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민준의 골프세상] 적의 없는 골프의 위력
  • 방민준 | 2018-08-29 09:13:04
  1. 사진출처=ⓒ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골퍼가 가장 빠지기 쉬운 함정은 골프를 경쟁하는 스포츠로 대하는 것이다.

스포츠란 본질적으로 대결의 게임이다. 대결에는 반드시 승패의 판가름이 난다. 패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상대를 이기지 않으면 안 된다. 상대방을 쓰러뜨려야만 승리를 얻을 수 있는 이 대결구도에서 모든 갈등과 마찰이 태어난다.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비롯된 갈등과 마찰은 승패가 결판난 뒤에도 다른 모습으로 이어진다. 여가활동의 일환이라 해도 그 농도가 옅을 뿐 갈등과 마찰의 여진은 그대로 남아 있다.

승자는 승리의 기쁨을 누리지만 승리에 도취돼 자만에 빠지거나 언제 닥칠지 모를 복수의 불안, 승리를 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헤어날 수 없다.
패자는 쓰디쓴 패배감을 맛보며 좌절에 빠질 수도 있고 패배에 승복하고 더 나은 경기를 위해 겸허하게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골프는 수많은 스포츠 중 가장 고독한 경기다. 마라톤이 자기와의 싸움을 해야 하는 고독한 경기라고 하지만 승부는 필연적으로 한 사람의 승자와 수많은 패자로 갈린다.
특히 남자, 여자, 주니어, 청장년, 시니어 등의 구분을 둘 뿐 동등한 조건으로 대결을 벌이는 골프의 경우 승패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아마추어 주말골퍼들의 라운드에서도 핸디캡을 감안하는 것 외에는 모든 조건은 동등하다. 얼마나 실수를 덜하고 자신의 리듬을 잃지 않느냐에 집중하며 자신과 고고한 싸움을 벌여나가야 한다.
 
골프를 대결구도의 쟁투로 인식하는 골퍼는 영원히 골프의 진수를 깨닫기가 힘들다. 골프를 쟁투를 푸는 ‘석쟁(釋爭)의 게임’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골프의 진수에 도달할 수 없다. 동반자는 물론 자연조건들, 골프도구들, 많은 장애물들과의 대립o대결관계를 풀고 물아일체(物我一體)의 조화를 추구할 때 골프의 새로운 세계를 체험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이 융자금을 얻기 위해 은행의 대리를 찾아갔다. 서류검토가 끝난 다음 대리는 말했다.
“당신에게 융자를 해드릴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한 번의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자 내 눈을 잘 보십시오. 내 두 눈 가운데 한쪽이 유리눈입니다. 어느 쪽이 유리눈인지 알아맞히면 당신에게 융자을 해주겠소.”

그 사람은 잠시 동안 대리의 눈을 보았다.
“오른쪽 눈이 유리로 박은 눈이군요.”
“선생, 어떻게 그리 잘 아십니까?” 대리는 놀라면서 말했다. 대리는 이 사내가 어떻게 알아맞혔는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내 오른쪽 눈이 유리라는 것을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 사람은 말했다.
“글쎄요. 당신의 오른쪽 눈이 보다 더 자비로워 보였습니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지요. 이 눈은 틀림없이 유리눈일 거라고.”
(오쇼 라즈니쉬의 ‘지혜로운 자의 농담’ 중에서)

자아가 끼어들 수 없는 유리눈은 맑고 자비롭다. 자아가 개입되면 거짓과 욕심이 잉태된다. 나를 내세우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바로 투쟁이다. 투쟁에서 해방되기 위해서는 자아를 버려야 한다. 그리고 무(無)가 되어야 한다. 그때 비로소 투쟁은 무의 바다 속으로 사라진다.

골프에서 최상의 무기는 마음의 평정이다. 아무리 기량이 뛰어난 골퍼라 해도 마음의 평정을 잃고 격랑에 휩싸이면 자신의 리듬을 잃고 추락하고 만다. 박인비가 건조하리만치 표정의 변화를 보이지 않는 것은 플레이 결과에 따른 희로애락을 얼굴에 드러내는 순간 마음의 평정을 잃고 동시에 게임의 리듬을 잃는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승리를 쟁취해야 하는 프로골퍼들은 동반자들을 적으로 인식하는 순간 자신의 리듬을 잃고 승리와 멀어진다는 것을 체험적으로 알기 때문에 오직 자신을 상대로 고고한 경기를 펼쳐나가려고 애쓴다. 물리쳐야 할 상대가 있지만 투쟁의 대상으로 인식하지 않으려 무든 애쓴다.

아마추어 주말골퍼라고 예외는 아니다. 프로도 두려워하는 실수(상대를 적으로 돌리는 일)를 주말골퍼들은 매번 아무 생각 없이 범한다.
적의(敵意) 없는 라운드, 한번 시도해보면 분명 놀랄 것이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 페이스북 공유 트위터 공유 구글플러스 공유
close
2019년부터 적용되는 개정 골프룰: 코스의 영역
R&A와 USGA는 지난 8월 말경 2019년 1월 1일부터 적용할 개정된 골프 룰을 확정하여 발표하였다. 지난 3월에 기본 룰을 확정 발표한 이후 8월에 플레이어 에디션, 용어...
3가지 골퍼 스타일 '즐기거나 겸손하거나 거만하거나'…LPGA 우승한 넬리 코다를 보며
경기에 임하는 자세에 따라 골프선수들의 스타일을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골프 자체를 즐기는데 중심...
LPGA투어 Q시리즈에 간 '무지개' 이정은6에게
이정은6(22)의 골프행보는 하늘에 뜬 무지개다. 늘 골프팬들의 시선을 빼앗는다. 뚜렷하거나 흐릿하거나 무지개는 무지개이듯, 이정은6가 그리는 무지개에 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