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민준의 골프세상] 한국인은 왜 골프에 매달리는가?
  • 방민준 | 2017-08-24 17:57:50
[골프한국] 왜 우리나라 선수들이 골프를 잘 하는가. 이에 대한 답을 찾으려면 한국 사람들이 왜 골프에 그렇게 매달리는가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골프의 발상지는 영국,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스코틀랜드이고 골프가 번성한 곳 역시 영국의 식민지로 있던 지역이다.
영국의 식민지로 있던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남아공화국에서 골프의 전통이 이어졌다. 영국과 가까운 유럽대륙은 지금도 골프가 그리 인기 있는 스포츠가 아니다.

골프가 일본에 도입되어 품위 있는 스포츠로 뿌리내리면서 한국 동남아 중국 등지로 확산되었는데 유독 한국에서 골프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인기스포츠가 되었는가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인구기준, 국토면적 기준으로 한국처럼 골프인구나 골프장이 많은 곳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골프장 내장객수는 연인원으로 3,314만명에 달하고, 전국 골프장 549개소 1만303홀인데 18홀로 환산하면 572개에 이른다.
20세 이상 인구 중 골프 경험자가 619만명, 골프를 배우겠다는 사람을 포함하면 잠재 골프인구는 1,334만 명으로 추산된다. 물론 이중 63.3%가 스크린 골프 경험자이긴 하지만 골프인구인 것은 분명하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놀라는 것 중에 하나가 골프장은 물론 골프연습장과 스크린골프장이 많은 것이다. 골프연습장은 지방 어디를 가든 구경할 수 있고 스크린골프장은 노래방처럼 우후죽순으로 늘어나 현재 전국적으로 8,000여개를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외국에 나가봐도 빈도수로 봐서 골프장을 가장 많이 찾는 사람은 한국사람이다. 물론 연습장에서 가장 열심히 연습하는 사람 역시 한국인이다.

도대체 한국인이 이렇게 골프에 매달리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골프의 불가사의한 매력은 설명할 필요가 없다. 골프 최대의 매력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스포츠라는 점이다. 힘이나 신체조건이 작용은 하지만 절대적이지 않다. 힘없는 사람이 힘센 사람을 이길 수 있고, 늙은 사람이 젊은 사람을 이길 수 있고, 여자가 남자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스포츠다. 장인이 사위를 이길 수 있고 할아버지가 아들이나 손자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스포츠다. 지팡이를 잡을 힘만 있으면 눈을 감을 때까지 즐길 수 있는 스포츠는 골프 외는 없다.

이런 골프의 특성으로 유독 한국인이 골프에 몰입하는 이유를 설명하기는 부족하다.
초기에 골프가 번진 것은 상류층의 친목이나 사업상의 접대 목적이 있었겠으나 그 저변에는 신분상승 욕구, 경쟁심 충족, 도전욕구 유발, 인간 보편적인 심리인 도박심리의 충족 같은 요소가 작용하지 않았을까.

막연한 데서 까닭을 찾기보단 한국선수들이 골프를 유난히 잘 하는 이유를 캐어보면 해답에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나 역시 한국선수들이 뒤늦게 골프를 배웠으면서 그렇게 뛰어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여전히 의문이다. 나름대로 그 이유를 찾으려고 노력했으나 솔직히 지금도 이렇다 하고 내세울 근거를 제시하기 어렵다.
그래도 한국 여자선수들이 세계 골프를 지배할 정도의 주류를 형성한 배경을 찾는다면 아무래도 문화적 전통이 플러스 작용을 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골프는 좋은 신체조건도 필요하지만 그보다는 정신력이 좌우하는 스포츠다. 잭 니클라우스가 ‘골프는 기능이 20%라면 정신력이 80%다’라고 설파했지만 어쩌면 90%가 정신력에 의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골프에서 최대의 무기는 마음의 평정이다. 상황 변화에 따른 희로애락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플레이를 펼칠 수 있으려면 고도의 평정심은 필수다.

이 점에서 마음의 평정을 강조하는 동양의 정신적 배경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유추하게 된다. 불교의 선 사상이나, 공자의 중용사상이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여기에 고통이나 한을 가슴으로 삭히는 전통, 특히 여성들의 경우 희로애락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안으로 삭히는 생활습관은 평정심을 요하는 골프에는 안성맞춤이 아니었을까.
즉설적, 즉흥적, 행동적인 서양인들은 희로애락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표출한다. 그런데 골프는 감정의 표출로 흔들리면 그대로 추락하고 만다. 논리적으로는 정복되어야 할 것 같지만 미세한 마음의 움직임은 정복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희로애락의 감정을 안으로 삭여 마음의 평정을 유지할 수 있는 한국인의 정신적 DNA는 골프와 너무나 친화적이다. 
김치나 된장 간장 등 전통적인 발효음식이 발달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젓가락 문화도 섬세한 손동작을 요하는 골프에 플러스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많은 외국인들이 던지는 “도대체 왜 한국 여자선수들이 골프를 잘 하는가?”라는 질문에 충분한 답이 되지 않는다.

한국 골프의 토대는 ‘골프대디’‘골프맘’이란 조어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자녀를 훌륭한 골프선수로 키우기 위해 올인하는 분위기야말로 오늘의 한국 골프 성장의 밑거름이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골프가 철저한 개인의 스포츠라는 점도 골프 지망생이 몰리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골프와 일부 기록경기를 제외한 대부분의 단체경기는 개인의 능력만으로 높은 벽을 넘기가 어렵다. 재능이 특출해야 함은 물론 학연, 지연 등 사회관계망의 그물을 헤쳐 나가야 스포츠스타로 성공할 수 있다.
그러나 골프에는 이런 장애물이 거의 없다. 오로지 골프를 잘 하면 벽을 넘을 수 있다.

다른 배경이 없어도 골프만 잘 하면 통하는 골프의 특성이 골프대디, 골프맘의 등장을 촉발한 것이야말로 한국골프 성장의 방아쇠 역할을 한 것이 아닐까.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뉴스팀 news@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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