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중원 기수 자살한 지 3개월 지났으나 진상규명 '미흡'…김낙순 마사회장은 뭐하나
  • "김 회장 퇴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져
  • 이창훈 기자 lch@hankooki.com
  • 기사입력 2020-02-21 17:24:44
[데일리한국 이창훈 기자] 한국마사회 고(故) 문중원 기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약 3개월이 흘렀으나, 그의 죽음에 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와 노동계, 종교계 등은 정치권과 문재인 정부를 향해 “고 문중원 기수의 죽음으로 드러난 마사회의 ‘불법·부패’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시민단체 안팎에서는 “고 문중원 기수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상 규명을 하지 않는 김낙순 마사회장은 퇴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 김낙순 한국마사회장. 사진=한국마사회 제공
◇고 문중원 기수 유족, 이인영 대표 면담…“이인영 대표 측 연락 주기로”

‘한국마사회 고 문중원 기수 죽음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이하 시민대책위)와 고 문중원 기수 유족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면담을 가졌다.

시민대책위에 따르면 고 문중원 기수의 유족은 이번 면담에서 “고 문중원 기수의 유서에 명시돼 있는 책임자를 처벌하고, 고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100일이 되기 전에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요청했다. 고 문중원 기수가 지난해 11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이날로 85일이 됐으며, 고인의 시신이 안치된 운구차가 정부서울청사 옆에 마련된 시민분향소로 옮겨진지도 57일째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고 문중원 기수와 관련한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대책위 관계자는 “고 문중원 기수 유족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이인영 대표에게 설명했으나, 이인영 대표는 이번 문제에 대해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며 “이 대표가 유족에게 위로의 말 한 마디 건네지 않는 것을 보면서 씁쓸했다”고 말했다.

다만 시민대책위 측은 “아직 확정된 일정은 없지만, 이인영 대표 측이 이번 사태를 파악한 후에 추후 연락을 주기로 했다”며 “이번 문제와 관련해 향후 추가적인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 정부서울청사 옆에 마련된 고(故) 문중원 기수 시민분향소. 사진=이창훈 기자
◇시민대책위 “마사회, 부정·부패 백화점”…마사회 “과거 국감서 소명”

시민대책위는 지난 19일 마사회 불법·부패 의혹을 대거 제기하고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했다. 국민감사는 만 19세 이상 국민 300명 이상 연서로 공공기관의 법령 위반이나 부패 행위 등에 대해 감사를 요청할 수 있는 제도다. 시민대책위에 따르면 이번 국민감사 청구에는 고 문중원 기수 유족을 비롯한 시민 711명이 참여했다.

시민대책위는 마사회와 관련해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 감사 자료 허위 제출 의혹 △외국인 AI(인공지능) 도박단에 특혜 제공 의혹 △공공기관 고객만족도(PCSI) 조사 조작 의혹 △부적절한 운영비 사용 의혹 등을 제기했다.

시민대책위 측은 마사회가 ‘교차투표 개선 실적’ 관련 교차수신 자료(2017년 자료)를 사감위에 허위로 제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차수신은 타 경마장에서 실시하는 경주를 화상으로 전송받아 발매·관람하는 경주를 말하는데, 마사회가 교차수신 횟수를 줄여 자료를 허위 제출했다는 것이다. 마사회의 허위 자료를 토대로 사감위의 ‘2018년 사행산업 시행기관 건전화 평가’가 이뤄졌다는 게 시민대책위 측의 주장이다.

실제 한국행정학회가 2018년 7월에 발표한 ‘제3차 사행산업 건전발전 종합계획 연구’에 실린 사감위 내부 자료에 따르면 렛츠런파크 제주의 교차수신은 2007~2011년, 2016~2017년에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사회의 전체 교차수신 비율은 렛츠런파크서울과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렛츠런파크 제주의 교차수신을 합산한 평균치로 산출된다.

시민대책위 황규수 변호사는 “실제 제주 경마장의 입장권 판매를 보면 자체 시행(해당 경마장에서 직접 실시하는 경주)이 없는 날에도 입장객이 있었다”며 “자체적으로 시행하는 경기가 없는데도 입장객이 있었다는 것은 해당 날짜에 교차수신이 있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민대책위는 또한 마사회가 특정 지사에서 벌어지는 배당률 화면 촬영을 통한 정보 수집을 방관해 외국인 도박단에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시민대책위는 외국인 도박단이 배당률 촬영으로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최대 승률을 산출할 수 있는 컴퓨터 시스템인 ‘CRW’를 활용했고, 이를 통해 부당 이득을 취했다고 주장했다.

한국마사회법 48조에 따르면 재산상의 이익을 위해 마사회가 제공하는 경주의 배당률, 경주화면 및 음성, 컴퓨터 프로그램 저작물(경마 정보에 관한 전자문서 포함) 등을 복제·개작 또는 전송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이에 대해 마사회 측은 “시민대책위가 제기한 고객만족도, CRW 등은 과거 문제 제기돼 국정감사를 통하 충분히 소명했던 부분”이라며 “의혹 제기에 대해 감사가 진행된다면 성실히 감사를 받고 향후 문제점이 발견되면 엄중히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낙순 회장, 현장 점검 후 시설 개선 추진…대책위 “생색내기 쇼 그만”

이와 관련, 김낙순 회장은 최근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을 방문해 현장 점검을 실시하고, ‘말관계자 복지관’ 신설, 마사지역 및 조교사 사무실 전면 리모델링 등 환경 개선 계획을 수립했다. 김낙순 회장은 약 110억원을 투입해 시설 개선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마사회는 기수, 조교사, 말 관리사가 이용하는 말관계자 복지관을 신축한다. 연면적 530평 규모의 이 복지관은 올해 4월 착공돼 2022년 완공 예정이다.

김 회장은 “마사회는 앞으로도 경마 산업 종사자와의 주기적인 스킨십을 강화해 근로 환경 개선뿐 아니라 함께 공생할 수 있는 경마 제도 개선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시민대책위는 성명을 내고 “생색내기 쇼 그만하고 유가족 피눈물부터 닦아라”고 힐난했다. 시민대책위는 “복지관 신설은 마사회가 2017년 추진하겠다고 이미 밝힌 내용이고, 마사지역 개선도 오랫동안 지적된 사항”이라며 “과거 지적된 것들을 개선하지 않고 이제야 개선하겠다고 발표하는 것은 생색내기 쇼”라고 꼬집었다.

마사회 측은 “현재 고 문중원 기수와 관련한 사건에 대해 경찰 조사가 진행 중으로,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오면 결과에 따라 엄중히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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