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민준의 골프세상] 충격적인 이란성(二卵性) 쌍둥이 볼레로와 골프
  • 방민준 | 2018-10-17 07:57:21
  1. 오른쪽 사진은 2012년 카르타고에서 열린 국제 페스티벌에서 공연된 모리스 라벨 작곡의 볼레로 발레의 모습이다. ⓒAFPBBNews = News1
오른쪽 사진은 2012년 카르타고에서 열린 국제 페스티벌에서 공연된 모리스 라벨 작곡의 볼레로 발레의 모습이다.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프랑스 작곡가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 1875~1937)의 <볼레로(Bolero)>는 단순하면서 중독성 있는 선율을 같은 리듬과 박자로 반복한다. 340마디 동안 169회나 반복되는 작은 북과 팀파니의 리듬 위에 다양한 악기가 차례차례 가세해 선율 주제를 반복하며 클라이막스를 향하다 화산이 폭발하듯 끝난다.

라벨의 작품 중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볼레로>는 러시아 출신의 유명한 스타무용수이자 안무가인 이다 루빈스타인(Ida Rubinstein, 1885~1960) 여사의 의뢰로 작곡된 발레음악이다. 루빈스타인 여사는 처음 스페인음악의 거장 이사크 알베니스(Isaac Albeniz, 1860~1909)의 <이베리아(Iberia)>를 관현악으로 편곡해 무대에 올릴 수 있게 해달라고 주문했다.

스페인의 옛 이름이기도 한 <이베리아>는 알베니스가 49세의 짧은 생애를 마감하기 직전 완성한 12개의 모음곡으로, 인상주의적인 피아노 기법과 스페인 민속음악의 요소들을 탁월하게 결합시킨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라벨은 알베니스의 작품을 편곡하려다 저작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결국 편곡을 포기하고 새로운 음악을 작곡하게 되는데 이것이 <볼레로>다.

라벨은 스페인의 색체를 담기 위해 강렬한 리듬의 스페인 민속춤곡인 볼레로 리듬을 도입했으나 스페인적 색체보다는 파격적인 구성과 혁신적 실험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1928년 11월 22일 밤, 파리 오페라 극장에서 러시아 출신 안무가이자 무용가인 브로니슬라바 니진스카(Bronislava Nijinska)의 연출로 발레 〈볼레로〉가 초연되자 관객들은 충격에서 빠졌다. 발레 자체의 내용이나 안무가 아닌 라벨이 작곡한 음악 때문이었다.
라벨은 <볼레로>에서 기존의 틀을 완전히 벗어던지고 새로운 음악어법을 시도했는데 관객들에겐 대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는 기존 음악의 ‘기-승-전-결’의 틀을 깨고 반복이라는 새로운 미학을 제시했다. 관객들은 처음엔 충격에 빠졌고 공연이 계속되면서 점차 ‘반복의 미학’을 극한으로 끌어올린 라벨의 음악에 중독되기에 이르렀다.

최근 예술의 전당에서 <쓰리 볼레로(Three Bolero)>를 감상했다. 국립현대무용단이 기획·제작한 이 작품은 라벨의 음악 <볼레로>를 공통분모로 삼아 느낌이 다른 세 가지 <볼레로> 음악과 무용을 들려주고 보여주는 이색적인 무대였다.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와 파리 오페라발레 솔리스트를 거쳐 안무가로 활동 중인 김용걸,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예술감독 김보람, 벨기에 현대무용단 피핑톰 컴퍼니 출신으로 ‘댄싱9 시즌2’ 우승으로 신드롬을 일으킨 김설진 등 세 명의 안무가가 색다르게 편곡·재해석한 3인3색의 무용무대였다.

학창시절 귀에 익은 멜로디와 리듬도 반가웠지만 거의 반세기 만에 한 무대에서 세 가지 <볼레로>를 듣고 보는 체험은 값졌다. 지난해 6월 초연돼 공연 때마다 입장권이 매진되고 관객이 열광하는 이유를 알만했다.

그러나 <볼레로>는 다른 의미로 내게 전율로 다가왔다.

<볼레로>의 단순하고 반복적인 리듬과 박자에 빠지면서 불현듯 라벨의 <볼레로>가 너무나 골프와 닮았다는 깨달음에 소름이 돋았다.

요모조모 따져 봐도 골프와 <볼레로>는 ‘이란성(二卵性) 쌍둥이’임에 틀림없었다.

<볼레로>가 같은 리듬과 박자를 반복하듯 골프도 비슷한 리듬과 템포의 스윙동작을 반복하는 운동이다. 어드레스와 백스윙, 다운스윙, 팔로우스윙의 끊임없는 반복운동이 골프다.

<볼레로>가 악기의 변화와 미세한 변주로 다른 듯 같은 음악을 반복하듯 골프도 큰 틀의 스윙은 같으면서도 클럽의 변화, 스윙 크기의 변화, 속도의 변화 등을 통해 다양한 상황에 맞는 스윙을 창조해낸다.

<볼레로>의 리듬과 박자가 주는 중독성 역시 골프의 중독성과도 너무 닮았다. <볼레로> 음악을 들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듯, 골프채를 잡고 있으면 나이 드는 줄 모른다.

<볼레로>가 리듬과 박자는 같지만 악기의 변화와 강약의 차이로 단순한 반복이 아닌 유일무이(唯一無二)한 반복을 만들어내듯, 골프의 모든 샷 역시 비슷하지만 같은 샷은 결코 재현할 수 없다.

무한으로 이어질 듯 반복되는 <볼레로>를 들으며 골프의 스윙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깨닫는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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