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민준의 골프세상] 박성현 비상의 끝, 아무도 모른다
  • 방민준 | 2017-09-06 10:27:06
  1. 박성현.ⓒ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눈을 비비고 다시 본다’는 뜻의 괄목상대(刮目相對)는 『삼국지』에서 유래한 고사성어다.

오나라에 여몽(呂蒙)이라는 장수가 있었는데 무예에는 뛰어났으나 학문에는 재미를 못 붙였던 모양이다. 그에게 중책을 맡긴 오나라 왕 손권(孫權)은 여몽의 머리가 비상함을 알고 학문을 멀리하는 그를 훈계하며 학문을 닦으라고 권했다.

여몽은 손권의 훈계에 “군중(軍中)의 업무로도 힘든데 책 읽을 짬이 날지 모르겠습니다.”고 대답했으나 깨달은 바 있어 그길로 학문에 열중해 옛 학자들을 뛰어넘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한다.

노숙(魯肅)이란 장수가 여몽의 소문을 듣고 찾아가 촉나라의 관우(關羽)에 대적할 방안을 물었다. 이에 여몽은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며 미리 대비할 것을 당부했다.

여몽의 지혜에 놀란 노숙은 “단지 무용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참으로 박학다식하오, 예정의 그 여몽이 아니구려.”라고 말하자 여몽은 “선비란 사흘만 떨어져도 눈을 비비고 다시 대해야 합니다.”라고 대답했다.

지금 세계 골프계가 박성현(24)을 괄목상대의 눈으로 보고 있다. 처음 LPGA투어에 뛰어들었을 때의 시선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경이와 기대와 두려움이 진하게 배어있다.

박성현은 LPGA투어에 뛰어들기 전에 이미 소문이 자자했었다. 그와 라운드 해본 LPGA투어의 강자들은 하나같이 그의 호쾌한 장타와 정교한 아이언 샷에 혀를 내두르며 LPGA투어에 오면 당장 큰일 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올 시즌 LPGA투어에 뛰어든 박성현은 기대와 달리 요란했던 소문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금방 우승컵을 들어 올릴 것 같은 의욕을 보였지만 상반기 동안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그에 대한 기대도 식고 자칫 적응에 실패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박성현은 7월의 US 여자오픈 우승으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루키가 첫 승을 메이저로 장식한다는 것은 눈을 비비고 다시 봐야 할 대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어 한달 남짓 만에 캐나디언 퍼시픽 여자오픈에 승리를 보탬으로써 그가 결코 반짝 스타에 그치지 않을 대물(大物)임을 보여주었다.

LPGA투어 분위기에 성공적으로 적응해가는 박성현의 눈부신 진화(進化)를 골프전문가들이 놓칠 리가 없다.

골프 전문매체 골프채널이 LPGA투어 신인왕은 물론 전 부문을 석권할 가능성을 제기한 것은 자연스럽다.

지금의 박성현의 리듬으로 볼 때 1~2개의 우승을 더 보탤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 것이다.

지난 4일 발표된 롤렉스 세계 여자골프 순위에서 박성현이 렉시 톰슨을 제치고 유소연에 이은 2위에 오르면서 골프채널의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신인왕 타이틀은 이미 따 놓은 당상이고 시즌 상금(187만8천615 달러)도 유소연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올해의 선수 부문에서는 130점으로 1위 유소연(150점)을 바짝 뒤쫓고 있다.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은 두 배의 점수가 가산되므로 결과에 따라 역전될 수 있는 상황이다.

평균 타수 부문에서도 69.086타로 1위 렉시 톰프슨(68.983타)을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롤렉스 랭킹(세계랭킹) 1위까지 올라갈 수 있는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 셈이다.

자연스럽게 박성현은 LPGA투어 역대 최강 신인인 미국의 낸시 로페즈(60·1978년 신인왕) 이후 최강의 신인이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데뷔 첫해 9승을 올린 로페스는 5개 대회 연속 우승이라는 진기록도 갖고 있다. 그는 신인왕은 물론 상금왕과 올해의 선수, 최저타수 등 각종 타이틀도 독차지했다. 한 해 4대 타이틀을 모두 휩쓴 유일한 선수다.

유소연이 좀처럼 상승세를 타지 못하고 있고 박인비, 리디아 고, 아리야 주타누간이 제 페이스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박성현의 전관왕은 의외로 쉽게 달성될 지도 모른다.

박성현의 질주는 내년시즌에 더욱 무서운 가속도를 낼 가능성이 짙다. 그의 진화와 성장이 계속 진행되고 있기에 그가 쌓아갈 금자탑은 우리의 상상을 넘어설 지도 모른다. 그가 그동안 한국선수들이 도달한 곳보다 높은 곳으로 비상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뉴스팀 news@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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