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민준의 골프세상] 우승 이미림, 용암처럼 코스를 지배하다
  • | 2017-03-27 21:21:10
  1. 이미림
[골프한국] 지난 24~2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즈배드의 에비에라GC에서 열린 LPGA투어 시즌 6번째 대회 기아클래식에서 이미림(27)이 펼친 경기는 보기 드문 장관이었다. 특히 마지막 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7개의 버디를 거둬들인 그의 플레이는 용암의 흐름을 연상케 했다. 

1라운드에서부터 3라운드까지 매일 4~5타씩 줄여온 그의 플레이는 장강의 도도한 흐름을 떠올리게 했는데 마지막 라운드에선 그 흐름이 아무도 저항할 수 없는 용암으로 변했다.
하와이의 빅 아일랜드 활화산 분화구에서 뿜어져 나온 용암이 경사면을 흐르는 장관을 보는 듯했다. 검붉은 용암이 경사를 타고 흐르며 주변 초목을 한줄기 연기로 삼키고 바다에 이르러 비로소 흰 비말을 일으키며 뜨거운 열을 식히는 장관을 이미림에게서 볼 수 있었다.
이미림은 경쟁자들의 도전과 저항에 아랑곳없이 철두철미하게 자신의 플레이를 펼쳤고 그가 뿜어내는 눈부신 아우라에 경쟁자들은 길을 열어주든가 화상을 입든가, 아니면 제풀에 주저앉았다. 마지막 홀에서 이미림은 바다에 다다른 용암처럼 땀방울을 튀기며 도도한 흐름을 이어온 자신을 자축했다.

지난해 태국의 아리야 주타누간이 승승장구하며 LPGA에서 난공불락의 성처럼 인식되고 있으나 사실 이미림은 아리야 주타누간을 능가할 재목이다. 신체적 조건이나 기량 면에서 뒤쳐질 이유가 없었다.
신장(172cm)만 주타누간보다 2cm 작을 뿐 터질듯 한 허벅지가 바탕이 된 견고한 하체와 유연한 허리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다. 스윙 면에선 파워 위주의 주타누간보다는 파워에 리듬을 더한 이미림이 더 우위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2014년 LPGA에 뛰어들자마자 마이어 클래식과 레인우드 클래식을 연달아 제패한 것만 봐도 그의 신체조건이나 기량이 정상수준에 도달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만한 기량과 신체조건에 LPGA투어 통산 2승은 걸맞지 않은 전력이다.
2년 전 2015년 기아클래식에서 3라운드까지 선두를 질주하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크리스티 커(미국)에게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지난해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2라운드까지 단독 선두를 달리다 아리야 주타누간에게 추월당하지 않았다면 그는 주타누간에 앞선 난공불락의 성으로 우뚝 섰을 것이다.
내가 보기에 그동안 이미림은 악력(握力)이 부족했던 것 같다. 기회는 자주 찾아오고 또 그 기회를 잡기는 하는데 잡힌 기회를 놓치지 않고 붙들고 늘어지는 악력이 부족했다. 선두로 나가다 자주 역전을 당한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아리야 주타누간을 대적할 수 있음은 물론 그를 능가할 대선수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허리 회전은 주타누간보다 유연하고 스윙 역시 더 부드럽다. 무엇보다 주타누간은 드라이버 노이로제에 걸려 있으나 이미림은 드라이버를 능숙하게 다룰 줄 안다.
평정심을 유지하는 면에서도 이미림이 우위에 있는 듯하다. 지금은 많이 개선되었지만 주타누간은 결정적 순간에 표정이 변하며 몸이 굳는 현상이 일어나지만 이미림은 그런 감정의 요동을 겪지 않는다. 부족하다면 파이팅과 경쟁심이 아니었을까 싶다. 악력의 결여와 일맥상통한다.

이번 기아클래식에서의 좋은 체험으로 이미림은 LPGA의 톱클래스로 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계기를 잡았다.
그와 우승경쟁을 벌이다 공동 4위에 머문 허미정, 꾸준한 선두권 경쟁을 벌이며 2위를 차지한 유소연, 선두에 차근히 접근하다 마지막 홀 더블보기로 10위로 내려앉은 전인지, 한창 우승을 위한 예열을 하며 공동4위에 오른 박성현 등 세계여자골프의 주류 중의 핵심 태극낭자들과의 경쟁에서 골프의 정수를 경험하고 실천했기에 그로선 한 차원 높은 골프를 위한 귀중한 초석을 다진 셈이다.

분화구에서 흘러넘친 용암의 기세로 2년6개월 만에 귀중한 세 번째 우승을 차지한 이미림에게 말해주고 싶다. 뜨거운 용암이 바다에 떨어져 몸을 식히듯 용암으로 흐르던 시간을 냉철하게 반추해보라고.
무엇이 그로 하여금 자신의 리듬을 놓치지 않고 안정된 경기를 펼치게 했는지, 조바심이나 갈등이 끼어들 틈 없이 물 흐르듯 경기를 펼칠 수 있었던 까닭이 무엇이었는지, 마음의 평정이 무너지려 할 때 어떻게 대처했는지, 캐디와는 어떻게 교감했는지, 전체 라운드를 지배한 기운이 어떤 것이었는지 등을 곰곰이 되새겨보면 귀한 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뉴스팀 news@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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