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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우승한 소피아 포포프에 고개 못 드는 LPGA
방민준 2020-08-31 05:23:57
스코틀랜드의 로열 트룬 골프클럽에서 열린 2020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골프대회 AIG 여자오픈(전 브리티시 여자오픈) 우승을 차지한 피아 포포프(독일)가 트로피를 들고 있다. 사진제공=R&A via Getty Images/AIG 위민스 오픈


[골프한국] 올해 LPGA투어 첫 메이저대회로 치러진 AIG 여자오픈(전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독일의 소피아 포포프(27)가 다른 메이저대회에 참가하지 못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포포프는 지난 8월 20~23일(현지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로열 트룬GC에서 열린 AIG 여자오픈에서 최종합계 7언더파 277타로 단독 2위 재스민 수완나푸라(27·태국)를 2타 차로 따돌리고 감격의 우승을 차지했다. 

다른 LPGA투어 선수라면 이번 메이저 우승으로 앞으로 5년간 투어 시드권이 보장되는데 포포프는 1년밖에 보장되지 않는다. LPGA 회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이후 열리는 메이저대회 출전 자격이 주어지는 게 당연한데 이 기회마저 차단됐다. 

이 모든 해괴한 일은 포포프가 세계랭킹 304위의 무명으로, LPGA투어 비회원인 데다 코로나19 사태로 LPGA 투어의 일정이 뒤죽박죽되었기 때문에 일어났다.

5살 때 골프를 시작한 그는 독일에서 주니어선수로 활동하다 남가주대(USC)에 진학해서도 골프선수로 활약했다. 2015년 파이널 퀄리파잉 토너먼트(QT)를 11위로 통과하며 LPGA투어에 데뷔했으나 시드 유지를 못하고 2부인 시메트라 투어로 내려갔다. 

2017, 2018년에도 QT에 도전했으나 LPGA 정회원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조건부 출전권을 얻었으나 2019년 시즌 후 이마저 잃었다. 다시 퀄리파잉 시리즈에 도전했으나 고배를 들었다. 

올해 코로나19로 2부 투어마저 중단되자 지역 미니투어인 캑터스투어에서 뛰면서 3차례 우승했다. LPGA투어가 재개된 드라이브온 챔피언십에는 네델란드 친구인 안네 판 담의 캐디백을 메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미니투어를 전전하는 아픔을 겪었지만 1부 투어 출전의 기회가 따라왔다. 코로나 사태로 출전 선수들이 줄면서 빈자리가 생긴 것이다. LPGA투어 재개 두 번째 대회인 마라톤 클래식 참가기회를 얻어 공동 9위에 올랐다. LPGA투어에서 거둔 유일한 톱10이다. 이 덕분에 AIG 여자오픈 출전 기회도 주어졌고 덜컥 우승했다. 

이번 우승으로 포포프는 LPGA투어 카드를 되찾고 상금도 70만2,129달러(약 8억3,500만원)에 달해 상금 1, 2위인 대니얼 강(63만6,632달러), 박인비(55만5,357달러)를 앞섰다.

스코틀랜드의 로열 트룬 골프클럽에서 열린 2020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골프대회 AIG 여자오픈(전 브리티시 여자오픈) 우승을 차지한 피아 포포프(독일). 사진제공=R&A via Getty Images/AIG 위민스 오픈

포포프가 생애 첫 우승을 메이저로 장식한 기쁨을 만끽하고 있는 와중에 일부 언론들이 그가 9월 열리는 메이저대회 ANA 인스퍼레이션과 12월의 US여자오픈에 출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놓고 LPGA투어 측을 비난하고 나섰다. 

USA투데이 등 미국 언론은 이 소식을 전했고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LPGA투어 비회원이 많은 한국에서 온 선수가 이런 일을 당했다면 곧바로 해결책이 나왔을 것”이라며 “이런 황당한 상황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냉정하게 보면 LPGA 혹은 USGA측이 비난 받을 이유는 없다. 문제는 코로나 사태로 대회 스케줄이 뒤죽박죽되면서 일어났다. 

메이저대회는 대부분 상금순위에 따른 기준 외에 전년도부터 최근 5년 동안의 해당 또는 다른 대회 우승자를 출전자 명단에 포함시킨다. ANA인스퍼레이션도 출전 자격을 최근 5년 동안의 메이저 우승자로 한정하고 있다. 최근 업데이트된 올해 US여자오픈 출전 명단의 역대 우승자명단에도 2015~2019년까지의 우승자 5명만 이름을 올렸다.

규정대로라면 개최·주최 측의 초청이 없는 한 포포프는 ANA인스퍼레이션에 참가하지 못한다.

메이저대회 출전 카테고리 중 ‘대회 직전 투어 상금랭킹 20위 이내 선수’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포포프가 마라톤클래식과 AIG 대회 모두 비회원 자격으로 출전해 받은 상금이어서 상금랭킹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3월 말에 개최 예정이던 ANA인스퍼레이션이 코로나 사태로 9월로 연기하면서 출전 자격을 당시 기준으로 동결했기 때문에 포포프가 엔트리(출전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도 없었다.

정작 포포프 본인은 미국 골프채널과의 인터뷰에서 “메이저에서 우승하면 다음 대회에 출전하는 게 당연하니까 나한테는 실망스러운 건 맞지만 올해 상황은 평상시와 다르다”며 LPGA측의 결정에 대해 “공정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포포프가 ‘공정한 결정’이라고 말했다고 해서 LPGA가 ‘포포프사태’에 대한 비난과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LPGA측이 필요에 따라 규정을 무시하고 예외를 인정한 사례는 많다. 

미셸 위, 렉시 톰슨, 리디아 고 등이 만 18세가 되어야 LPGA투어 멤버가 될 수 있다는 규정에도 불구하고 LPGA투어 측이 예외규정으로 인정해 모두 18세 전에 LPGA투어에서 활약할 수 있었다. 
상품성과 마케팅효과 등을 고려해 투어를 활성화하기 위해 예외를 인정한 사례다. 

‘예외 없는 규칙은 없다’(There is no rule but has exceptions)고들 한다.

포포프는 황무지에 핀 꽃이다. 잘 가꾼 정원에서 핀 꽃보다 황무지에서 핀 꽃이 더 감동을 준다. 유럽 골프 팬들이 포포프의 우승에 열광하는 것도 미국 한국 일본 등 골프 강국의 선수들과의 대결에서 골프변방의 선수가 우승했기 때문일 것이다. 

LPGA투어 입장에서도 이 정도의 반향을 일으킨 선수라면 예외를 인정하는 융통성을 발휘한다고 비난받지 않을 것 같은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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