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민준의 골프세상] 가장 부드러운 것이 가장 강하다
  • | 2017-03-23 10:04:57
[골프한국] 일찍이 노자(老子)는 물의 성질에 찬사를 아끼지 않고 삶의 지표로 삼을 것을 주장했다. 노자는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上善若水)’고 하여 물 흐르듯 하는 삶을 권유했다.

물 흐르듯이 살아간다는 것은 곧 부드러운 삶이다. 이 세상에 물처럼 부드럽고 약한 게 없지만 단단하고 강한 것을 이기는 데는 물만큼 강한 것이 없다고 본 것이다. 나아가 노자는 강한 것을 부정적인 것으로, 부드러운 것을 긍정적인 것으로 봤다.

사람이 태어날 때는 부드럽고 약하지만 죽을 때는 단단하고 강하고, 풀과 나무도 태어날 때는 부드럽고 여리지만 죽어갈 때는 말라비틀어지는 것 등을 예로 들며 부드럽고 약한 것을 삶의 모습으로, 강하고 단단한 것을 죽음의 모습으로 보았다. 노자는 계속해서 혀는 부드럽고 이빨은 단단하지만 혀가 오래 가고 이빨이 먼저 망가지는 비유를 들어 탄력성 있는 체제는 오래갈 수 있으나 경직된 체제는 무너지기 쉽다고 주장했다.

노자의 부드러움에 대한 철학은 골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구력이 짧은 골퍼일수록 온갖 상황의 악조건과 맞닥뜨리는 골프장에서 쇠처럼, 바위처럼 강하고 격하게 부딪히고 대든다. 장애물을 만나도 거기에 순응하려 들지 않고 무모하게 이기려 든다. 위기에 처했을 때도 돌아갈 줄 모르고 정면 돌파를 마다하지 않는다. 이런 자세가 간혹 기대 밖의 결과를 가져다 줄 때도 없지 않지만 대게는 실패를 안겨주기 마련이다.

골프장에 나와 마음속으로 전의를 다지며 도전욕에 불타는 골퍼는 골프라는 게임 자체를 나와의 조화를 통해 고도의 즐거움을 찾는 운동으로 받아들일 여유가 없다. 골프를 도전하고 극복하고 굴복시켜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즉 골프의 모든 것을 적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나 구력이 한 해 한 해 늘어가고 골프의 이치를 깨달아갈수록 적대감은 줄어들고 그 자리엔 조화와 평정이 자리잡아간다.

물론 모든 동작은 보다 부드러워지고 간결해져 무리가 없어진다. 핸디캡이 낮은 골퍼일수록, 구력이 오랜 골퍼일수록 샷이 부드럽고 코스공략에도 무리나 억지가 없이 부드러워지는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골프채를 잡으면서 평생을 ‘힘을 빼라’는 화두에 매달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바로 골프라는 운동의 요체가 바로 부드러움에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PGA 챔피언스투어의 시니어 프로들이 나이에도 불구하고 젊은 선수들 못지않은 비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부드러움의 비결을 터득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장타자 존 댈리는 1998년 미국 PGA선수권대회에서 강한 드라이버 중독증 때문에 컷오프 통과에 실패하는 수모를 당했다. 기행과 정상을 오락가락 하는 댈리는 30m짜리 거목이 빽빽히 들어차 숲을 이루고 있고 페어웨이가 좁은 골프장의 특성을 무시한 채 드라이버샷을 고집했다. 호쾌한 장타가 강점인 타이거 우즈조차 드라이버를 가방 속에 넣어두고 주로 2번 아이언이나 3번 우드로 티샷을 날리는 전술을 택했는데도 댈리는 “잘 한다, 댈리!”라는 환호성에 우쭐해 코스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드라이버를 빼들고 호기를 부리다 자멸하고 만 것이다. 존댈리가 골프코스의 특성에 슬기롭게 순응하는 부드러움을 몸에 익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골프에서도 부드러운 스윙, 부드러운 동작, 부드러운 마음이 힘찬 스윙, 과격한 동작, 격한 마음을 이긴다. 이것을 터득하면 골프장에서 그렇게 가슴을 태우는 분노와 좌절과 갈등을 맛보지 않아도 될 것이다.
물은 둥근 그릇에 담기면 둥글어지고 모난 그릇에 담기면 모나게 된다. 물 흐르듯 살아간다는 것은 곧 자연에 따른다는 것이다. 노자는 자연에 따라 자유자재로 살아가는 것을 이상으로 여겼다. 골프에서도 물 흐르는 듯한 부드러운 샷과 온갖 상황에 물처럼 자연스럽게 조화하는 마음은 골퍼가 추구해야 할 이상이다.
물 흐르는 듯한 부드러운 샷과 온갖 상황에 물처럼 자연스럽게 조화하는 마음은 골퍼가 추구해야 할 이상이다.

「개미」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그의 철학적 사고의 모음집인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에서 부드러움과 강함의 우열을 뼈대를 예를 들어 고찰했다.

<뼈대가 몸 안에 있는 것이 나을까, 거죽에 있는 것이 나을까? 뼈대가 몸 거죽에 있으면 외부의 위험을 막는 껍질의 형태를 띤다. 살은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보호를 받으면서 물렁물렁해지고 거의 액체상태에 가까워진다. 그래서 그 껍데기를 뚫고 어떤 뾰족한 것이 들어오게 되면, 그 피해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치명적이다.
뼈대가 몸 안에 있으면 가늘고 단단한 막대 모양을 띤다. 꿈틀거리는 살이 밖의 모든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상처가 수없이 많이 생기고 그칠 날이 없다. 그러나 바로 밖으로 드러난 이 약점이 근육을 단단하게 만들고 섬유의 저항력을 키워준다. 살이 진화하는 것이다.

내가 만난 사람들 가운데는 출중한 지력으로 지식이나 감각을 만들어 뒤집어쓰고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공격으로부터 자기를 지키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웃기고 있네”라고 말하면서 모든 것을 비웃었다. 그러나 어떤 상반된 견해가 그들의 단단한 껍질을 비집고 들어
갔을 때 그 타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또 내가 만난 사람들 가운데는 아주 사소한 이견, 아주 사소한 부조화에도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정신은 열려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모든 것에 민감했고 어떠한 공격에서도 배우는 바가 있었다.>

유연함, 부드러움이 단단함이나 강함을 이기는 까닭을 알만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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