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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영·박성현이 보여준 '마지막 남은 화살'
방민준 2020-05-27 06:56:03
2020년 '현대카드 슈퍼매치 고진영 vs 박성현' 이벤트 경기에 출전한 박성현, 고진영 프로. 사진제공=SBS골프


[골프한국] 골퍼가 날리는 모든 샷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지금 여기서 날리는 샷은 두 번 다시 되풀이해서 날릴 수 없는 유일무이한 샷이다.

수많은 프로 골퍼들이 결정적인 순간에 미스 샷을 내고 “다시 한 번 샷을 할 수 있다면…”하며 한탄하지만 골프에서 가정법이란 허망하다.

그러나 주말골퍼들은 샷을 무한히 되풀이할 수 있는 것인 양 골프채를 휘두른다. 지금 내가 날리는 샷이 두 번 다시 날릴 수 없는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이란 것을 깨닫지 못하고 허겁지겁 덤벼든다. 미스샷투성이의 라운드가 될 수밖에 없다. 

지금 내가 날리는 샷이 이 순간에 내가 날릴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샷이란 것만 깨달아도 라운드 내용이 달라진다. 

무엇보다 게임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져 허투루 날리는 샷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 샷을 날리기 전 주변 상황에 대한 점검도 치밀해지고 어떤 샷을 날려야 할지 결단을 내리는 과정도 신중해진다. 결행하는 순간의 자세도 신중하고 결연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최근 이보다 더 좋은 효과를 발휘하는 이미지가 떠올랐다. ‘지금 내가 날리는 샷은 마지막 남은 화살’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렸더니 훨씬 강한 집중도를 체험할 수 있었다. 

‘지금 내가 날릴 샷은 난공불락의 적군의 성을 불태울 수 있는 마지막 남은 불화살이다.’

장기간의 전쟁으로 수많은 아군이 목숨을 잃었고 살아있는 병사들도 버티기 힘든 상황에서 오직 남은 희망은 마지막 남은 이 불화살을 성문에 정확히 맞혀 성문을 불태운 뒤 성안으로 진입하는 것이다. 어찌 함부로 화살을 날릴 수 있겠는가. 
 
이것은 골퍼가 목표지점을 향해 샷을 날리는 것과 결코 다르지 않다. 

생각은 목표지점으로 볼을 날려 보내겠다고 하지만 욕심만 앞세워 냉정한 상황판단이나 집중도가 결여된 상태라면 몸 따로 마음 따로일 수밖에 없다. 자연히 내가 날린 샷은 당초 의도와는 달리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고 만다. 

그러나 지금 내가 날릴 샷이 마지막 샷이고, 내가 속한 집단의 생사를 결정짓는 중차대한 것이라면 함부로 샷을 날리지 못할 것이다. 

‘마지막 남은 화살’의 이미지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비거리가 짧아 페어웨이 우드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는데 결코 내 뜻대로 되지 않았다. 토핑이 나거나 빗맞거나 뒷땅을 치거나 했다. 그러나 ‘지금 날릴 샷이 마지막 남은 화살’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스윙을 해보니 볼은 멋지게 날아갔다. 한두 번이 아니라 매번 그랬다. 

그래서 요즘 짧은 비거리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 불려 다니며 남부끄럽지 않은 라운드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난 24일 인천 스카이72 오션코스에서 열린 슈퍼매치에서 고진영(25)과 박성현(27)은 ‘마지막 남은 화살’의 전형 같은 퍼팅을 보여주었다.

16번 홀까지 1,600만원 뒤져있던 박성현은 17번 홀에서 까다로운 긴 버디 퍼팅을 성공시켜 단번에 2,600만원을 챙겨 1,000만원 차이로 승부를 뒤집었다. 고진영은 1,000만원의 상금이 걸린 마지막 18번 홀에서 어려운 버디퍼팅을 성공시켰다. 결정적인 이 두 개의 퍼팅으로 두 선수는 상금 누적액이 5,000만원으로 무승부를 이루면서 최상의 시나리오를 만들어냈다.

대부분의 골퍼들이 18홀을 돌고 나서 9홀 혹은 18홀을 더 돌았으면 하는 아쉬움을 갖는다.

이 경우 대개는 초반에 몸이 덜 풀려 스코어가 시원치 않았다가 후반에 접어들어서야 리듬을 찾고 몸도 풀려 볼이 제대로 맞기 시작했다는 뜻인데 이것은 그만큼 집중도가 떨어진 골프를 했다는 증거다.

정말로 모든 샷마다 혼신을 다 했다면 18홀을 마친 뒤 그렇게 민숭민숭할 수 없다. 게임에 몰입해 18홀 동안 최선을 다하고 나면 날씨와 관계없이 등에 진한 땀이 배고 라운드를 끝내고 나면 절로 ‘이제야 끝났구나!’하는 안도의 숨을 내뱉게 된다. 이래야 정상이다.
18홀을 돌고도 미련이 남는다면 힘이 남아서가 아니라 골프에 몰입하지 못하고 건성으로 라운드했다는 증거다. 

흘러간 물에 두 번 다시 손을 씻을 수 없듯 온갖 상황에서 맞는 모든 샷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그것도 적군의 성문 불태울 수 있는 마지막 남은 화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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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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