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민준의 골프세상] ‘독한 여자’ 김인경, 알고 보면 매력덩어리…LPGA 5승째
  • | 2017-06-06 07:38:44
  1. 김인경(29)이 LPGA 투어 숍라이트 클래식 우승을 차지했다.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솔직히 말해 LPGA투어 대회의 리더보드에서 김인경(29)의 영문이름 ‘I.K KIM’를 대할 때마다 안쓰러움을 떨칠 수 없었다.
마음으로는 항상 성실하게 경기에 임하는 그가 우승하기를 바라면서도 타고난 기량에 빼어난 신체조건을 가진 선수들이 즐비한 LPGA투어 무대에서 과연 다시 승수를 보탤 수 있을까 의문을 가졌던 게 사실이다.

2012년 LPGA투어 메이저대회인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대회 마지막 라운드 마지막 홀에서 50cm도 안 되는 짧은 퍼팅을 놓쳐 연장전에서 유선영(30)에게 우승컵을 내준 뒤 그는 극심한 트라우마에 빠졌다.
다른 선수였다면 6년이란 긴 인고의 시간을 견뎌내지 못했을 것이다. 한 1~2년 버티다 짐을 싸는 게 보통일 텐데 김인경은 달랐다.

‘비운의 골퍼’라는 꼬리표가 붙어 다녔고 매년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이 열릴 때마다 짧은 퍼팅을 놓치는 장면이 리바이벌 되어 그의 상처에 소금을 뿌렸지만 그는 극한을 치닫는 인내심으로 자신을 다스리며 도전에 도전을 거듭했다.

마음 수련을 위해 인도네시아에서 단식수련을 하는가 하면 인도의 요가센터를 찾아 요가명상에 몰입하기도 했다.
구도자를 방불케 하는 처절한 마음 수련을 거친 그는 지난해 10월 중국에서 열린 LPGA투어 '아시아스윙' 첫 대회인 레인우드 LPGA클래식에서 값진 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2010년 LPGA 투어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 우승 이후 6년만이고 LPGA투어 통산 4승째였다.

17세 때인 2005년 미국주니어골프투어(IJGT) 대회를 휩쓸고 2006년 LPGA투어 Q스쿨을 공동 1위로 통과하는 등 화려했던 주니어시절과 LPGA투어와 LET(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에서의 활약을 감안해도 골프팬들에게 그의 재기는 기적이나 다름없었다.

161cm의 단신에 비거리도 짧은 김인경이 허미정, 이미림, 양희영, 펑산산, 아리야 주타누간, 브룩 헨더슨 등과 경기를 벌이는 모습은 대학생과 중학생의 경기처럼 보였지만 그는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자신만의 플레이를 펼쳤다.

김인경이 지난해 10월의 기적을 이번엔 미국에서 재연했다.

지난 3~5일 미국 뉴저지주 갤러웨이의 스탁턴 시뷰호텔 & 골프클럽에서 열린 LPGA투어 숍라이트 클래식에서 김인경은 대회 3연승을 노리는 스웨덴의 안나 노르드크비스트를 비롯, 폴라 크리머, 재키 콘콜리노, 저리나 필러, 모건 프레슬, 재미 교포 미셸 위 등 미국을 대표하는 선수들과 태국의 모리아 주타누간, 독일의 산드라 갈 외에도 이정은, 신지은, 박성현, 이미림, 박인비 등 막강한 한국선수들 틈에서 귀중한 우승을 올렸다.

지난해 레인우드 클래식 이후 8개월 만의 우승이지만 미국에서 열린 대회로는 2009년 6월 스테이트 팜 클래식 이후 8년 만이다.

작은 신장과 짧은 비거리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스타일대로 코스를 슬기롭게 지배해나갔다.
평균 드라이브 246.58야드(87위), 파온 확률 73.10%(28위), 라운드 당 평균 퍼팅수 29.16(33위), 샌드세이브 50.00%(46위), 평균 스코어 70.26(21위) 등 객관적 통계수치는 LPGA투어에서 중위권에 해당되지만 이번 대회에서 그는 ‘화성에서 온 골퍼’처럼 플레이했다. 

그는 여러 면에서 보통 골퍼와 달랐다.

골프를 시작할 때도 부모가 시킨 게 아니라 10살 때인 1998년 박세리가 US오픈에서 우승하는 장면을 보고 자신이 부모를 졸라 골프를 시작했다.
2005년 전지훈련 도중 참가한 US여자주니어선수권에서 우승한 것이 계기가 되어 미국에 진출하고도 부모의 도움 없이 혼자 골프백을 메고 미국을 누볐다.

그러면서도 골프에만 매달리지 않고 외고 출신답게 다양한 언어 공부는 물론 강한 지적 호기심으로 독서량을 늘려 철학, 사상, 심리 분야에 대한 조예를 넓혔다. 음악 감상을 즐기는 등 예술 분야에 대한 감성도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ikgolf 혹은 SWEET IKKIM이란 아이디로 인스타그램이나 트윗에 올리는 그의 동영상을 보면 그가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얼마나 독하게 운동하는지 알 수 있다. 그의 동영상을 볼 때마다 ‘정말 독한 여자구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러면서도 그는 사회봉사와 기부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의 대형마트인 숍라이트는 숍라이트클래식의 스폰서이기도 하지만 지적 장애인들이 스포츠대회인 스페셜올림픽의 후원사이기도 한데 김인경은 2012년부터 스페셜올림픽 골프 홍보대사로 활동하면서 지금까지 스페셜올림픽 국제기구에 10만달러를 기부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스페셜올림픽 선수들로부터 날아온 응원 메시지가 큰 힘이 되었다고 털어놨다.
그가 LPGA투어에서 도태되지 않고 자신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는 원동력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김인경을 제대로 알고 보면 정말 매력 덩어리다.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뉴스팀 news@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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