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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번 홀의 묘미, 골프 복기
골프 실력을 향상시키는 비법
조상현 인터넷한국일보 부사장 · WPGA회원 2012-06-18 00:54:12

골프를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필자의 경우, 요즘 같이 잔디에 힘이 있는 신록의 계절이 연중 최고의 스코어를 선사했던 것 같아서 은근히 기대를 갖고 필드로 향한다. 그런데 마음만큼 따라주지 않는 스코어에 좌절을 겪기도 한다. 

모든 스포츠에는 충분한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실전을 위해 피나는 훈련과 연습으로 시간을 쏟아 붓는다. 필자도 한참 골프에 몰입했던 시절에는 역도 선수의 손처럼 굳은 살이 배겼다. 하지만 연습을 열심히 한다고 늘 좋은 결과가 있은 건 아니었다. 때론 좋은 성적으로 우쭐했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어처구니 없는 플레이로 경기를 망치기도 했다. 그러나 그렇게 경기가 끝나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유독 바둑만은 예외다. 대부분의 바둑 경기에선 실전과 복습이 병행된다. 바둑은 가로, 세로 각 열아홉 줄을 그어 만든 361개의 교차점을 중심으로 흰돌과 검은돌을 번갈아 놓아 만든 집의 크기로 승부를 가리는 경기다. 이 바둑의 진정한 묘미는 복습, 즉 복기(復碁)다. 복기란 대국이 끝난 후 바둑에서 승착(承着, 그 자리에 그 돌을 놓는 바람에 결국 그 판에서 이기게 된 좋은 수)과 패착(敗着, 그 자리에 그 돌을 놓는 바람에 결국 그 판에서 지게 된 나쁜 수)을 찾고, 승패를 떠나 ‘최선의 수’를 찾기 위해 두었던 대로 다시 처음부터 돌들을 놓아보는 것이다.

유년시절 아버지 어깨너머로 본 바둑의 복기는 실로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어떻게 300여 개 돌들의 순서와 위치를 일일이 재현할 수 있을까?’
‘바둑을 두는 사람들은 기억력이 참 좋구나!’
세월이 흐른 뒤, 복기의 참 의미를 알게 되었을 때 그 상황이 충분히 이해되었다. 프로 기사들이 두는 각 수에는 수많은 고민과 의미가 담겨있다. 기억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필자도 골프를 시작하고서 얼마 후부터 자연스럽게 복기가 되었다. 속칭 '백돌이' 시절에는 복기가 거의 불가능했다. 복기 수준이 아니라 자신의 점수 계산도 어려웠다. 보기플레이어가 되니 지난 홀의 복기가 가능해졌고, 싱글 수준이 되니 필자뿐 아니라 동반 플레이어들의 게임까지 복기가 가능해졌다. 만약 싱글플레이어가 자신의 점수를 잘못 써낸다면 그것은 기억을 못한다기보다 속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지금은 시들해졌지만 국내에서 바둑이 대중적인 인기몰이를 한 적이 있다. 그 중심에는 일인천하 시대를 연 바둑천재 조훈현과 토종바둑의 전설 서봉수가 있었다. 그들의 실력만큼이나 그들이 겨룬 대국은 항상 관심거리였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15년 동안 360전(戰) 이상을 겨룬 조훈현과 서봉수의 대국에선 단 한 차례도 복기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만큼 라이벌 의식이 강했던 것이다. 복기를 한다는 것은 전략을 공유하는 것이고, 상수가 하수에게 한 수 가르쳐주는 의미도 있기 때문에 두 거장들은 복기의 절차를 생략한 듯하다.

바둑이 그렇듯, 골프 복기의 과정도 치열한 자기 반성과 성찰의 과정이다. 복기를 통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골퍼의 의지며, 패배의 원인을 찾아 이를 보강하려는 노력이다. 많은 일반 골퍼들이 라운드 전 연습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런데 라운드가 끝난 후에는 점수 자체에만 울고 웃을 뿐이다. 19번홀에서 게임을 되돌아보는 시간은 실력 향상의 시간이기도 하며 때론 골프의 묘미를 맛 볼 수 있는 시간으로서 또 다른 골프의 즐거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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