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민준의 골프세상] 사이비 스승과 좋은 스승의 차이
  • | 2017-02-17 14:12:53
[골프한국] 자영업을 하는 구력 10년의 N씨는 골퍼로서 두 얼굴의 사나이다.
기량 면에서 N씨는 누가 봐도 싱글골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의 싱글실력은 내기골프에서만 발휘될 뿐 내기가 없는 게임에서는 그는 어김없이 80대 중반을 헤맨다.
N씨는 동네 선배의 권유로 처음 골프채를 잡았다. 해병대 출신인 선배는 거의 강제로 N씨를 연습장으로 끌고 갔다. 코치역할도 자청했다. N씨는 선배가 제대로 가르치는지 체크할 틈도 없이 소나기 맞듯 선배의 주입식 골프레슨을 받았다.

골프채를 잡은 지 한 달 만에 선배에 끌려 골프장이란 데를 나갔다. 실력도 병아리수준인데다 난생 처음 골프장이란 데를 구경하는 것이어서 뭐가 뭔지 몰라 어리둥절해 있는 N씨는 자기 의사와는 상관없이 내기골프에 가담하게 됐다.
N씨는 극구 사양했지만 선배의 강권을 뿌리칠 재간이 없었다.
“골프를 제대로 배우려면 그만큼 투자해야 하는 거야. 처음부터 잘 치는 사람이 어디 있어? 비싼 수업료 내고 배우면 골프실력은 저절로 늘어나는 거라고!”

선배의 말에 N씨는 쩨쩨한 사람이 되기 싫어 말도 안 되는 내기 게임에 참여했다. 핸디캡도 100타를 치는 것으로 계산했다. 아무리 운동신경이 발달했다고는 하지만 겨우 골프가 어떻게 하는 운동인가를 감지한 N씨에겐 너무 가혹했다. 다른 멤버들도 처음 머리 얹는 사람을 내기에 끌어들이는 것은 너무 심하지 않느냐는 뜻을 비쳤다. 그러나 선배는 나름대로의 근거를 제시하며 자기의 주장대로 밀고 나갔다.
“해병대에서 신병 훈련할 때 사정 봐가며 달래면서 하는 것 봤어? 처음부터 무섭게 몰아쳐야 깡다구가 생기는 거라고. 내 말 알아듣겠어? 골프도 처음 머리 얹을 때 매서운 맛을 봐야 독이 올라 열심히 연습하게 된다 이 말이야.”
N씨는 선배가 술자리에서 자주 해병대 얘기를 꺼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선배의 이 말에 다른 동반자들도 더 이상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N씨는 처음 머리를 얹은 그날을 잊지 못한다. 가슴을 설레며 처음 나간 골프장에서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도무지 기억해낼 수 없는 그날을 잊지 못한다. 단 한 가지 기억나는 것이라곤 처음 링에 오른 아마추어 권투선수가 무차별 펀치 세례를 받듯 그는 정신없이 지갑을 열었다 닫았다 한 것 외에는 아무 것도 기억할 수 없었다.
라운드가 끝나고 얼이 빠져 말을 잃은 N씨에게 선배는 말했다.
“골프라는 운동이 그런 거야. 골프장에서는 실력으로 돈을 따는 게 장땡이라고. 약육강식의 정글이나 마찬가지야. 이 살벌한 판에서 살아남으려면 남 놀 때 열심히 칼을 가는 수밖에 없어.”

골프를 단지 승부와 내기의 세계로만 파악하고 있는 선배의 잘못된 골프관은 그대로 N씨에게로 전수됐다. N씨는 그날 이후 연습장에서 이를 악물고 칼을 갈아 비교적 단기간에 살벌한 내기골프의 세계에서 경쟁력 있는 투사로 등장할 수 있었다.
‘골프 신동’으로써 1년 정도 내기골프에서 짭짤한 재미를 본 N씨는 골프에 관한 한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선배는 이런 후배를 자랑스러워했다.
그런데 어느 날 동네 선후배가 아닌 거래선의 간부들과 라운드 할 기회가 생겼다. 물론 내기가 아닌 친선게임이었다. 골프채를 잡은 지 6 개월 만에 싱글을 기록했던 N씨는 스파링게임을 하듯 가벼운 마음으로 티잉 그라운드에 섰다.
18홀을 끝내고 클럽하우스로 돌아오는 N씨에게 이 날은 그의 골프 역사상 두 번째 잊을 수 없는 날로 각인 되었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참담한 스코어를 기록했다. 거래선에 알려진 N씨의 골프 명성은 헛소문으로 추락하고 “그럴 때도 있지요 뭐. 프로들도 10여타씩 차이가 난다는 데요.”라는 동반자들의 위로는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날뛰더니 꼴 좋다. 골프가 그렇게 호락호락한 줄 아느냐?’라는 빈정거림으로 들렸다.
이후 그는 친선게임 때마다 비슷한 참담함을 맛보아야 했다. 내기게임에서는 제 실력이 발휘되는데 이상하게도 아무 것도 걸리지 않는 친선게임에 나가면 영 맥을 못 추었다. 자연히 내기를 자청하게 되고 친선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은 N씨를 피하기 시작했다.

아주 뒤늦게 N씨는 처음 동네 선배로부터 골프를 배울 때 잘못 배운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지만 잘못된 골프습관은 이미 N씨의 머리와 근육 속에 굳어 있어 어쩔 도리가 없었다.
‘골프란 무조건 상대를 이겨야 하는 적대적 게임이고 게임을 하면 반드시 돈을 따야 한다.’는 잘못된 골프관 때문에 돈이 걸려 있지 않은 친선게임에서는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다.

N씨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첫 골프 스승으로 누구를 만났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평생 스윙자세와 골프관, 그리고 골프에서 얻는 즐거움의 강도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행히도 좋은 골프스승을 만나느냐, 사이비 골프스승을 만나느냐 하는 것은 선택의 대상이 아니다. 그것은 개개인의 운이다.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뉴스팀 news@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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