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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닮은 무술과 골프의 정신세계
방민준 2019-06-10 05:05:40
무술의 최고 경지에 오른 리롄제(이연걸).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무술의 세계는 현실감이 없다. 중국 무술영화를 통해 익숙해진 무술의 세계는 황당무계한 판타지에 가깝다. 허공을 날며 장풍을 날리고 눈이 아닌 온몸으로 사물의 움직임을 알고 나무젓가락으로 치명상을 입히는 영화 속 무술의 세계는 현실과 동떨어진 판타지의 세계다. 

그래서 무술의 최고 경지에 오른 리샤오룡(李小龍)이나 리롄제(李漣杰)도 진정한 무술인으로서 다가오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은 무술배우 이전에 진정한 무술인으로서 값진 존재들이다. 극한에 이른 듯한 그들의 무술이 주는 아름다움은 필설로 묘사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다. 현란하면서도 절제된 그들의 무술은 타임캡슐에 담겨야 할 지구촌의 보배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저런 무술을 펼치는 사람의 정신세계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하는 것이 궁금증으로 있었는데 우연히 궁금증이 풀렸다. 

수년 전 영화 ‘무인 곽원갑’의 개봉에 즈음해 우리나라를 찾은 리롄제는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최고 경지에 오른 무술인의 세계를 명쾌하게 설명했다. 

무술의 단계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말했다. 
“무술에는 3단계가 있다. 첫째는 손에도, 마음에도 칼이 있는 단계다. 최고가 되겠다고 무술을 연마하는 때다. 둘째는 손에는 칼이 없지만, 마음에는 칼이 있는 단계다. 상대를 직접적으로 해치지는 않지만 마음속에는 여전히 오만과 승리에 대한 집착이 도사리고 있다. 셋째는 손에도, 마음에도 칼이 없는 단계다. 절대적인 적이 없는 단계다. 이 경지는 아마 종교적인 경지일 것이다.”
 
어렸을 적부터 비범했던 그의 무술 이력을 안다 해도 그의 입에서 이런 무술 철학을 듣는다는 것은 청천벽력과 같았다. 그와의 인터뷰 기사를 읽는 순간 온몸에 전율이 흐르는 듯했다. ‘저래서 그런 무술이 나올 수 있었구나!’

6살 때부터 무술을 배우기 시작한 그는 1972년 9살의 나이에 문화대혁명 이후 중국에서 처음 열린 전국 유수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아 이듬해 국가대표로 선발되었다. 1974년 중국 전국무술대회에 출전, 권법 봉술 검술 등 3개 부문을 석권해 대회 사상 최연소(11세) 종합우승기록을 세운 뒤 5년 연속 중국 무술대회 챔피언을 차지하는 등 전무후무한 이력을 쌓아 중국 무술가들로부터 진정한 ‘무신(武神)’으로 추앙받았다. 
 
영화 ‘무인 곽원갑’의 주인공 곽원갑은 무도 정무문(精武門)의 창시자이자 1900년대 밀어닥친 외세에 강직하게 맞선 전설적인 무술인이다. 리롄제는 “처음에는 승리에만 집착하다 무술이란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것을 깨닫는 곽원갑의 인생역정을 이해하고는 영화화를 먼저 제의했다.”며 “적은 외부에 있는 어려움이 아니라 자기 안에 있는 부정적인 생각들이며 폭력은 폭력을,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토로했다. 
 
그리고 그는 무술정신을 한자 ‘武’자로 설명했다. 武는 그칠 지(止)와 창 과(戈)의 합성어로, 창 싸움을 그친다는 뜻이다. 싸움을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무술이란 얘기다.
“무술의 본질은 화려한 액션 뒤에 감춰진 정신이다.”는 설명은 무술인이자 배우인 그가 할 수 있는 최고 경지의 깨달음으로 다가왔다. 
 
이 같은 리롄제의 무술 철학은 바로 골프철학과 연결된다. 특히 무술의 3단계는 골프의 그것과 너무나도 닮지 않았는가.

처음 골프를 시작하면 무조건 상대방을 이기려 덤벼든다. 이력이 쌓여가며 매너를 배우고 골프를 잘 칠 수 있는 요령을 터득하지만 속으로는 여전히 자만과 아집에 빠져 승리의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런 단계를 지나서야 겨우 골프란 상대방이 아니라 나와 싸우는 것이라는 것을, 나중에는 나와도 싸우는 것이 아니라 화해하는 것이란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무술에서나 골프에서나 진정한 고수가 되기란 이처럼 멀고 험난하다.

어느덧 56세의 초로에 접어든 리롄제도 최근 갑상선 기능항진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탄력을 잃은 모습에서 전성기의 완벽한 무술인의 모습을 찾기 어렵지만 그가 간직하고 실천한 무술 정신은 결코 퇴색하지 않을 것이다. 골프의 전설들이 역사 속에서 살아 후학(後學)들에게 진정한 골퍼의 길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듯.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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