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민준의 골프세상] '독이 든 성배' LPGA 직행티켓…KEB하나은행 챔피언십
  • 방민준 | 2018-10-11 00:08:16
  1. 공식 인터뷰에 참석한 (왼쪽부터) 브룩 헨더슨,배선우,이민지,박성현,아리야 주타누간,고진영 프로. 사진제공=LPGA KEB하나은행챔피언십 대회본부



[골프한국] 10월 11일부터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클럽 오션코스에서 열리는 LPGA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은 33개 LPGA 대회 중 한국에서 열리는 유일한 정규 투어대회다.

이에 앞서 지난 4~7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대회도 LPGA가 주최하는 대회지만 정규 투어대회가 아닌 8개국 국가대항전이라 성격이 다르다.

LPGA투어 정규대회에서 우승하면 LPGA 회원이 아니라도 LPGA 2부 리그인 시메트라 투어나 Q스쿨을 거치지 않고 다음 시즌 LPGA투어 직행티켓을 받는 특전을 누린다.

LPGA투어는 9월 중순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로 치러진 에비앙 챔피언십 이후로 3주 넘게 쉬다가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을 시작으로 5개 대회를 아시아지역에서 열리는 이른바 ‘아시안 스윙’을 개최한다.
아시아지역 선수들에겐 아시안 스윙 대회는 LPGA투어 직행티켓을 거머쥘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1년 전 이 대회 우승을 계기로 LPGA투어에 진출해 유력한 신인왕 후보로 활약하는 고진영(23)을 비롯해 안시현(2003년), 이지영(2005년), 홍진주(2006년), 백규정(2014년) 등이 한국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우승해 LPGA투어 직행티켓을 거머쥔 신데렐라들이다.

올해도 오지현(22), 배선우(25), 최혜진(19), 이정은6(22), 이소영(21) 등 12명의 KLPGA투어 선수들이 신데렐라의 꿈을 안고 출전, ‘LPGA투어 직행티켓’을 노린다.
이미 LPGA투어 무대에 널리 이름이 알려진 최혜진이나 이정은6 외에도 출전 선수 대부분이 LPGA투어 선수들과 겨루어도 손색없는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라 지난해에 이어 올해 대회에서도 한국선수가 우승한다고 해서 놀랄 일은 아니다.

그러나 과연 LPGA투어 직행티켓은 꿀이 가득 찬 축배일까.

그동안 한국선수 5명이 이 축배를 받아들고 LPGA투어 무대에 뛰어들었지만 고진영을 제외하곤 모두 날갯짓 한번 제대로 못하고 돌아왔다.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한국선수들은 모두 출중한 기량의 소유자들이다. LPGA투어에 가지 않더라도 국내 투어에서 스타로 골프인생을 즐길 수 있었으나 보다 큰 기회를 찾아 LPGA투어 행을 선택했다. 그러나 고진영을 빼곤 고통스런 LPGA투어를 경험하고 보따리를 쌌다.
신데렐라의 주인공 안시현, 이지영, 홍진주, 백규정 등의 골프인생은 LPGA투어 직행티켓을 거머쥔 전후로 확연히 갈린다. 직행티켓을 받기 전에는 스타 대우를 받으며 국내 투어를 지배했던 선수들이 LPGA투어로 건너가 된서리를 맞고 나선 국내에 돌아와서도 기를 못 펴고 스러져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LPGA투어 직행티켓이 모두에게 축복이 가득 찬 성배가 아니었다는 뜻이다. 고진영에겐 축복의 성배였으나 다른 선수들에겐 독이 든 성배가 된 셈이다.

LPGA투어에서 활동하려면 준비해야 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가족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매달려야 하고, 경제적인 뒷받침도 보장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투어 생활을 무난히 할 수 있을 정도의 언어 소통능력이 필수적이다. 본인 스스로 낯설고 물선 곳에서의 치열한 경쟁생활을 감내할 마음의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
이런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화려한 무대만 머리에 담고 LPGA투어에 뛰어든다는 것 자체가 무모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런 의미에서 고진영의 케이스는 타산지석(他山之石)이 될 수 있다.

3년 전인 2015년 8월초 고진영은 스코틀랜드 턴베리의 트럼프 턴베리 리조트 에일사 코스를 찾았다.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인수한 유서 깊은 링크스 코스에서 열리는 리코 브리티시 여자오픈에 세계랭킹 28위 자격으로 초청받았다.
예선만 통과하면 성공이라는 마음으로 대회에 임했으나 그는 첫 라운드부터 공동 6위로 리더보드 첫 페이지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그는 악명 높은 턴베리 에일사 골프코스를 자신의 무대로 이끌었다. 갓 20살의 어린 선수에게 4라운드 내내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2라운드에서 공동 2위로 발돋움한 고진영은 3라운드에 접어들어 공동선두로 도약했다. 1타 차 공동선두로 4라운드를 맞은 그의 전반은 파죽지세였다. 이글과 버디 2개를 보태 3타 차이 단독선두로 나섰다.
그러나 후반 13번 홀에서 보기를 범하면서 리듬을 잃어 마지막 라운드에서만 65타를 몰아친 박인비(4라운드 합계 12언더파)에게 선두를 내주고 9언더파로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박인비에 이어 2위를 차지한 것만도 기대를 뛰어넘은 대성공이었으나 그는 진한 아쉬움을 떨칠 수 없었다.
처녀 출전한 LPGA 메이저대회에서의 우승은 물론 LPGA투어 직행티켓을 딸 수 있는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다

만약 고진영이 리코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우승했다면 어떤 상황이 되었을까. 꿈에서도 상상할 수 없는 성취에 들떠 몸과 마음이 하늘을 걷는 듯 했을 터이고 내친김에 LPGA 직행티켓을 들고 미국으로 건너갔을 것이다.
이후 LPGA투어에 잘 적응해 성공가도를 달릴 수도 있겠지만 그동안 익숙한 KLPGA투어와 전혀 다른 환경에 적응하느라 리듬을 잃거나 언어문제, 음식문제에다 팬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조바심 등으로 슬럼프에 빠질 가능성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그때 LPGA 직행티켓을 놓친 것이 고진영에겐 보약(補藥)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이후 그는 국내 투어를 뛰면서도 호주 출신의 딘 허든을 캐디로 영입해 영어를 생활화하는데 열중했다. LPGA투어 진출에 대비한 장기 포석이었던 셈이다.

브리티시 여자오픈 경험 2년 후인 지난해 이맘때 LPGA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턴베리의 아쉬움을 말끔히 털어내고 LPGA투어 직행티켓이라는 성배를 받아들었다.
그리고 준비가 된 그에게 성배는 달콤한 꿀을 안겼다.

누가 성배를 차지하는 행운을 누릴지, 그리고 그 성배에는 꿀이 있을지, 독이 있을지 궁금하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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