험 투자’라는 은행의 거짓말
  • 이윤희 기자 stels@hankooki.com
  • 기사입력 2020-02-20 15:44:39
  • 금융부 이윤희 기자
[데일리한국 이윤희 기자] “정기예금 금리 1%.”

저금리 기조가 예상 이상으로 지속되면서 “시장에서 돈이 가장 싸다”는 말이 나올 만큼 돈 가치가 떨어졌다. 투기심 없는 사람들마저도 예금 통장에 돈을 넣는 건 '바보 짓'이란 걸 알았다.

기대수명은 높아졌지만 은퇴 연령은 높아지지 못했다. 정년을 마치도록 뒷바라지했지만 자녀들은 계약직을 전전했고 수중의 노후자금은 마르기 시작했다. 마침 오래 믿고 거래한 은행의 창구 직원은 ‘중위험 중수익’ 상품이 있다고 말했다. 주식처럼 위험하지 않지만 예금처럼 지루하지도 않은 상품이 있다고 했다. 남들도 다 한다고 했다.

시중에서 고위험 금융상품이 중위험 상품으로 둔갑해 투자자들에게 팔려 나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DLF(파생결합펀드) 원금 전액 손실 사건과 라임자산운용 환매 증단 사태로 일부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몽땅 잃게 됐다.

그럼에도 비슷한 상품들의 인기는 거세다. 대표적인 중위험 상품으로 포지셔닝한 ELS(주가연계증권) 상품은 지난해 역대 최고치인 약 100조원어치가 팔렸다. 사모펀드 수탁액도 2014년 173조원에서 지난해 말 333조원으로 2배 가량 급증했다.

ELS는 주가, 금리, 원자재, 통화 등 다양한 자산을 기초로 발행되는 증권이다.통상 최장 3년인 가입기간에 기초자산이 일정 순준 이상일 때 연 5~10%의 약정 수익(이자)이 지급되지만,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수준 밑으로 떨어지면 원금 손실 위험이 있다.

일정 주가대 아래로만 가지 않으면 무조건 수익을 보장한다고 하는 말이 일견 그럴 듯 해 보이지만, 주가 하락이 빈번한 곳이 주식시장이란 상식을 고려하면 그 주가대를 지키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실제 상품들의 기초자산과 옵션은 다양하고 이 것들은 시시때때로 출렁이는 시장 방향성에 좌우된다.

최근 들어 발행 증권사들이 목표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변동성이 큰 원유나 해외종목 등의 투자 대상을 기초자산에 포함하는 비중도 높아졌다.

감당해야 할 위험을 감안한다면 중위험 중수익이 아니라 '고위험 저수익 상품'들인 셈이다. 제2의 라임 펀드나 제2의 독일 국채 금리 연계 DLF는 지금 이 시간에도 팔리고 있을 것이다.

물론 시장엔 고위험 상품도 존재해야 하고 고위험 투자로만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그렇지만 금융지식이나 거시경제 정보가 풍부한 사람이 아니라면, 그저 예금 이자 이상을 바라는 안전주의 투자자라면, 중위험이란 말이 주는 달콤함에 한 번쯤 의심을 가져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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