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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올리는 날
첫 라운드 : 처음이라는 것은 다시 올 수 없는 것이기에 소중하다. 그런 순간을 함께 한다는 것은 동반자로서도 큰 의미가 있다.
조상현 인터넷한국일보 부사장 · WPGA회원 2012-11-12 11:17:51
사진=골프한국
얼마 전 직장 후배와 라운드를 했다. 직장 동료와 운동을 하는 일이야 자주 있는 일이었지만 그 날은 조금 특별한 날이었다. 함께한 동반자 중 한 명이 처음으로 필드에 나가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흔히 말하는 골퍼로서 ‘머리 올리는 날’이었다.

국내 골퍼들 사이에서 언제부터 이 표현이 사용되었는지 알 길은 없지만, 남자가 어른이 되거나 여자가 결혼을 하거나, 혹은 과거 기생이 직업적 프로로 데뷔할 때 썼던 말을 골프에 사용하는 것이 흥미롭다. 아마도 일생의 중요한 터닝포인트마다 통과의례라는 것을 두어 자격을 부여하거나 그 동안의 노력에 대한 수고를 인정해 주고자 함이 아닐까 한다.

골퍼라면 누구나 머리 올리던 날을 기억할 것이다. 실내연습장에서 레슨도 받고 연습도 하다가 볼이 몇 개라도 제대로 맞기 시작하면 ‘이제 필드에 나가도 되겠다’라는 자신감이 생긴다. 이때 친구나 선배가 ‘머리 올려주겠다’고 손을 내밀면, 드디어 그 순간이 왔다고 생각한다. 얼마나 많은 설렘과 긴장이 공존했는지 대부분의 골퍼들은 알 것이다.

‘필드에 나가 공이 안 맞으면 어떡하지?’, ‘연습을 더 하고 나가야 하는 것은 아닌가?’, ‘옷은 어떻게 입어야 할까?’라는 근심부터 ‘혹시 골프 신동이 되지는 않을까?’라는 근거 없는 상상까지. 마치 소풍을 기다리는 초등학생처럼 잠 못 이룬다.

누구에게나 처음이라는 것은 다시 올 수 없는 것이기에 소중하다. 그렇기에 그런 순간을 함께 한다는 것은 동반자로서도 큰 의미가 있다. 연장자로서, 골프 선배로서 라운드를 이끌어야 하는 순간 새롭게 시작하는 후배에게 무엇을 선사할 것인가를 생각해 봤다. 몇몇 후배들의 머리를 올려 주었지만 그 때마다 늘 깊이 고민하는 문제다. 연습장 프로가 아니니 레슨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기본적인 라운드 예절도 중요하지만 그 또한 책이나 인터넷에서 흔히 찾아 볼 수 있다. 선배가 되어 꼼수나 부리고, 내기에서 이기기 위해 기를 쓰는 모습으로 첫 경험을 실망시킬 수는 없다.

라운드 중 앞 팀의 진행을 기다리며 들었던 농담이 있다. 여학교 시험에 ‘첫 남자’를 묻는 문제가 나왔다. 정답은 '아담'이었다. 그런데 학생들의 답이 기가 막혔다. “천하의 나쁜 놈, 개XX, 죽일 놈의 XX“… 잊을 수 없는 첫 라운드에 ‘그 놈의 선배’가 될 수는 없지 않은가.

필자도 오래 전 첫 라운드를 생생히 기억한다. 당시 호스트를 해 준 분에게 여전히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다. 아주 좋은 골프장은 아니었지만 서울 근교의 오래된 골프장이었다. 긴장된 마음으로 티샷한 후 세컨드샷을 하는 지점으로 이동해 잔디에 파묻힌 볼을 바라보려니 ‘이걸 어떻게 쳐야 할지’ 신기하기도 난감하기도 했다. 늘 연습장 매트 위에서만 볼을 치다가 잔디에 놓인 볼을 처음 대면하는 순간이었다.

아직 주례를 서 본 적은 없다. 몇 번 부탁을 받은 적이 있지만 전혀 그럴 나이가 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도 세월의 힘인가 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자격이다. 기념할 만한 첫 시작, 새롭게 다짐하는 자리에 인생의 선배로서 설 자격이 있는가가 늘 마음에 걸린다.

골프에 있어서는 앞으로도 많은 후배들의 첫 경험을 함께하고 싶다. 멘토라기 보다는 경험 많은 라운드 동반자로서 그들과 함께하고 싶다. 입담이 좋거나 프로처럼 멋진 샷을 하지는 못하지만 오랜 시간 가까이한 스포츠를 후배들과 친구로서 함께하고 싶다. 필자의 선배들이 그랬던 것처럼 선배로서 아량도 베풀고 적당히 농을 쳐가며 즐기고 싶다. 성공한 골퍼의 조건으로 건강, 재력, 그리고 함께 동반할 수 있는 친구를 꼽는다. 이는 단순히 골퍼의 조건이라기보다는 인생의 목표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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