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물 이야기] 저승 갈 때도 주인을 따라가야 했던 하인
  • 기마 인물형 토기
  • | 2020-07-31 06: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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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기에는 말을 타고 있는 두 사람이 보여. 팔은 둘 다 팔꿈치까지 부러지고 없네. 사라진 두 손은 말고삐를 잡고 있었겠지. 왼쪽 사람은 버스 손잡이를 거꾸로 매단 것처럼 생긴 등자에 발을 올려놓았어. 어디론가 가고 있는 것 같아.

자세히 보면 말 가슴에 뿔 같은 게 난 게 보일 거야. 사람의 바로 뒤, 말 등에는 둥근 잔이 붙어 있고. 그래, 이건 주전자야. 둥근 잔(수구)은 물이나 술을 넣는 곳이고, 뿔(귀때)은 주전자 입이지. 우리가 흔히 보는 주전자하고는 모습이 많이 다르지?

보기 좋게 만들고 싶은 장인의 마음은 알겠지만 이래서야 어디 불편해서 제대로 쓸 수나 있겠어?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집에서 쓰는 물건은 아니었겠다.

토기를 발굴한 곳은 경주의 금령총이라는 무덤이었어. 시신과 함께 묻혀 있었지. 그럼, 왜 무덤에다 주전자를 묻은 걸까?

왼쪽 사람은 바로 무덤의 주인을 나타내. 그러니까 무덤 주인이 저승 갈 때 말 타고 편히 가라는 뜻으로 만든 토기야. 이 토기 주전자는 장례식에 쓰였을 것 같아. 죽은 사람을 위해 술을 따라 주는 데 사용하고, 시신을 묻을 때 함께 묻은 거지. 그러고 보니 주인이 탄 말의 이마에 살짝 아래를 향해 코뿔소 뿔 같은 게 나 있는 것도 보통 말이 아닌 것처럼 느끼게 해 주네.

그런데 말 탄 무덤 주인 말고 오른쪽에 토기 하나가 더 있어. 이 사람도 말을 타고 있는데, 누구지? 설마 무덤 주인이 둘? 정말 그런지 오른쪽 토기를 한번 살펴보자.

얼핏 보기에는 왼쪽 토기와 비슷하게 생겼어. 그래도 혹시 모르니 둘을 비교해 볼까? 왼쪽 토기는 A, 오른쪽 토기는 B라고 하고 틀린그림찾기, 시~작!

우선 머리에 뭘 쓰고 있나 보자. A의 사람이 쓴 건 둥근 모자인데, B는 그냥 옛날 일반 백성의 상투 같아. 그리고 A와 B 둘 다 둥근 잔이 붙어 있지만, B의 것은 밋밋해. A는 등자가 있는데 B는 없고. 입은 옷도 A가 B보다 화려해. 또 타고 있는 말의 크기는 비슷한데 사람 몸집은 A가 B보다 커. 아무래도 두 사람의 신분이 다른 것 같아.

이 토기를 보니 고구려 고분벽화에 그려진 주인과 하인 그림 생각이 나. 둘을 같이 등장시킬 때는 주인보다 하인을 아주 작게 그렸거든.

그러니까 왼쪽 사람은 주인이고, 오른쪽 사람은 하인이구나! 고구려 고분벽화를 생각해 보면, 아무래도 몸집이 큰 쪽이 주인이겠다. 혼자 가는 길이 쓸쓸하고 위험할까 봐 말 탄 하인의 모습을 한 토기를 함께 묻었던 거야. 하인을 데리고 가는 주인은 안심이겠지만, 저승 가는 길까지 따라가서 시중 들어야 하는 하인 처지에서 생각해 보면 좀 씁쓸해지기도 해.

유물 사진 유물 이름 쓰임새 사용 시대 소장처

기마 인물형 토기 주전자 삼국 시대 국립중앙박물관

/자료 제공= ‘알고 봐도 재미있고 모르고 봐도 흥미로운 우리 유물 이야기’(강창훈 지음ㆍ웃는돌고래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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