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쌍무지개 축하 속에 이룬 김인경의 메이저 우승 [LPGA 브리티시여자오픈]
  • 하유선 기자 | 2017-08-07 04:41:10
  1. 김인경 프로가 2017 LPGA 투어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하유선 기자] "너무 골프장 풍경이 멋있어서 경기에만 전념하기 어려울 정도였어요."

올해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메이저 우승의 꿈을 이룬 김인경(29)이 영국 스코틀랜드 파이프의 킹스반스 골프 링크스(파72·6,697야드)에서 대회 첫날 1라운드를 치른 뒤 전한 소감이었다.

수년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선수들은 메이저대회 브리티시오픈(디오픈)을 준비하기 위해 1주일 전 스코틀랜드에서 열리는 유러피안 투어 스코티시 오픈에 출전해왔다. ‘시차’와 ‘낯선 코스 적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 이런 루트를 택했다.

올해는 여자 선수들도 이 같은 선택이 가능했다. 2017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일정에 스코티시 여자오픈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주관으로 열렸다가 올해 LPGA 투어 대회로 신분이 격상된 스코틀랜드 대회는 메이저대회 브리티시 여자오픈의 전초전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리고 이 절호의 기회를 가장 잘 활용한 선수가 김인경이었다.

스코틀랜드의 링크스 코스는 강풍과 비바람 등 변화무쌍한 날씨와 항아리 모양의 벙커, 단단한 페어웨이, 경계가 불분명한 그린, 그리고 거칠고 깊은 러프가 등 미국 골프코스와는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생소한 코스에서 김인경 역시 처음에는 고전했다. 스코티시 여자오픈 1라운드에서 공동 68위로 시작했지만, 점차 코스에 적응하면서 결국 공동 9위로 마무리했다. 그리고 연이어 출전한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김인경은 첫날부터 훨훨 날면서 우승을 예감했다.

김인경은 2라운드 막판에 불아 닥친 비바람을 견뎌내고 단독 1위로 올라섰고, 3라운드에서는 추격자들을 6타 차로 크게 따돌렸다. 특히 사흘째 비가 오락가락한 하늘에는 웅장하고 화려한 장관이 펼쳐지면서 쌍무지개가 고개를 들었다. 마치 김인경의 우승을 미리 축하하는 기분 좋은 광경이었다.

공동 2위와 여유 있는 격차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김인경은 안정적인 플레이로 차근차근 우승을 향해 나아갔다. 버디 퍼트가 살짝살짝 홀을 외면하면서 전날까지 김인경을 선두로 끌어올렸던 무더기 버디는 이날은 나오지 않았다. 대신 페어웨이나 그린을 놓치는 실수가 거의 없었고, 그린을 세 차례 벗어났지만 손쉽게 파를 지켜냈다.

1번홀(파3)에서 1m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기분 좋게 경기를 시작한 김인경은 빗줄기가 강해진 8번홀(파5)에서 두 번째 버디를 잡아내며 순항했다.

이후 김인경은 9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이 핀과 멀리 떨어지면서 버디 퍼트를 홀에서 2m를 남겼다. 결국 쉽지 않았던 파 퍼트를 놓쳤다. 대회 이틀째 2라운드 첫 홀 이후 처음 나온 보기는 추격하던 선수들에게 빌미를 제공했다.

김인경이 더는 타수를 줄이지 못한 사이, 김인경에 9타 뒤진 공동 7위로 4라운드에 나선 조디 이워트 섀도프(잉글랜드)가 17번홀(파4)까지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를 낚아 김인경을 2타 차까지 따라붙었다.

17번홀은 4라운드에서 가장 난도가 높아 보기가 쏟아진 홀이다. 2타 차 불안한 선두를 달리던 김인경에게도 17번홀은 승부처였다. 맞바람이 부는 가운데 179야드를 남기고 하이브리드 클럽을 잡고 날린 김인경의 탄도 높은 샷은 핀 3m 옆에 떨어졌다.

당시 섀도프는 홀아웃한 뒤 연습장에서 연장전을 대비해 샷을 휘두르고 있었다.

김인경이 시도한 버디 퍼트가 홀을 아쉽게 비켜갔을 때 그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지만 무난하게 파를 지켜내면서 승기는 김인경에게 완전히 넘어왔다.

경기 내내 침착하게 감정을 억제해온 김인경은 18번홀에서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린 뒤에야 미소를 띠었다. 4m 거리의 버디 퍼트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한 뼘 거리의 파 퍼트를 그대로 툭 쳐서 챔피언 퍼트를 완성했다.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차지한 김인경은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려 박수를 치면서 우승을 자축했다. “마지막 날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도전을 고대하며 경기를 즐기겠다”고 한 그의 바람이 현실이 됐다.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뉴스팀 news@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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