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민준의 골프세상] 브리티시 여자오픈 우승 꿰찬 김인경처럼 사랑하기
  • | 2017-08-07 07:31:52
  1. 김인경이 2017 LPGA 투어 메이저대회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I teach you the first and foremost thing
is to be loving toward yourself.
Don't be hard, be soft.
Care about yourself.
Learn how to forgive yourself again and again and again, seven times, seventy-seven times, seven hundred and seventy-seven times.
Learn how to forgive yourself.
Then you will flower.

(그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대 스스로 사랑받는 것임을 나는 가르친다.
자신에게 가혹하지 말고 부드럽게 대하라.
그대 자신을 보살펴라.
그대 자신을 거듭 용서하는 법을 배워라. 7번, 70번, 아니 777번이 되더라도.
그대 자신을 용서하는 법을 공부하라.
그러면 당신은 꽃을 피울 수 있으리라.)

최근 김인경(29)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오쇼 라즈니스(Osho Rajneesh)의 글이다.

오쇼 라즈니스(1931~1990)는 인도의 철학자, 신비주의자, 구루다. 모든 종교를 섭렵해 자신의 화법으로 재해석, 많은 강연과 저술로 삶의 지혜를 전해준 정신적 지도자 중의 한 사람이다.

독서량이 많기로 소문난 김인경이 오쇼 라즈니스를 그냥 지나쳤을 리가 없다.

2012년 LPGA투어 메이저대회인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 마지막 홀에서 30cm의 짧은 퍼팅을 놓쳐 연장전에서 유선영(30)에게 우승컵을 내준 뒤 ‘비운의 골퍼’라는 낙인과 함께 극심한 트라우마에 빠졌던 김인경은 5년여의 인고의 시간을 보냈다.
이 기간 그는 마음 수련을 위해 인도네시아의 단식수련원을 찾는가 하면 인도의 요가센터를 찾아 요가명상에 심취하기도 했다. 동시에 자신을 다스릴 수 있는 지혜를 얻기 위해 철학, 사상, 심리 분야의 책들을 섭렵했다.
 
LPGA투어 시즌 네 번째 메이저대회인 리코 브리티시 여자오픈을 앞두고 이런 글을 올렸다는 것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는데 아무도 넘볼 수 없는 압도적인 경기로 우승하는 모습을 보니 그가 올린 글이 자신의 승리를 예언한 것처럼 보인다.
 
지난해 10월 중국에서 열린 LPGA투어 '아시아스윙' 첫 대회인 레인우드 LPGA클래식에서 값진 역전 우승을 일궈내며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던 어둠의 터널을 벗어났다. 그럼에도 그가 재기에 성공했다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지난 6월초 LPGA투어 숍라이트 클래식에 이어 지난 7월 마라톤 클래식에서 우승함으로써 확실한 재기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연장승부에서만 겪은 5전5패의 아픈 기억은 그에게 ‘역전패의 트라우마’를 남겼지만 6월과 7월에 각각 승수를 보탬으로써 그가 단순히 트라우마에서 벗어난 게 아니라 화려한 부활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런 그가 이번에 메이저대회에서마저 우승함으로써 함부로 범접할 수 없는 초인(超人)으로 변신한 느낌이 들 정도다.

지난 3~6일 영국 스코틀랜드 파이프 킹스반스 골프 링크스에서 열린 리코 브리티시 여자 오픈에서 그는 대교약졸(大巧若拙)의 차원 높은 플레이로 대회 전체를 지배하며 브리티시 여자오픈 역사에 새로운 획을 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5년 7월 영국 사우스포트 로열버크데일 링크스코스에서 열린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단신의 장정이 비바람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우승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모습과 클로즈업 되었다.

그의 플레이는 그렇게 화려하지도 힘차지도, 정교하지도 않은 듯 하지만 그 순간 그 상황에 맞는 자신만의 플레이로 세계에서 모인 슈퍼스타들을 압도했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추격당하는 압박 탓인지 한 타를 줄이는데 그쳤지만 2라운드부터 차지한 선두자리를 끝까지 지켜냈다는 것은 그가 쌓은 내공이 어느 수준에 이르렀는가를 짐작케 한다.

재능이 매우 뛰어난 사람은 그 재능을 쉽게 드러내지도 않고 자랑하지도 않으므로 겉으로 언뜻 보기에는 서툰 사람 같아 보인다는 대교약졸(大巧若拙)은 김인경을 두고 만든 고사성어 같다.
유일하게 시즌 3승을 올린 그에게 골프기량은 지엽적인 문제가 되고만 느낌이다.
 
그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오쇼 라즈니스의 글은 우연이 아니었음이 증명된 셈이다. 불필요한 집착에서 벗어나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을 용서하고, 자연스런 마음의 흐름에 자신을 맡기라는 오쇼 라즈니스의 가르침은 그에게 그 무엇에도 지배당하지 않는 금강석 같은 정신적 면역력을 키워주었음이 틀림없다.

161cm의 단신, 긴 말총머리를 찰랑거리며 담담한 표정으로 초원을 산보하듯 경기를 펼치는 그의 모습은 세계 골프팬들의 뇌리에서 오래오래 기억될 것이다.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뉴스팀 news@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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