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민준의 골프세상] 나만의 '골프 레시피'를 찾아 헤매는 고행
  • 방민준 | 2017-12-25 09:55:20
  1. 골프한국
[골프한국] 골프에 대한 최초의 역사적 기록은 1457년 3월6일 스코틀랜드의 왕 제임스2세가 내린 ‘골프 금지령’이다. 

포고령 내용은 이렇다.
“축구와 골프는 절대 금지한다. 지금 우리나라(스코틀랜드)는 잉글랜드의 위협 하에 처해 있으므로 모든 남자들은 무술에 전념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태만히 하고 축구나 골프에 열을 올린다는 것은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왕명으로 이를 일체 금지시키는 바이다.”

골프사가들은 이 금지령이 내려지기 100여 년 전부터 골프라는 놀이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14세기 전에 골프가 존재했을 것이라는 얘기인데 이를 입증할 만한 자료들은 풍부하다. 골프사가들은 대략 12세기경부터 골프가 목동이나 어부들의 소일거리가 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첫 금지령이 내려진 이후 잠시 골프가 허용되었다가 제임스 2세에 이어 제임스 3세, 제임스 4세가 다시 골프금지령을 내렸다. 이는 왕명으로 골프금지령을 내릴 만큼 백성들이 골프의 재미에 빠졌음을 보여준다. 

골프 금지령을 내린 제임스 4세 자신이 금지령을 위반하고 골프에 심취해 결국 지독한 골프광이 된 것은 골프의 중독성이 얼마나 강한가를 반증해준다. 그의 아들 제임스 5세 역시 아버지를 따라 열렬한 골프애호가가 되어 왕가에서는 처음 사설골프장을 만들고 축구와 함께 골프를 국기로 정해 로열 스포츠로 격상시켰다.
제임스 5세의 딸 매리 공주는 골프광의 혈통을 물려받아 최초의 여성골퍼로 이름을 남기는데 여왕이 되어 남편이 죽은 지 며칠 만에 젊은 장교와 골프를 쳤다는 이유로 교회와 충돌해 결국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이 같은 골프역사를 감안하면 골프교본의 역사도 꽤 오래 되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1687년 토머스 킨케드라는 사람이 최초의 골프 교습서를 썼다는 기록만 있을 뿐 교습서는 전해지지 않고 있다.
최초의 골프 이론서이자 교습서로 인정받는 것은 1857년 영국 에든버러의 한 인쇄소를 경영하던 헨리 B. 패니(Henry B. Farnie)가 쓴 ‘The Golfer’s Manual'이다.

이후 많은 골프전문가들이 등장해 골프교본을 냈다. 브리티시 오픈 우승 6회, US오픈 우승 1회의 당대 최고의 골퍼 해리 바든(Harry Bardon)은 ‘완전한 골퍼(The Complete Golfer)’'How to Play Golf'라는 교본을 써 최고의 골프교습가로도 이름을 날렸다. PGA투어에서 18홀 평균 최저타를 친 선수에게 수여하는 바든 트로피는 바로 그를 기리는 상이다.
‘구성(球聖)’이라는 극존칭을 듣는 하버드대 출신 불세출의 아마추어 바비 존스는 ‘How I Play Golf’와 ‘How to Break 90’이라는 레슨교본을 시리즈 영화로 만들어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이밖에 닉 팔도, 그렉 노먼, 타이거 우즈 등 유명선수와 데이비드 리드베터 등 많은 교습가들이 골프교본을 남겼다. 골프가 사라지지 않는 한 골프교습서는 누군가에 의해 계속 쓰여질 것이다.
    
초보시절 누구나 한두 권의 골프교본을 접해보지만 성경이나 불경처럼 절대적으로 다가오는 교본은 없다. 몇 권을 읽어봐도 성이 안차 서점의 골프코너를 찾지만 잡히는 책마다 몇 %가 부족하게 느껴진다. 대부분 정통적이면서도 과학적으로 입증된 최신의 스윙을 소개하며 기량을 익히는 방법을 알려주지만 무릎을 칠 만큼 자신에게 맞는 교본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골프교본은 요리로 말하면 조리법 즉 레시피(recipe)다. 레시피는 필요한 재료와 도구 등이 모두 갖춰졌을 때 할 수 있는 조리법이다.
레시피에서 요구하는 재료와 도구가 없을 경우 조리자의 판단에 따라 재료를 다른 것으로 대체하고 조리법에도 변화를 줄 수밖에 없다.
골프교본은 골퍼를 위한 레시피다. 이상적인 것, 효율성이 높은 것, 좋은 것만 모아 놓은 레시피다. 그런데 골프교본을 접하는 사람의 조건은 제각각 다르다. 신체조건, 운동습관, 정신력 등이 천차만별이다.

교본에 아무리 좋은 레시피가 있어도 그대로 익혀 재현할 수 없다. 자신은 정석의 레시피를 따른다고 생각하지만 표준 레시피와는 거리가 멀다.
개개인이 자신 고유의 카르마가 있기 때문이다. 나무의 나이테처럼 각인된 카르마는 의도적으로 잠시 미뤄둘 수는 있어도 완전히 지울 수는 없다. 
요리를 할 때도 표준 레시피가 있지만 재료나 도구의 구비 상태,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변화를 주어 자신의 입맛에 맞는 독자적인 레시피가 탄생한다.

골프에서도 표준 레시피가 있지만 철칙은 아니다. 신체조건, 운동습관, 상황적응 능력, 심리조절능력 등 개인의 카르마에 따라 레시피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레슨프로나 골프 고수의 가르침 역시 자신들의 레시피를 전수하는 수준을 벗어나기 어렵다.
골프의 바탕이 되는 기본적인 레시피는 익히되 골프교본이 요구하는 조건과 나의 조건이 다를 경우 자신의 개성에 맞는 독자적인 레시피를 개발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골프란 바로 자신만의 레시피를 찾아 헤매는 고행의 길이나 다름없다.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뉴스팀 news@golfhankook.com
  • 페이스북 공유 트위터 공유 구글플러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