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표기업] <18> LG화학, 전기차 배터리로 세계시장 '우뚝'
신지하 기자 jiha@hankooki.com 기사입력 2020-08-03 07:00:12
[편집자주] 이제 우리나라 기업들도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나며 해외에서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뛰어난 기업을 많이 가진 나라는 대체로 잘 사는 편이다. 선진국은 오랜 전통의 기업들과 새로운 시장에서 성과를 낸 기업들이 명맥을 이어가며 경제성장과 풍요를 누리고 있다. 이에 데일리한국은 세계시장에서 경제전쟁을 치르고 있는 국내 대표기업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비전을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매출액이 많은 기업들을 시리즈로 연재한다.

  •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이미지. 사진=LG화학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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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신지하 기자]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가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올 1분기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에서 '배터리 강자'로 꼽히는 일본 파나소닉과 '신흥 강자'로 불리는 중국 CATL을 누르고 세계 1위에 올라섰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LG화학의 배터리는 지난 1분기 세계 각국에 등록된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사용량 가운데 27.1%를 차지했다. 올 들어 5월까지 점유율에서도 24.2%를 차지해 1위를 지켰다. 이러한 전기차 배터리 사업 호조로 LG화학은 올 2분기 영업이익이 5716억원으로 전년보다 131.5% 증가했다.

LG화학은 '한국 오창~미국 홀랜드~중국 난징~폴란드 브로츠와프'로 이어지는 글로벌 4각 생산체제를 구축하며 안전성·성능·원가 경쟁력을 확보했다. 현재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유럽의 폭스바겐, 르노, 볼보, 아우디와 미국의 테슬라, GM, 포드, 루시드모터스 등 전세계 대부분 주요 완성차 업체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올해 초 기준 전기차 배터리 수주 잔고는 150조원에 이른다.

  • LG화학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업장. 자료=LG화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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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터리 사업 진출 25년…'세계 최초' 수식어 잇달아

LG화학은 1995년 첫 리튬이온 배터리 연구개발에 돌입하며 전지사업에 진출했다. 1997년에는 청주에 배터리 공장을 짓고 1999년에는 국내 최초, 세계에서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리튬이온 배터리 양산에 성공했다.

자동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은 2000년부터 시작했다. 2001년 미국 트로이에 기술센터를 설립한 LG화학은 2004년 독자적으로 '안전성 강화 분리막' 기술 개발에 성공했으며, 연이어 2005년에는 세계 최초로 '원통형' 리튬이온 배터리를 양산했다. 2009년에는 2010년 양산된 세계 첫 전기차 GM '시보레 볼트'의 리튬이온 폴리머 배터리 단독 공급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2010년대에 들어와서도 LG화학의 배터리는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를 여러 번 꿰찼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어떠한 형태의 기기에도 맞춤형으로 제작할 수 있는 '프리 폼(Free Form)' 리튬이온 배터리를 개발했다. 또 세계 최초로 스마트워치용 배터리, '헥사곤(Hexagon)' 리튬이온 배터리와 '와이어' 리튬이온 배터리를 선보이기도 했다.

LG화학의 전기차용 주력 제품인 파우치형 배터리는 원통 혹은 각 모양의 케이스를 사용하지 않아 면적당 에너지 효율이 높고 패키징에 용이하다.

LG화학 측은 "현재 파우치 배터리는 고객 맞춤형 생산이 많아 생산 원가가 높은 편이지만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원가도 점차 하락하고 있는 추세"라며 "장기적으로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파우치형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LG화학은 화학 기반의 회사라는 강점을 바탕으로 소재 내재화를 통한 원가 경쟁력도 확보했다. 또 자사의 특허 기술을 다수 보유해 배터리 성능면에서도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 대표 기술로는 '라미네이션 앤 스태킹(Lamination & Stacking)' 제조 기술과 '안전성 강화 분리막' 기술이 있다.

◇ '락희화학'으로 출범 이후 70년 넘는 혁신…글로벌 종합석유화학사로 성장

LG화학은 1947년 '락희화학'으로 출범했다. 첫 제품은 화장품 '럭키크림'이다. 그동안 수입에 의존해 왔던 플라스틱 가공 제품을 국내에서 생산하기 시작한 락희화학은 1956년 PVC파이프와 폴리에틸렌 필름 등 소재산업에도 진출했다. 1969년에는 기업공개를 추진했으며 1974년 '럭키'로 상호를 변경했다.

이후 석유화학 원료사업 진출을 위한 여천공장을 건설했으며 PVC 및 ABS 생산 공장을 잇달아 준공하며 플라스틱 원료의 국산화를 이뤄냈다. 1979년에는 국내 화학기업 최초로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중앙연구소를 개소했다.

1980년대에는 분산염료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등 고부가산업인 정밀화학과 첨단소재 분야에도 진출했다. 1990년대에는 여천 납사분해공장과 PE, VCM, SM 공장을 준공하며 국내 최초로 석유화학 분야의 수직계열화 체계를 구축했다. 해외에서는 1983년 당시 최대 규모의 해외 합작 사업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 VCM, PVC 공장 건설을 시작으로 유럽과 동남아시아까지 해외 진출에 적극 나섰다.

1995년 지금의 사명으로 변경한 LG화학은 이 같은 70여년간의 혁신과 도전을 통해 미국화학학회(ACS)의 세계 화학기업 종합평가에서 국내 기업으로는 최초로 '2017 글로벌 톱(Top) 10'에 선정되기도 했다.

LG화학은 올해 꿈의 소재로 불리는 탄소나노튜브(CNT) 시장 공략에 나선다. 지난 4월 LG화학은 내년 1분기까지 약 650억원을 투자해 여수공장에 CNT 1200톤을 증설한다고 밝혔다. 증설이 완료되면 LG화학은 기존 500톤과 합해 총 1700톤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CNT는 전기와 열 전도율이 구리 및 다이아몬드와 동일하고 강도는 철강의 100배에 달하는 차세대 신소재다. 배터리, 반도체, 자동차 부품, 항공기 동체 등에 폭넓게 쓰인다.

이와 관련 LG화학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과 더불어 최근 리튬이온 배터리의 양극 도전재 용도로 급성장하는 CNT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CNT를 양극 도전재로 사용하면 기존의 카본블랙과 비교해 약 10% 이상 높은 전도도를 구현해 도전재 사용량을 약 30% 줄이고, 그 공간을 필요한 양극재로 더 채워 리튬이온 배터리의 용량과 수명을 늘릴 수 있다. 이에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중심으로 CNT 수요는 지난해 3000톤 규모에서 2024년 1만3000톤 규모로 연평균 34%의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국래 LG화학 석유화학사업본부장은 "향후 CNT를 비롯해 차세대 고부가 소재 분야에서도 독자기술 및 양산 경험을 바탕으로 압도적인 시장 선도 업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LG화학은 CNT 관련 분야에서만 250여건 이상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 LG화학 여수 탄소나노튜브(CNT) 공장 전경. 사진=LG화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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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학'을 뛰어넘어 '과학' 기업으로…14년 만에 만에 새 비전 선언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지난 5월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과학을 인류의 삶에 연결합니다'라는 새 비전을 발표했다. '화학'을 뛰어넘어 '과학'을 품은 회사로 도약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2006년 '차별화된 소재와 솔루션으로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세계적 기업'이란 비전을 내놓은 지 14년 만의 일이다.

  •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지난 5월7일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과학을 인류의 삶에 연결합니다'라는 내용의 LG화학 새 비전을 선포하고 있다. 사진=LG화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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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부회장은 "지금까지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과학과 우리가 축적한 과학으로 깨지지 않는 화장품 뚜껑부터 세상에 없던 최고의 배터리를 만들기까지 꿈을 현실로 만들어 왔다"며 "이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사업모델을 진화시키고 다른 분야와 융합해 고객의 기대를 뛰어 넘는 가치를 만들어갈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LG화학은 이번 새 비전 선포에 맞춰 사업분야·조직문화 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석유화학부문은 이산화탄소 저감, 폐플라스틱 재활용 등 지속가능성 트렌드에 맞춰 바이오 기반의 친환경 플라스틱을 개발하고 공정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해 다양한 업체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전지부문은 글로벌 자동차업체들과 합작법인을 설립하며 글로벌 사업운영 역량을 높이고 공동연구를 확대해 고성능 배터리를 개발하는 등 e-모빌리티 혁신을 추진한다.

첨단소재부문은 양극재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규 배터리 소재 사업 발굴을 위해 글로벌 소재 업체와 다양한 협력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생명과학부문은 AI를 활용한 신약 타겟 발굴 및 알고리즘 개발에 연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AI 기반의 암세포 변이 예측 프로그램 보유 기업과 협업해 항암 치료 백신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 LG화학 새 비전 및 핵심가치. 자료=LG화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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