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민준의 골프세상] PGA투어 US오픈이 남긴 'PAR'의 숙제
  • 방민준 | 2018-06-20 08:44:46
  1. 제118회 US오픈 골프대회에서 논란의 중심에 섰던 베테랑 필 미켈슨.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지구촌의 내로라는 골프스타들을 ‘오버 파’의 구렁으로 몰아넣은 제118회 US오픈은 ‘언더 파’를 허용하지 않은 대회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

지나치게 좋은 언더 파 기록에 마음이 불편했던 USGA(미국골프협회)의 오기가 가학성(加虐性) 논란까지 빚을 만도 했다.

골프선수를 육성하고 골프문화의 저변을 확대해야 할 입장에 있는 USGA가 골프코스를 지나치게 어렵게 세팅함으로써 전문 선수들로부터 불만의 소리를 듣는 것은 아이러니다.

골프장비의 발달과 선수들의 기량 향상에 따른 코스 세팅의 변화는 불가피하고 자연스럽다. 공정성과 합리성을 유지하면서도 선수들의 변별력을 가리기 위해선 기량 향상에 맞춰 골프코스의 난이도도 조정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올 US오픈이 열린 뉴욕주 사우샘튼의 시네콕 힐스 골프클럽의 경우 선수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분노를 표출할 정도라면 얘기가 다르다.
필드의 신사로 소문난 필 미켈슨이 그린 위에 올린 볼이 멈추지 않고 그린 밖으로 흐르자 클럽으로 쳐서 막은 행동은 가학적인 코스에 대한 분노의 무의식적 표출이 아니었을까.

지난해 16언더파 272타를 기록하면서 US오픈 최다 언더파 타이 기록으로 세웠던 켑카는 올해 대회에선 1오버파 281타를 기록, 17타라는 스코어 격차를 보였다. 켑카가 US오픈 사상 7번째 2연패에 성공한 영예를 안았지만 ‘오버 파 우승’이라는 꼬리표도 달게 되었다.

USGA가 불공정한 코스세팅에 대해 “명백하게 우리가 빅 보기(big bogey)를 범했다”고 사과할 정도라면 시네콕 힐스의 코스세팅은 USGA의 불명예로 남을 것이다.

골프장을 찾는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저지르는 최대의 실수가 바로 ‘파(Par)’에 대한 오해다. 파란 그 홀을 실수 없이 성공적으로 공략했을 때 낼 수 있는 규정타수다. 그런데 대부분의 골퍼들은 자신의 실력에 관계없이 파를 자기의 기준으로 받아들이는 우를 범한다.

규정타수가 생긴 배경을 살펴보면 현대의 골퍼들이 얼마나 가당찮은 자기학대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골프의 본고장 스코틀랜드에서 코스설계가들이 코스를 만들면서 각 홀의 규정타수를 정할 때 기준으로 삼은 것은 아마추어 골퍼가 아닌 골프선수였다.

골프선수가 실수 없이 코스를 현명하게 공략해서 성공했을 경우 얻을 수 있는 기준타수인데 이를 19세기 초까지 ‘보기(Bogey)’라 했다. 보기란 말은 당시 인기 있던 오페레타의 주인공 ‘보기맨(Bogeyman)'에서 따왔다고 한다.
즉 선수가 최선을 다해서 얻을 수 있는 스코어가 보기이고 버디(Birdie)는 신의 은총이나 자연의 축복이 있어야 가능한 귀한 선물로 받아들여졌다.

공식적으로 기준 타수에 대한 용어가 탄생한 것은 1890년. 영국왕립골프협회(R&A)가 이른바 ‘3S’라고 해서 'Standard, Scratch, Score'란 용어를 만들었다. 줄여서 ‘SSS’라고도 한다. ‘핸디캡에 상관없이 모두에게 동등하게 적용되는 기준타수’란 뜻이다. 그러나 ‘SSS’보다는 ‘보기’라는 용어가 더 일반적으로 사용되었다.

오늘 날 기준타수를 뜻하는 파(Par)란 용어는 영국이 아닌 미국에서 탄생했다. 영국의 골프가 미국에 상륙한 뒤 20여년 뒤인 1908년 USGA가 ‘동등하다’는 뜻의 ‘파(Par)’를 기준타수를 뜻하는 용어로 채택했다.
이 용어에 익숙하지 않았던 영국의 골퍼가 미국에서 경기를 하면서 파를 하고도 영국관습 대로 보기로 기록하는 바람에 스코어를 손해 보는 해프닝도 벌어졌다고 한다.

좋은 골프코스란 코스를 찾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공정하면서도 변별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멋진 플레이에 대해선 보상을, 잘못된 플레이에 대해선 징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올해 US오픈에서 USGA는 적절한 보상과 징벌의 원칙을 어떻게 조화롭게 코스에 적용해야 할 것인가의 숙제를 안은 셈이다. 

이처럼 ‘귀한 파’를 보통 아마추어 골퍼들은 마치 자신이 응당히 내야 하는 스코어로 받아들이고, 파보다 한두 타 더 치면 엄청난 실수를 저지른 것으로 인식, 분노에 싸여 자신을 학대하고 자신을 바보 멍청이로 만들어버린다.

물론 골프장비의 개발과 많은 연습으로 처음 규정타수가 생겨날 시대의 상황과는 많은 차이가 있지만 본질적으로 파란 골프선수가 실수 없이 홀 아웃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스코어인 것만은 변함없다.

선수들에게 기준이 되는 파를, 연습도 별로 하지 않고 라운드 횟수도 적은 아마추어 골퍼가 자기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그런데도 대다수 주말 골퍼들이 파를 자신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게 현실이다. 즐거워야 할 라운드가 괴롭고 짜증나고 후회스런 라운드로 변하는 것은 바로 파에 대한 이런 오해 때문인 것이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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