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민준의 골프세상] '때 맞춰 내린 비' 김시우, PGA투어가 놀랐다!
  •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
  • | 2017-05-15 19:21:29
  1. 김시우가 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KPGA
[골프한국] 골프코스와 선수는 어제와 그대로인데 한 가지 변한 게 있었다. 선수들의 마음이었다.

지난 15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 베드라비치의 소그래스TPC에서 열린 제5의 메이저대회 PGA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에서 김시우(21)를 빼곤 모두가 요동치는 마음에 휘둘렸다. 이 바람에 눈앞에 다가온 승리를 놓친 것은 물론 많은 선수들이 참담한 추락을 맛보아야 했다. 

앞선 라운드를 거치면서 변한 게 있다면 컷 탈락한 선수와 컷 통과한 선수, 선수들 각자의 생체리듬과 감성리듬, 그리고 약간의 날씨 변화였을 것이다. 그러나 3라운드를 끝낸 뒤 마지막 라운드를 맞은 선수들을 결정적으로 지배한 것은 선수들의 마음이었다.

21억 원이 넘는 우승상금을 포함한 두둑한 상금, 세계 톱랭커들이 출전한 대회에서의 우승이라는 자존감, 우승에 뒤따르는 각종 혜택 등을 머릿속에 담고 마지막 라운드를 맞은 선두권 선수들의 얼굴엔 긴장감이 감돌았다. 겉으론 애써 태연한 척 했지만 모두가 우승의 기회를 쟁취하겠다는 결의에 차있었고 전의가 불탔다. 

김시우라고 마음이 요동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기라성 같은 세계적 선수들과 어깨를 겨루며 리더보드 상단을 차지한 그로선 잘 하면 PGA투어 두 번째 우승을 거두면서 거액의 상금을 거머쥘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을 갖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그는 엄청난 인내심을 발휘하며 마음의 요동을 진정시키고 평정심을 유지하는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다른 선수와 차이가 있다면 다른 선수들은 우승이나 상금 두둑한 상위권을 차지하게 기를 쓰는 모습이었다면 김시우는 최선은 다하되 날이 넘는 것은 피하겠다는 극도의 자제심을 발휘했다.

김시우에게 변화가 있었다면 3라운드에선 우승권에 들기 위해 모험을 하고 도전하는 자세였다면 마지막 라운드에선 철저하게 위험을 배제하며 자신의 리듬을 잃지 않겠다는 태도가 뚜렷했다는 점일 것이다. 예를 들면 3라운드에서 파5 홀에서 2온을 노리기 위해 페어웨이에서 드라이버로 두 번째 샷을 날리기도 했는데 4라운드에선 1온이 가능한 파4홀에서 아이언으로 티샷을 하는 신중함을 보였다.
인내심을 발휘하며 침착하게 경기를 이끌어가는 그의 모습은 움직이는 바위를 보는 듯 했다. 

곳곳에 크고 작은 벙커가 악마의 입처럼 벌리고 있고 하얀 볼에 굶주린 듯한 워터해저드가 도사린 골프코스에서 요동치는 마음의 포로가 된 대부분의 선수들은 희생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4위 김시우에 2타 앞서 카일 스탠리와 함께 공동 선두로 마지막 라운드를 시작한 미국의 장타자 J.B. 홈즈는 골프에선 누구나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질 수 있음을 실증으로 보여주었다.
홈즈는 전반전은 그럭저럭 상위권을 유지했으나 후반전 들어 급전직하로 무너지기 시작, 하루에 12오버파를 쳐 합계 3오버파로 순위가 공동 41위로 추락했다. 

영국의 이언 폴터와 남아공의 루이 우스투이젠 정도만 추락을 모면해 공동 2위에 올랐을 뿐 스타급 선수들이 모두 참담한 추락을 맛보아야 했다.
3라운드에서 공동 7위에 오르며 우승의 불씨를 살렸던 2017 마스터스 챔피언인 세계랭킹 6위 세르히오 가르시아는 마지막 라운드에서 6오버파를 쳐 공동 30위로 주저앉았다. 세계랭킹 2위 로리 매킬로이는 합계 2오버파로 공동 35위, 세계랭킹 3위인 전년도 챔피언 제이슨 데이는 합계 7오버파 공동60위로 추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세계랭킹 5위 조던 스피스는 아예 컷 통과에도 실패했다.

세계랭킹 1위인 더스틴 존슨만이 합계 2언더파로 공동 12위에 올라 그나마 톱랭커로서의 체면을 지켰을 뿐이다. 

한국선수여서가 아니라 이번 대회에서의 김시우의 플레이는 아무리 칭찬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말이 어울린다. 세계 골프팬들에게 쉽게 지워지지 않을 멋진 플레이로 각인되었을 것이다.

180cm 85kg의 좋은 체격, 톱클래스 선수들에 뒤지지 않는 비거리, 몸에 무리가 가지 않으면서 축을 지키는 안정된 스윙, 그리고 무엇보다 탁월한 스크램블 능력은 전문가들이 극찬을 아끼지 않을 정도다.
보기 없는 4라운드의 스코어카드가 증명서나 다름없다. 전반에 3타를 줄여 선두에 올라선 김시우는 후반 들어 타수를 잃고 추락의 길로 들어설 몇 번의 위기를 맞았으나 침착하기 이를 데 없는 벙커 샷, 어프로치 샷, 퍼팅으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그는 2004년 호주의 애덤 스콧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사상 최연소 우승 기록(23세)을 깨고 최경주에 이은 두 번째 이 대회 코리안 챔피언으로 골프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그가 지난 자리엔 욕심과 전의에 불탄 별들의 잔해만 보일 뿐이었다.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뉴스팀 news@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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