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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선택한 ISPS 한다 빅오픈의 이민우·박희영
방민준 2020-02-10 09:15:00
이민우 프로는 호주PGA투어 겸 유러피언투어로 열린 2020년 ISPS 한다 빅오픈에서 우승했고, 박희영은 호주LPGA투어 겸 미국의 LPGA투어로 열린 ISPS 한다 빅오픈 우승을 차지했다. 이민지, 박희영 프로 사진제공=Golf Australia

[골프한국] 지난 6~9일 호주 빅토리아주 지롱의 서틴스(13th) 비치 골프 링크스에서 열린 ISPS 한다 Vic 오픈은 여러 면에서 이색적이다.

남자대회와 여자대회가 같은 코스에서 열리는 것이나 남녀 조를 따로 편성해 같은 홀에서 남자선수들이 먼저 티샷을 하고 나가면 그 다음에 여자선수들이 티샷을 하는 것도 별나다. 

남자대회는 호주PGA투어 겸 유러피언투어로, 여자대회는 호주LPGA투어 겸 미국의 LPGA투어로 열리는데 대회 명칭은 ‘ISPS 한다 Vic 오픈’으로 같다.

ISPS는 International Sports Promotion Society(국제스포츠진흥회)라는 단체의 약자이고, 한다(HANDA)는 이 단체를 만들어 후원하는 일본인 한다 하루히사(69·半田晴久)에서 따왔다. Vic는 빅토리아주의 약자다.

한다 하루히사는 일본 효고현(兵庫?) 니시노미야(西宮)의 유명한 사케 제조가문에서 태어나 교토의 도시샤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뒤 30대에 호주 퍼스로 건너가 국제적인 사업가가 되었다. 기업가로서의 뛰어난 재능이나 엄청난 재력뿐만이 아니라 자선가, 예술가, 예능인으로서 열정적인 삶을 사는 것으로 유명하다. 

호주에서 국제맹인골프협회(IBGA)를 설립해 맹인들이 골프를 즐길 수 있는 길을 여는 한편 ISPS(국제스포츠진흥회)를 설립해 호주 뉴질랜드의 각종 스포츠 진흥에 앞장서왔다. 
미국의 경제전문잡지 포브스(Forbes)는 그를 ‘일본에서 가장 열정적이고 매력 넘치는 인물로, 억만장자 기업가, 자선사업가이면서 신도(神道)지도자, 오페라가수, 서예가, 예술가, 시인, 열렬한 골퍼’라고 소개하고 있다. 

보통 대회에서는 2라운드가 끝난 뒤 한 번의 컷오프가 있는데 이 대회에선 2라운드 후 1차 컷오프를 하고 3라운드가 끝난 뒤 2차 컷오프를 하는 것도 특이하다. 

남녀 각각 144명이 참가해 2라운드를 끝낸 뒤 남자는 72명, 여자는 65명이 3라운드에 진출한다. 3라운드를 거친 뒤 남녀 각각 35명이 마지막 라운드에 진출 자격을 얻어 승부를 가린다. 물론 남녀 두 명의 챔피언이 탄생한다.

골프 팬들에게 많은 볼거리를 제공해 많은 갤러리를 모으기 위한 아이디어의 산물이 셈이다.

독특한 두 대회에서 한국 선수와 한국계 교포선수가 우승컵을 안았다.

남자대회에선 세계랭킹 9위에 LPGA투어 통산 5승의 호주교포 이민지(24)의 동생 이민우(22)가 유럽과 호주의 강호를 따돌리고 유러피언투어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3타 차 단독 선두로 마지막 라운드를 맞은 이민우는 대부분 선수들이 거센 바람에 타수를 잃는 가운데 버디 5개와 보기 1개로 4언더파 68타를 쳐 최종합계 19언더파로 우승했다. 뉴질랜드의 장타자 라이언 팍스가 이날 8언더파 64타를 몰아치며 추격했으나 두 타의 간격을 좁히지 못했다. 

아마추어 시절 US 주니어 선수권대회를 제패하며 주목받았던 이민우는 지난해 초 프로로 데뷔했다. 2019시즌 유럽투어 14개 대회에 출전, 9차례 컷을 통과했고 톱10에 두 차례 들었다. 지난해 유러피언투어에서 드라이버샷 평균 거리 320.48야드를 날리며 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진짜 볼거리는 여자대회에서 펼쳐졌다. 요동치는 바람으로 이변이 속출했다. 

지난 시즌 KLPGA 신인왕 조아연(20)이 12언더파로 직전대회 게인브리지 LPGA 앳 보카리오 우승자 매들린 삭스트롬(27·스웨덴)에 1타 앞서 4라운드를 맞았다. 스폰서 초청으로 참가한 대회에서 LPGA투어 직행티켓을 거머쥘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 뒤에 알레나 샤프(38·캐나다)가 3위(10언더파), 박희영(33)이 4위(9언더파), 유소연(30)이 공동 5위(8언더파)로 뒤쫓고 있었다. 최혜진(21)은 공동 11위(5언더파), 강혜지(39)와 이정은5(32) 공동16위(4언더파)로 기회를 엿보았다.

태극낭자들은 각자가 각본 없는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기를 갈망했지만 이 대회의 진짜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바람이었다. 남극해와 호주를 가르는 배스(Bass)해협에서 몰아치는 거센 바람이었다. 주변의 골프코스들이 모두 스코틀랜드나 잉글랜드의 링크스 코스를 그대로 재현해주는 것도 거친 바람 때문이다.
이 바람을 어떻게 대하고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경기의 흐름이 갈렸다.

바람을 타는 선수, 바람에 저항하는 선수가 드러났다. 바람은 누구에겐 재앙을 안기고 누구에겐 기회를 주었다. 
바람의 휘저음을 당하면서도 바람을 날개 삼아 비상할 줄 아는 선수, 날개가 꺾여 추락하는 선수로 갈렸다. 
바람이 이렇게 외치는 듯했다.
“니들이 바람 맛을 제대로 알아?”

결국 조아연은 마음이 바람에 휘둘리면서 하루에 9오버파를 치며 공동 11위로 추락, LPGA 직행티켓은 일장춘몽이 되고 말았다.
2연승을 꿈꾸던 매들린 삭스트롬 역시 9오버파를 쳐 공동 20위로 내려앉았다.

공동 11위에서 3타를 줄인 최혜진, 유소연과 박희영이 나란히 이븐파, 1오버파로 최종 라운드를 모두 8언더파로 마쳐 연장 승부에 돌입했다.

링크스 코스의 필수요소인 바람과 러프, 벙커가 선수들을 시험했다.
2차 연장전에서 유소연이 먼저 탈락했다. 2, 3차 연장전을 버디로 비긴 두 선수는 4차 연장전에서 희비가 갈렸다.

최혜진은 티샷 실수에 이어 3번째 샷마저 깊은 러프에 빠뜨려 1벌타를 받고 6번째 샷 만에 공을 그린 위에 올렸다. 박희영은 두 번째 샷이 벙커에 빠졌지만 침착하게 그린에 올려 파로 우승을 확정지었다. 

우승을 향한 박희영의 간절함이 바람에 통했다.
2013년 7월 매뉴라이프 파이낸셜 LPGA 클래식 우승 이후 6년 7개월 만이다. LPGA투어 개인 통산 3승.

지은희의 부활을 닮았다. 2007년 LPGA투어에 뛰어든 지은희는 2008년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 2009년 US오픈 우승 이후 8년 3개월 동안 우승 없는 나날을 보내다 2017년 스윙잉 스커츠 타이완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부활에 성공했다. 

박희영은 지난해 상금 랭킹 110위에 그쳐 13년 만에 ‘지옥의 레이스’라는 퀄리파잉 시리즈를 2위로 통과, 다시 LPGA 투어 카드를 확보했다. 그리고 시즌 세 번째 대회에서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이민우나 박희영 모두 바람의 아들과 딸인 셈이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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