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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글리 골퍼' 10태(態)…나는 어떨까?
방민준 2019-05-16 07:31:00
사진=골프한국


[골프한국] 흔히 골프를 ‘신사의 스포츠’ 또는 ‘신과 함께 하는 경기’라고들 한다. 골프의 발상지 스코틀랜드에서 “법은 악인이 존재한다는 전제 아래 만들어지지만, 골프의 룰은 고의로 부정을 범하는 플레이어가 없다는 전제 아래 만들어졌다.”는 말이 전해지는 것도 골프의 최고 미덕은 정직에 있음을 말해준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골프는 이 세상에서 플레이하기에 가장 어렵고 속이기에 가장 쉬운 경기”(미국의 프로골퍼 데이브 힐)이거나 “악마와 벌이는 경기”(버나드 다윈)이기가 십상이다. 

미국의 골프역사가 밀튼 그로스는 “골프는 사람을 변하게 한다. 정직한 사람을 거짓말쟁이로, 박애주의자를 사기꾼으로, 용감한 사람을 겁장이로, 모든 사람을 바보로 만든다”고 골프의 특성을 표현할 정도다.

진화론의 주인공 찰스 다아윈의 손자로, 케임브리지대 법과대학을 나와 변호사로 일하면서 골프를 더 즐겼고 나중엔 아예 변호사 생활을 접고 격조 높은 골프칼럼을 쓴 버나드 다윈이 “골프만큼 플레이어의 성격을 잘 드러내는 것은 없다. 그것도 최선과 최악의 모습으로 나타난다.”고까지 한 것을 보면 골프에서 악마의 유혹이 얼마나 강한가를 알 수 있다.

악마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은 골퍼는 ‘스마트 골퍼’ ‘필드의 신사’라는 소리를 들으며 좋은 골프 메이트로 지낼 수 있지만 악마의 유혹에 넘어간 골퍼는 ‘어글리 골퍼’ ‘더티 골퍼’의 주홍글씨를 달고 살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남녀 골프선수들이 세계 무대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국내 골프 인구도 크게 늘어 골프문화도 성숙단계에 접어들었으나 여전히 악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어글리 골퍼’의 꼬리표를 달고 있는 골퍼가 적지 않다.

구력 30여년을 지나면서 함께 라운드한 분들이 털어놓은 ‘어글리 골퍼’의 유형 10가지를 추려봤다. 

동반자들이 가장 혐오하는 동반자는 라운드 중 ‘볼을 가지고 노는 사람’이다. 동반자의 눈을 속여 볼을 좋은 위치에 슬쩍 옮겨 놓거나 동반자가 보는 데도 아무렇지 않게 볼을 툭툭 건드려 라이를 개선하는 행위는 동반자들의 기분만 상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경기에도 영향을 미친다. 

동반자가 “골프의 가장 기본적인 룰은 볼이 있는 그대로 치는 것”이라고 아무리 강조해도 “경기도 아니고 우리끼리 하는 친선게임인데 뭐…”하며 나쁜 버릇을 버리지 못한다. 

인품도 있고 구력도 상당한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볼을 건드리는 것을 보면 ‘볼 터치’는 습관성이 강한 듯하다. 그러나 이 습관을 버리지 않고선 결코 환영받는 골퍼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골프에서 가장 속이기 쉬운 것이 스코어다. 골프라는 운동이 각자 자기 책임 아래 하는 것이라 동반자들은 몇 타를 쳤는지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동반자들은 어항 속 고기를 보듯 동반자들의 타수를 정확히 안다. 자신만 동반자를 속였다고 생각할 뿐 동반자들은 속임수를 모두 알고 있다. 입을 다물고 있을 뿐이다. 

캐디를 적당히 구슬려 타수를 줄여 적게 하거나 나중에 스코어카드 합계를 낼 때 스코어를 줄이도록 압박을 하기도 한다. 
심지어 이렇게 속인 스코어카드를 내밀며 “어 오늘 싱글 쳤네, 싱글패 만들어 줄거지?” 하는 뻔뻔한 골퍼도 가끔 있다. 

골프만큼 남을 속이기 쉬운 경기는 없지만 골프만큼 속인 사실이 드러났을 때 심한 경멸을 받는 경기도 없다. 
 
골프의 축도가 그린인 만큼 그린에서의 퍼팅은 한 홀의 대단원이다. 자연히 정신을 집중해 홀인을 노린다. 어려운 퍼팅을 성공시켰을 때의 쾌감은 라운드의 꽃이다.

그런데 볼이 홀과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스스로 OK를 선언하고 볼을 줍는 골퍼들이 의외로 많다. 어르신들이 건강을 위해 후하게 OK를 애용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홀과의 거리가 퍼터의 손잡이 부분을 뺀 거리를 벗어나 있거나 동반자가 컨시드를 주지 않았는데도 볼을 줍는 것은 골프의 기본을 무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동전 치기’도 악습의 하나다. 볼 마크를 할 때 볼을 슬쩍 홀 가까이 밀고 볼을 놓을 때 마크보다 훨씬 앞쪽에 내려놓아 홀과의 거리를 좁히는 수법이다. 주말골퍼들뿐만 아니라 프로들 사이에도 이 속임수가 통용된다. 나도 초보시절 그런 전과가 있지만 그러고 나면 오히려 남몰래 부정을 저질렀다는 감정에 집중이 흔들리고 기분이 개운치 않았던 기억이 난다. 

심한 경우 마크를 볼 뒤에 놓지 않고 멀리서 볼 앞쪽에 던져놓고선 아무렇지도 않게 볼을 그냥 줍는 골퍼도 있다. 
  
미스샷을 낸 뒤 동반자들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스스로 멀리건을 외치거나 정상적인 플레이가 어려울 때 벌타 없이 볼을 좋은 위치에 옮겨 플레이하는 것도 동반자들을 불쾌하게 하는 대표적인 꼴불견이다.

동반자들이 보기에 볼이 OB지역이나 해저드, 또는 깊은 러프에 들어간 것이 분명한데 볼을 찾는 척하며 ‘알까기’를 한 뒤 “어, 내 볼 여기 있네!”하고 외칠 땐 동반자들은 할말을 잊는다. 

티샷을 할 때 두 개의 티박스 표시물을 잇는 라인을 벗어나 앞쪽에 티를 꽂는 것도 사소한 것 같지만 동반자들을 불쾌하게 만든다. 기껏해야 몇 cm 정도지만 기본적인 규칙을 지키지 않는다는 사실에 동반자들은 골프의 묘미를 잃고 언짢은 기분에 휩싸이게 된다. 

지나친 다변(多辯)도 라운드 분위기를 망치는 독버섯이다. 가벼운 농담이나 적당한 한담은 자칫 어색하거나 경직되기 쉬운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는 순기능을 하지만 누군가의 쉬지 않는 지껄임을 듣는 것은 참을 수 없는 고역이다. 

고도의 집중과 적당한 이완을 반복해야 하는 라운드 중 누군가가 지난 홀의 멋진 샷을 계속 자랑하거나 미스샷을 불평하고 골치 아픈 정치 이야기나 개그를 늘어놓고 남의 험담을 토해낸다면 누가 두 번 다시 라운드하고 싶겠는가.

어떤 이유로든 캐디와 다투거나 희롱을 일삼는 골퍼도 최악의 기피 동반자다. 

캐디는 골프코스에서 유일하게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조력자이자 가장 많은 코스정보를 갖고 있는 보물창고다. 현명한 골퍼라면 어떻게든 캐디가 보유한 정보를 최대한 활용해 멋진 라운드로 마무리지을 것인가에 집중해야 옳다. 그러기 위해선 어떤 식으로든 캐디와의 관계가 원만해야 한다. 

클럽 선택이나 거리를 놓고 캐디 탓을 하거나 도를 넘은 농담으로 캐디를 불쾌하게 한다면 캐디가 다툼의 주인공에게 필요한 정보를 내줄 까닭이 없다. 스스로 클럽을 챙기지 않고 빈손으로 걸어가 클럽을 갖다 달라고 외치거나 볼 마크나 내 볼이 만든 볼 자국의 수선까지 캐디에게 맡기면 캐디는 귀중한 정보를 내놓을 틈이 없다. 캐디의 잡일을 줄여주어야 그만큼 정보를 풀어놓아 보상한다. 

캐디와 잘 다투는 골퍼는 다른 동반자들에게도 엉뚱한 피해를 입혀 결국 기피 골퍼로 전락하고 만다. 

이밖에 자신의 플레이가 잘 안 된다고 잘 나가는 다른 동반자에게 교묘하게 방해 공작을 펴는 골퍼, 내기를 해도 거래가 불투명하거나 많이 따고도 입을 싹 씻는 골퍼, 절대 남을 위해 운전대를 잡지 않고 동반자들의 차를 집으로 부르는 골퍼, 해외 골프여행에서 과도한 팁질을 하고 캐디를 하인 부리듯 오만방자하게 행동하는 골퍼는 골프 메이트 리스트 맨 밑바닥으로 추락한다.

어글러 골퍼의 꼴불견을 직접 지적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감정을 상하게 해 사이가 멀어질 수도 있고 골프친구로서의 관계가 끊어질 위험도 있다. 

이를 무릅쓰고 잘못을 지적해주고 충고하는 골프 메이트가 있다면 행운이다. 이보다 더 좋은 친구가 어디 있는가. 평생 ‘어글리 골퍼’ ‘더티 골퍼’의 낙인이 찍히는 것을 막아주었으니 은인이나 다름없다. 

나는 과연 주위에 어떤 골퍼로 받아들여질까 성찰해볼 일이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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