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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비오 사태'를 보는 다양한 시각
방민준 2019-10-06 13:46:09
코리안투어 멤버 김비오(사진제공=KPGA)와 KLPGA 투어 멤버 김아림 프로(사진제공=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대회본부)


[골프한국] ‘김비오 사태’의 여진(餘震)이 이어지고 있다.경기 도중 갤러리의 휴대폰 카메라 촬영음 때문에 티샷을 실수했다며 갤러리를 향해 손가락 욕을 하고 드라이버로 티잉 그라운드를 내리찍은 김비오(29)가 1차 진원지였다면 그에게 자격정지 3년, 벌금 1천만원의 중징계를 내린 한국프로골프협회(KPGA)가 2차 진원지다.

김비오의 비신사적 행동은 골프 팬은 물론 일반 국민들로부터 공분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더구나 그런 행동을 했음에도 벌타를 받지 않고 우승한 뒤 “미국에서 어릴 때 또래들과 골프를 하다 보니 감정 표현에 다소 솔직한 편이다. 잊어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비난의 불길은 더욱 거세어졌다. 

그러나 KPGA가 상벌위원회를 열어 그에게 자격정지 3년과 벌금 1천만원의 중징계를 내리자 과연 이 징계가 적절한가로 불길이 번졌다.
쟁점의 핵심은 자격정지 3년. 3년간 선수 생활을 할 수 없다면 골프선수로서의 생명은 끝이나 다름없다. 

과연 스포츠 단체가 한 사람의 선수 생명을 빼앗을 권한이 있는가.
스포츠에 징벌규정이 있는 것은 적절치 못한 행동을 하는 선수에게 정해진 벌금이나 일정 기간 출전정지를 통해 스포츠맨십에 위배되는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한 사람의 진로를 완전봉쇄하기 위한 장치는 아니다. 
중징계에 대해선 찬성하지만 선수 생명의 중단을 초래할 수 있는 자격정지 3년은 지나치다는 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징계 결정이 발표된 뒤 김비오에 쏟아지던 비난의 화살이 KPGA로 향하고 있는 까닭이기도 하다. 

올해 바뀐 새 골프 규칙은 고의적인 규칙 위반은 물론 비신사적 나쁜 행동을 한 선수에게도 바로 벌타를 줄 수 있게 돼 있으나 KPGA 경기위원회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TV의 생중계화면에 반복적으로 문제의 장면이 나왔으나 경기 중에도, 경기가 후에도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 기껏 시상식을 마친 뒤 추후 상벌위원회를 열어 징계를 결정할 예정이라는 것이 고작이었다. 
KPGA는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우를 범했다. 

만약 김비오에 2벌타의 벌칙을 내렸다면 우승자는 김대현이 됐을 것이다. 군 복무를 성실히 마치고 돌아온 김대현의 우승은 빛났을 것이고 김비오는 준우승에 머물며 팬들의 십자포화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추후 상벌위원회에서 일정 기간 자격정지와 벌금을 결정하겠지만 무릎을 꿇고 석고대죄하는 일은 없었을지 모른다.
 
골프에서 ‘신사의 스포츠’라는 말이 신앙처럼 받들어지는 것은 그만큼 비신사적 행동이 생기기 쉬운 스포츠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PGA투어에서도 유명 선수들이 비신사적 행동으로 팬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출장정지나 벌금 형태의 징계가 내려지지만 선수 생명을 끊을 정도의 징계는 찾아볼 수 없다. 

악동(惡童)의 대명사 존 댈리는 갤러리가 방해를 했다고 갤러리를 향해 퍼터를 던지는가 하면 갤러리 스탠드로 공을 날리고 앞 조의 경기가 너무 느리다고 앞 선수를 향해 공을 친 적도 있다. 
이 때문에 그는 출장정지 6회, 경고 20회, 10만달러에 달하는 벌금을 냈지만 가장 긴 출장정지가 6개월이었다. 
더스틴 존슨도 2014년 세 차례 마약 복용이 적발돼 출장정지 6개월의 처분을 받았다. 
미국 2부 투어에서 뛰는 이동환은 PGA투어 신인이던 2013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AT&T 내셔널에서 손가락으로 욕을 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혀 공개적인 제재는 받지 않았으나 조용히 벌금을 냈다. 
   
김비오 징계는 미국, 유럽 골프계에서도 논란거리가 됐다. 손가락 욕 자체가 아니라, 손가락 욕으로 3년 징계를 받은 게 지나치다는 것이다.

지난 4일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 TPC 서머린에서 열리고 있는 PGA투어 슈라인하스피털 포 칠드런 오픈에 참가 중인 케빈 나의 캐디가 ‘Free Bio’란 글씨가 새겨진 모자를 쓴 것도 KPGA의 징계에 대한 항의의 뜻을 담고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도 ‘악동’ 세르히오 가르시아(39·스페인)와 김비오를 비교하며 징계가 과하다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김비오는 한 번의 실수로 자국에서 열리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더 CJ컵에 참가하지 못한다. 반면에 퍼터로 그린을 훼손하고, 캐디에게 드라이버를 던지고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던 가르시아는 큰 징계를 받은 적도 없고 더 CJ컵에도 나갈 수 있다”고 비교했다. 

제재의 실효성도 의문이다. 국내에서 선수 생활을 할 수 없지만 Q스쿨을 거쳐 일본 투어나 아시안 투어 등 다른 투어에 갈 수 있다. 다시 PGA 투어에 도전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할 수도 있다. 
만약 김비오가 해외에서 성공을 거둔다면 KPGA의 징계는 국내 경기 출전 정지에만 효력을 미쳐 우스운 모양이 되고 말 것이다.
비신사적 행동을 한 김비오가 옹호 받을 이유는 없다. 그러나 징계를 내리더라도 선수 생명을 끊지 않으면서 징계의 효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지난 3일 인천 스카이72에서 열린 KLPGA투어 하나금융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도 김아림(24)이나 KLPGA가 유사한 논란에 휩싸일 위기를 맞았으나 선수의 현명한 대응으로 큰 파문으론 번지지 않았다. 

7번 홀에서 김아림이 두 번째로 친 볼이 벙커 안 모래에 깊숙하게 박혔다. 김아림은 박힌 공이 자신의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경기위원을 호출했고 경기위원이 현장에 도착했다. 

골프 규칙에서 공이 벙커에 깊게 박혔을 때는 꺼내서 확인할 수 있다. 다만, 확인 후에는 원래의 상태로 놓고 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경기위원은 선수에게 규칙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고 규칙을 지키는지 확인하는 데도 소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아림은 경기위원의 지시대로 공을 꺼내 확인했다. 문제는 그 다음. 김아림은 공을 원래 위치에 놓아야 하고 경기위원은 이 과정을 지켜보고 잘못이 있으면 시정하도록 해야 하는데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 
김아림은 규칙을 몰랐는지 아니면 알면서도 모르는 척했는지 공을 처음과 다르게 모래를 고른 뒤 내려놨다. 명백한 라이 개선으로 2벌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벌타는 부과되지 않았고 김아림은 보기로 홀 아웃했다. 
이 과정은 생중계됐고 방송중계팀이 경기가 끝난 뒤 경기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고서야 경기위원회가 ‘경기위원의 잘못된 판정’을 인정했다. 그러고도 경기위원회로서는 선수가 어떤 의도를 갖고 있었는지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선수의 책임을 묻지 않았다. 

그러나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 사이에서 경기위원의 미숙한 진행뿐 아니라 자신의 공이 맞는지 확인할 필요가 없는 상황임에도 일부러 이를 확인하려 한 것만으로도 선수가 의심을 받을 만하다는 소리가 나왔다. 

이런 분위기를 체감한 김아림은 4일 2라운드를 마친 뒤 기권을 결정했다.
그는 “협회에서 오심이라고 인정한 이상 경기를 지속하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해 기권하게 됐다”며 “의도하지 않았지만 논란이 된 부분에 대해서는 동료 선수들, 협회, 스폰서, 관계자분들게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김비오 사태’를 계기로 골프협회는 물론 선수들도 올바른 골프문화를 정착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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