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민준의 골프세상] 김세영 대신 애니 박이 장식한 LPGA 200승
  • 방민준 | 2018-06-11 11:54:35
  1. 김세영과 숍라이트 LPGA 클래식 우승컵을 들고 있는 애니 박.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김세영(25)에겐 아쉬움이 컸겠으나 그가 놓친 기회를 재미교포 애니 박(23·한국이름 박보선)이 챙긴 것은 다행이다.

11일 미국 뉴저지주 갤러웨이의 스탁턴 시뷰호텔 앤드 골프클럽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3라운드는 김세영의 LPGA투어 통산 7승을 장식하는 축제의 장이 될 가능성이 컸으나 골프의 이변성(異變性)은 어두운 터널에 갇혀있던 골프수재에게 귀한 선물을 안겼다. 

첫 라운드를 2언더파로 무난하게 출발한 김세영은 둘째 라운드에서 괴력을 발휘했다. 악천후로 경기가 중단되었다가 다음날 속개되는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김세영은 파죽의 버디행진으로 코스 레코드인 10언더파를 기록하며 2라운드 합계 12언더파로 2타 차 선두로 나섰다.

그러나 마지막 3라운드 들어 골프의 신은 변덕을 부렸다. 선두그룹의 질서 있는 질주를 흩으려 놓고 이변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김세영은 이런 골프 신의 주술에 걸린 듯 2 라운드의 괴력을 잃었다. 버디를 4개 얻었지만 보기를 3개나 하는 바람에 타수를 1타 줄이는데 그쳤다.

반면 그를 추격하던 애니 박과 요코미네 사쿠라(일본), 마리나 알렉스(미국) 등이 전날 김세영이 그랬듯 놀라운 뒷심으로 괴력을 발휘했다. 김세영에 7타나 뒤졌던 요코미네 사쿠라는 3 라운드에서만 김세영이 기록했던 코스 레코드인 10 언더파를 몰아쳐 단숨에 2위를 꿰찼고 김세영에 4타 뒤져있던 애니 박은 버디 6개와 이글 한 개를 포함해 8타를 줄여 한 타 차이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마리나 알렉스마저 홀인원을 포함해 7타를 줄여 역시 김세영을 한 타 차이로 밀어내고 3위에 올랐다. 
 

애니 박은 USC(서던 캘리포니아대학교) 재학시절 명성을 날렸으나 2015년 시메트라 투어 상금 1위로 LPGA투어로 진입해서는 골프팬들에게 자신을 알릴 기회를 갖지 못했다.

LPGA투어에 들어오기 전 그는 주목받는 유망주였다. 1995년 뉴욕주에서 태어난 그는 8 살 때 어머니의 인도로 골프를 시작, 명문 USC에 골프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대학 1학년 때 USC팀의 NCAA(미국대학스포츠협회) 우승을 견인하고 2013년 NCAA 여자개인전에서 우승하는 등 유망주로 지목받다 2015년 프로로 전향했다. 그해 LPGA 2부 시메투라 투어에서 3승을 일궈 상금랭킹 1위로 LPGA투어 티켓을 쥐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러나 루키였던 2016년 시즌 그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25개 대회에 참가해 15번 컷을 통과했고 톱10 두 차례, 상금랭킹 82위에 머물렀다. 숍라이트 공동 6위가 최고 성적이다. 2017년 시즌에는 허리 부상으로 17개 대회에만 참가, 컷 통과는 7개에 그쳤다. 상금랭킹 127위로 밀려 시드도 잃었다.

월요예선을 거치지 않고선 대회에 출전할 수 없는 상금랭킹 125~150위의 시드 카테고리 20에 속해 올 시즌 지역예선을 전전하며 해 4개 대회에 출전했지만 3번 컷 통과, 메디힐챔피언십 공동 18위가 최고 성적이었다.

그는 올 시즌 다섯 번째 대회에서 우승하며 그동안 번 상금(26만1096달러)보다 많은 26만2500달러(약 2억8000만원)을 벌고 시드 걱정도 털었다.

176cm의 키에 탄탄한 체격, 동양적 미모도 갖춰 앞으로 그의 활약에 따라 LPGA투어의 주류 선수로 급부상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그의 우승 의미가 남다른 것은 한국 국적 또는 한국계 선수들의 LPGA투어 통산 200승의 금자탑을 장식하는 찰주(擦柱, 불탑의 맨 꼭대기를 장식하는 쇠붙이로 된 원형 기둥)를 놓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고 구옥희선수가 1988년 3월 스탠더드 레지스터 클래식에서 첫 승을 따낸 이후 2011년 10월 최나연(31)이 사임다비 말레이시아에서 한국 및 한국계 100승의 테이프커팅을 했다. 이후 6년 8개월 만에 한국 및 한국계 선수들이 100승을 더하면서 200승 금자탑을 완성한 셈이다.

그동안 한국 국적의 선수들이 167승을 올렸고 리디아 고, 미셸 위, 이민지 등 동포선수들이 33승을 거두었다.

첫 승에서 100승까지 걸린 시간은 23년7개월, 100승에서 200승 달성에 걸린 시간은 6년8개월로 단축되었다.

기량이 뛰어난 한국국적의 선수, 한국계 동포선수들이 화수분처럼 등장하고 있지만 여기에 대항하는 골프강국의 신진선수들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한국 국적, 한국계 선수들의 LPGA투어 통산 300승 달성 시간이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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