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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골프 구찌(?)는 몇 단입니까?
장보구 2020-09-16 09:51:16
사진은 칼럼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교회 다니는 분들과 라운드를 했다. 장로님이 먼저 쳤는데 오비가 났다. 뒤에 기다리던 집사님이 한마디 한다.

"장로님 기도를 좀 세게 하시지 그러셨어요."

장로님이 아무 표정 없이 티 그라운드를 내려온다. 집사님은 만면에 웃음을 띠고 티샷을 한다.

"어" 소리와 함께 오비가 난다.
"멀리건 하나 쓰면 안 될까요?"

카트에 타고 있던 장로님이 한마디 하신다.

"집사님 그러다 잡사 되십니다."


유머 같지만 실제 있었던 일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골프를 치다 보면 자주 경험하게 되는 상황입니다. 우연하게 하는 말속에 상대를 자극하거나 비꼬는 듯한 비유를 통해서 '언중유골'의 은근함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친한 관계이거나 막역할수록 더 심해지기도 하지만 골프를 치다 보면 겪게 되는 심리적 교전입니다. (한글 사용을 지향하지만) 일부에서는 '구찌'라는 일본식 은어를 사용하는데, 주로 상대의 기를 죽이기 위한 허세와 말발 센 사람들이 동반자의 감정을 자극하는 것을 말합니다. 골프가 멘탈 게임이라 아마추어들 사이에 흔히 있는 심리전입니다.

'구찌'의 심리전은 당구와 골프에서 사용되기도 합니다. 당구에서는 일반적으로 허용(?)되기도 하지만 골프에서는 자주 쓰다간 큰 낭패를 보기도 합니다. 적어도 한번 정도는 기싸움에서 지지 않기 위해 필요하다고 보입니다.

"오늘 도시락 잘 싸 왔어"

"스윙 폼이 예전만 못하네"

"자넨 참 좋아. 폼만"

"이건 뭐 그냥 날로 먹네"

대충 이런 비슷한 말을 합니다. 칭찬 같지만 지적받는 기분이고, 예의는 지키지만 속에 벼린 칼을 품은 것 같기도 합니다. 말을 던진 사람은 장난이지만 파동은 번지고 여러 홀 동안 괴롭힙니다. 특히 여린 유리 멘탈의 소유자일수록 심하게 아파하기도 합니다. 어떤 말은 오래 남아서 집중력을 방해하고 승부를 망치기도 하니까요.


오래전 개봉한 김지훈 감독의 <달콤한 인생>이란 영화가 있습니다. 이병헌과 신민아, 김영철이 주연한 멋진 '누아르풍'의 영화입니다. 거기엔 명대사가 등장합니다.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라는 김영철의 대사입니다.

노래나 코미디 프로에 많이 패러디되기도 해서 영화보다 더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모욕감 때문에 자신에게 충성하던 부하를 죽이라고 지시했다는 두목은 결국 부하가 쏜 총에 죽고 맙니다. 사람은 그렇게 감정에 휘둘리는 것이고 어쩌면, 감정을 빼버리면 인간은 재미없을지 모릅니다.

이 영화의 시작은 이렇습니다.

제자: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건 나뭇가지입니까, 바람입니까?"
스승: "그건 나뭇가지도 아니고 바람도 아니고, 너의 마음이니라."

선문답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인간의 내면에 작용하는 감정의 심리적 흐름을 액션을 동반해서 잘 표현했던 것 같습니다.


골프를 치면서 외부로부터 수많은 자극을 받습니다. 아침에 다녀오지 못한 화장실부터 구멍 난 장갑이나 사라진 티, 그리고 동반자의 깐죽대는 말 한마디까지. 부는 바람도 좋을 때가 있지만 내가 칠 때는 안 불어 주기를 바라는 게 사람의 마음인지라 인간은 이기적일 수밖에 없는 동물입니다. 

상대의 배려나 격려도 그대로 받아들이고 지적과 꾸중도 좋은 가르침으로 받아들이면 좋을 텐데, 상황마다 번지는 감정의 흐름은 달라서 결코 쉬운 것은 아닙니다. 동반자를 통해서 듣게 되는 사소하고 의미 없는 말도 속으로 곱씹다 보면 의외의 화학반응이 일어나고 스스로의 판단력만 무너뜨리게 됩니다.

사람의 감정은 언제나 흐르고 요동치기도 하기에 통제가 쉬운 것은 아니겠지만 골프에서 감정은 페이지를 넘긴 책처럼 정리되어야 합니다. 다음 홀로 갔을 때 넘겨진 페이지처럼 새롭게 시작할 수 있어야 하고 지나간 홀에 대한 미련과 아쉬움을 버릴 줄 알아야 합니다. 

골프의 좋은 점을 말하는 사람 중에는 "매홀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얘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시간과 함께 흘려보내야 합니다. 인생과 골프에서 이 이치는 변함없는 진리일 것입니다.


그리고 나의 실수와 내 실력의 현주소를 인정하고 겸손을 다짐받는 것도 골프를 대하는 훌륭한 방법이 될 것입니다. 어떤 상황이든 발생할 수 있는 것이 골프입니다. 그래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이 생겼나 봅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다 보면 골프가 주는 진정한 묘미를 알게 되기도 하고, 포기하지 않는 그 모습을 통해 인정받는 동반자가 되기도 합니다.  

또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란 말도 있는데 우스갯소리 같지만 그 불행은 나에게도 올 수 있습니다. 그 불행을 겪고 이겨낼 때나 불행해졌을 때, 사람의 민낯을 보게 됩니다. 그때 골퍼의 자질이 판가름 납니다. 시험에 들지 않으면 좋으련만 그 시험은 피할 수 없습니다. 망가진 자신을 추스르고 하늘을 보고 씩 웃으며 동반자를 향해 미소를 날릴 수 있다면 당신은 백점일 것입니다. '대인의 풍모'를 갖춘 멋진 동반자가 되겠지요.

외부의 자극과 도발에도 스스로 지킬 수 있는 골퍼가 될 때, 나무의 흔들림도 변덕스러운 바람도 내 맘의 격정도 모두 하나가 되는 몰아 일체의 경지가 될 때,
골프의 '달콤한 인생'도 시작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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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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