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제의 책] 두려움·희망·슬픔… 싸움소의 냉혹한 삶
  • /서원극 기자 | 2017-07-23 14: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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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성이’(황선미 글ㆍ김용철 그림)


주인공 잎싹을 통해 엄정하고 치열한 삶의 성장통을 보여준 ‘마당을 나온 암탉’. 이 동화로 어린이문학의 새로운 문을 연 황선미가 싸움소의 두려움과 희망, 슬픔을 소의 눈높이로 담은 그림책 ‘칠성이’를 최근 펴냈다.

4년 전 죽음을 기다리는 소들의 울부짖음으로 가득찬 도축장. 그 속에서 우는 게 뭔지도 모르는 두살배기 어린 칡소 칠성이는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며 죽음이 눈앞에 왔음을 실감한다. 그렇게 잔뜩 겁에 질린 칠성이는 그러나 운 좋게도 황 영감의 눈에 띈다. 황 영감은 인생의 절반 이상을 소싸움에 건 외로운 노인. 하지만 소싸움에서 범소를 묻은 기억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그렇게 만난 둘은 새 삶을 함께 일구어 갈 동지이자, 식구가 된다.

황 영감은 이후 칠성이를 담력 좋은 싸움소로 키워낸다. 특별한 영양식을 끓여주고, 훈련 내내 곁을 떠나지 않는다. 칠성이에게 남겨진 지상과제는 단 하나. 황 영감이 아끼던 범소를 죽인 장 노인의 싸움소 태백산을 이겨야 하는 것. 드디어 태백산과 맞붙던 날, 칠성이는 범소의 앙갚음이라도 하듯, 자신의 내면에 있는 두려움을 떨치기라도 하듯 태백산을 끝장내버리고 만다.

“항복하고 도망치는 걸 쫓아가 결딴을 내다니! 비굴해도 안 되지만, 비겁한 건 용서받지 못한다.”

황 영감은 칠성이를 이제 더 이상 훈련시키지 않는다. 주인의 마음을 이해한 칠성이는 외양간 기둥을 들이받으며 괴로워한다. 그림책은 희망이 싹터야 할 자리에 두려움이 비집고 들어오는 냉혹한 삶의 무대를 소싸움에 빗댔다. 그림 작가는 칠성이의 두 눈에 깃든 맑은 슬픔과 황 노인의 고집스러운 주름에 담긴 진심을 세밀화로 생생하게 담았다. 그래서 그림들은 이야기의 리듬으로 움직이며 작품을 감상하는 맛을 더한다.(사계절 펴냄ㆍ값 1만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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