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민준의 골프세상] 환골탈태를 꿈꾸는 골퍼에게
  • 방민준 | 2017-12-27 09:30:41
[골프한국] 라운드가 어려운 겨울철은 골퍼들에겐 업그레이드를 위한 절호의 기회다.

1주일에 한두 번도 연습할 짬을 낼 수 없는 주말골퍼로서는 시즌 중에 골프의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집중적인 연습 없이는 아무리 자주 라운드를 한다 해도 기량 향상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두 번 레슨프로나 고수로부터 지도를 받아도 효험을 보기 어렵다. 연습장에선 지도하는 대로 따라 하지만 현장에선 재현되지 않는다. 내기를 하거나 자존심 싸움을 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옛날 버릇대로 돌아가 새로 배운 것은 잊어버린다.

내 주변에도 내년 3월까지 열심히 칼을 갈아 달라진 모습을 보이겠다며 칼바람 속에서도 열심히 클럽을 휘두르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동안 동계훈련을 하는 사람들을 관찰한 경험으로 미뤄 크게 두 부류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다. 한 부류는 일정한 수준을 넘어선 골프 애호가들로 기량의 퇴보를 예방하거나 더디게 할 목적으로 연습하는 사람들이다. 다른 한 부류는 스윙에 결정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들로, 고질병만 고치면 훨훨 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전자의 부류는 자신의 스윙의 장단점을 잘 알아 자신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는 반면, 후자의 부류는 겨울 동안 갖고 있던 고질병을 뜯어고쳐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필드에 ‘짠!’하고 등장하겠다는 꿈을 꾸며 대대적인 개조공사를 벌인다.
후자의 경우 어김없이 레슨을 받는데 레슨프로에게 이참에 못된 골프습관을 없애달라고 당부까지 한다.
골프를 배운지 오래지 않아 나쁜 습관이 배어있지 않은 사람들의 경우 그 효과는 하루가 다르게 나타나지만 구력이 10년 이상이 된 경우 이듬해 봄을 맞아 기량이 향상되어 만족해하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고질병은 더 악화되고 골프에 대한 절망감은 더 깊어지는 듯했다.

골프는 철저한 연기(緣起)의 스포츠다.
연기란 인연생기(因緣生起)의 준말. 모든 것은 인연(因緣)따라 일어난다는 의미로 불교의 핵심 키워드다. 어떠한 존재도 우연히 생겨나거나 홀로 독자적으로 생겨나지 않고 모든 존재는 그 존재를 성립시키는 다른 여러 존재와 원인, 조건에 의해 상호연관 되어 생멸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생하므로 저것이 생한다. 이것이 없으므로 저것이 없고, 이것이 멸하므로 저것이 멸한다.’는 잡아함경의 구절은 연기의 뜻을 함축하고 있다.

개개인이 매순간 날리는 모든 샷은 연기의 결과라면 동의하기 힘들겠지만 결코 연기의 그물에서 벗어날 수 없다.
넓게 보면 타고난 신체조건, 이후 몸에 익힌 운동습관, 골프와 접하게 된 계기, 이후 골프에 쏟은 정성과 흘린 땀, 주변의 골프 메이트 등이 영향을 미친다.
렌즈를 좁히면 최근의 건강상태, 과로와 지나친 음주, 가정사, 직장에서의 다툼, 클럽에 대한 불만, 간밤의 불면, 골프장에 오면서 겪은 불쾌한 기억, 불길한 징조로 보이는 사소한 사건, 동반자에 대한 호·불호의 감정, 캐디에 대한 인상, 골프코스에 대한 호감도, 날씨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조건들이 상호작용을 해 지금 이 순간의 샷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동계훈련을 하면서 많은 골퍼들이 환골탈태(換骨奪胎)를 꿈꾸지만 이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자칫 무리한 대수술을 하다 고질병을 더 악화시키거나 아예 골프와 연을 끊는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처음 골프를 배우는 사람이라면 집을 지을 때처럼 땅을 고르고 주춧돌을 놓고 기둥과 대들보를 세우고 서까래를 깔고 벽돌을 쌓고 기와를 얹혀 온전한 집을 완성하듯 기본부터 차근차근 익혀 제대로 된 골프를 구축할 수 있지만 이미 구력이 10년 이상이 되어 습벽이 굳고 여기저기 고장이 난 경우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아무리 고질병이 중해도 괜히 대들보를 빼고 기둥을 바꾸면 집이 주저앉듯 스윙 개조 역시 무리하면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구력 수십년 된 골퍼의 스윙은 고칠 수 있는 게 있고 손대면 안 되는 게 있다. 습관으로 굳어져 고쳐지지 않는 스윙은 고치기보다는 개성으로 받아들이는 게 현명하다. 대신 약점을 보완하는 방법을 터득하면 된다.
그동안 고질병을 고치려고 덤벼든 레슨프로나 고수들이 끝내 포기하고 두 손 드는 경우를 수없이 봐왔다.

내년 봄을 꿈꾸며 연습에 열중하는 골프애호가들은 스스로 냉정하게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대수술이 필요한가, 부분 수선이 필요한가?’‘내 신체조건이 대수술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구력 수십년 된 골퍼라면 대대적 개축보다는 깨진 기왓장이나 벽돌, 썩은 서까래 정도 가는 정도로 만족하는 것이 지혜다. 체력을 강화하는 것도 큰 도움을 준다.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뉴스팀 news@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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