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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는 '돈오돈수'인가 '돈오점수'인가?
방민준 2019-01-28 07:09:48
그림제공=방민준


[골프한국] 골프를 하다 보면 드물게 깨달음의 환희를 맛볼 때가 있다. 

수년, 아니 수십 년 스스로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스윙을 익히려 고군분투하지만 근처에 가지도 못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갈구하던 스윙이 만들어질 때 스스로 깜짝 놀란다. 교습서를 열심히 읽으며 TV 레슨프로를 시청하고 연습도 열심히 하는데도 도무지 습득되지 않던 것이 어느 순간 구현되다니 믿기지 않는다. 

그 순간의 기쁨은 환희라 할 만하다.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가슴이 뛴다. 
‘아, 되는구나! 그동안 땀 흘리며 고생한 보람이 있구나!’ 하며 스스로가 대견스럽게 느껴진다. 

그렇게 꿈꾸어온 호쾌하고도 군더더기 없는 스윙, 정갈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의 옹이 없는 스윙이 만들어지다니, 중심축은 제대로 지켜지고 백 스윙과 팔로워 스윙이 갈 데까지 가는 스윙아크가 만들어지고 클럽헤드 스위트 스팟에 맞아 나간 볼은 경쾌한 타구음을 내며 날아가는 모습을 보는 기쁨은 그 무엇과도 비교하기 어렵다. 

그렇게 많은 시간 땀 흘리며 찾아 헤맨 것이 어느 순간 갑자기 구현되는 것을 보며 선문(禪門)의 돈오돈수(頓悟頓修)와 돈오점수(頓悟漸修)를 떠올리게 된다. 

‘돈오돈수’와 ‘돈오점수’는 불교 수행의 양대 방법론으로 끊임없는 논쟁을 일으키는 주제다. 

돈오돈수는 깨침과 닦음이 점차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일시에 완성되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다. 한번 깨달음을 얻고 나면 더 이상 수행을 하지 않아도 각자(覺者)의 위치에 있다고 본다. 
이에 반해 돈오점수는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에도 점진적인 수행이 필요하지만 깨달음을 얻은 이후에도 점진적인 수행 즉 점수(漸修)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시각으로 전통적인 선종의 수행 방법이다.

돈오돈수를 주장한 대표적인 고승이 성철(性徹)스님이다. 성철스님은 고려중기의 고승인 보조국사(普照國師) 지눌(知訥) 이후 선문의 전통수행법으로 전수되어온 돈오점수를 부정하고 한번 깨달음을 얻은 이후에도 수행을 계속해야 한다면 진정한 깨달음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이 칼럼에서 돈오돈수와 돈오점수를 논할 계제는 아니다. 다만 무소유(無所有)의 구도자 법정(法頂)스님이 쓴 한 책의 권두언을 참고로 소개한다. 

법정스님은 이 권두언에서 “중생계가 끝이 없는데 자기 혼자 돈오돈수로 그친다면 그것은 올바른 수행도 아니고, 지혜와 자비를 생명으로 여기는 대승보살이 아니다. 석가모니의 경우, 보리수 아래서의 깨달음은 돈오이고 이후 45년간 교화 활동과 중생 제도는 점수에 해당된다.”며 “돈오점수를 자신의 형성과 중생의 구제로 풀이한다면 바로 깨닫고 바로 행할 수 있고, 그런 행의 완성이야말로 온전한 해탈이요 열반이다.”라고 강조했다. 

골프는 철저한 돈오점수의 대상이다. 

‘이제 알 것 같다.’ ‘이제 됐어.’ 하는 순간이 찾아오는데 이 순간을 돈오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돈오의 기회 역시 골프에 대한 참구(參究)를 게을리하지 않을 때에만 찾아온다. 

더욱이 골프의 돈오는 휘발성(揮發性)이 강하다. 깨달음에 기뻐하며 자신감이 넘치지만 며칠 지나면 그런 깨달음은 흔적 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근육이 깨달은 순간의 동작을 오래 기억하지 못하고 잘못 길들여진 나쁜 습관으로 회귀하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아침에 깨달았다가도 저녁이면 잊는 게 골프다’라는 금언이 있을까. 

깨달음의 지속성은 돈오 후의 정신자세에 달려 있다. 깨닫는 순간 느끼는 환희는 비슷하지만 심리적 반응은 대개 두 종류로 나타난다.

‘어렵게 실마리가 풀렸으니 다시 잊지 않도록 열심히 익혀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자’며 부단한 절차탁마를 다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동안 고수들에게 주머니를 털려온 아픈 기억을 떠올리며 ‘너희들 이제 다 죽었어! 그 동안 따먹은 데다 이자를 듬뿍 얹어 거둬들일 거야!’ 하며 복수심에 불타는 사람도 있다.

후자의 경우라면 골프 깨달음의 휘발성은 더 심할 것은 자명하다. 철차탁마를 수반하는 점수의 과정이 뒤따라야 하는 이유다.
골프채를 잡은 이상, 그리고 일정 수준에 도달하려는 목표를 세운 이상 돈오점수와 같은 구도자의 자세가 필요하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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