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류승룡 "열등감 숨기려 채찍질만 하며 달린 시간 있어"
  • 영화 '염력'서 초능력 지닌 50대 가장 신석헌 역으로 3년 만에 돌아와
    심은경과 티격태격 부녀호흡… 자동차 옮기고 하늘 나는 연기 선보여
    "'라디오스타' 논란? 앞만 보고 달린 나 돌아보게 된 계기"
    "'7년의 밤'·'킹덤'·'극한직업' 등 차기작도 기대 부탁"
  •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 2018-02-12 06:40:13
  • '염력'에서 하루 아침에 초능력을 가지게 되는 신석헌 역을 연기한 류승룡 /사진=프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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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영화 '7년의 밤', '염력', 애니메이션 '서울역'의 작업을 하며 끊임없이 작품 촬영을 이어오고 있지만 대중 앞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건 2015년작 '도리화가'이후 처음이다.

한국 영화 역대 흥행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명량'과 두 편의 1000만 영화 '7번방의 선물'과 '광해: 왕이 된 남자'로 충무로를 호령하던 시기에 비하면 잠시 뜸했던 느낌이다.

류승룡이 하루 아침에 초능력을 가지게 된 40대의 아빠로 돌아왔다. 영화 '염력'(감독 연상호)에서 그가 연기한 신석헌은 하루 아침에 초능력을 가지게 돼 가게의 철거 위기에 놓인 딸(심은경)을 구하기 위해 나서는 인물이다.

액션과 스펙타클, 히어로의 무한 능력을 강조한 할리우드 영웅물과 달리 한국 사회가 처한 도시 재개발 문제를 주제로 한 영웅담이기에 영화를 향한 호불호는 갈릴지언정 류승룡의 뜨거운 부성애 연기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기는 어렵다.

'염력'의 류승룡을 최근 만났다. '염력'의 공개 행사들이나 방송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염력 장면 촬영을 직접 시연해 보이는 모습에서 그의 변화는 일찌감치 감지됐다.

  • '염력' 류승룡 /사진=프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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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히 인터뷰를 이어가는 그에게서 올해 선보이는 '염력', '7년의 밤'(감독 추창민)과 촬영 중인 '킹덤'(극본 김은희, 연출 김성훈) 그리고 촬영을 앞둔 '극한직업'(감독 이병헌)으로 관객과 만날 기대감 또한 느껴졌다.

류승룡은 주로 영화와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려줬던 이전 인터뷰들과 달리 배우로서 살아온 시간들 속 깨달음에 대해 차분한 어조로 깊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예전 만남에서 '내 아내의 모든 것'의 장성기, '광해'의 허균, '표적'의 백여훈을 봤다면 이날 인터뷰 현장에서는 인간 류승룡이 보였다.

- '염력'을 선택한 이유는.

▲ 재작년 4월쯤 칸영화제 전에 시나리오를 받았다. 애니메이션 '서울역'을 함께 해서 연상호 감독님과 인연이 있었고 시높시스만 들어도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았다. 연 감독의 기발함과 '염력'의 신선한 소재가 좋았다.

- 신석헌이 하늘을 나는 연기는 할리우드 블락버스터 못지 않게 CG가 잘 구현됐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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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 오전 강남 한복판을 막고 촬영하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익숙한 빌딩숲을 아저씨가 막 날아다니니 통쾌함들을 느끼시나 보다. 스파이더맨처럼 멋지게 나는 게 아니라 여기 부딪히고 저기 부딪히고 하지 않나. 그게 신석헌의 특징인 것 같다.

- VFX효과가 많은 영화이다 보니 촬영도 다른 영화들보다 어려웠을 것 같다. 그럼에도 심은경, 박정민 등 주연 배우가 최고의 팀웍을 강조하던데.

▲ 전작 '도리화가'도 굉장히 편하고 팀웍이 좋은 현장이었다. '염력'의 연상호 감독님은 워낙 편하게 놀 수 있는 장을 만들어줬다. 현장에서 사전에 충분한 대화를 통해 어떻게 할지 명확했다. 제가 편하게 할 수 있는 장면부터, 잘 할 수 있는 부분부터 시작했다. 겉으로 보기엔 허황된 상상 속 장면들이 있지만 촬영은 정말 몰입해서 했다. 라이터가 날아오는 장면에서 조감독이 던져주는 라이터에 맞기도 했다.(웃음) 정말 라이터가 날아오는 것처럼, 재떨이가 허공에 떠오르는 것처럼 느끼려 했다.

- 애니메이션 감독 출신인 연상호 감독의 현장의 특색은 무엇인가.

▲ 판단력과 효율석이 매우 좋다. 즐겁고 편안한 현장이었다. 미리 사전에 콘티가 정확했고 네비게이션 또한 명확했다. 정확히 어떤 모습으로 구현된다는 걸 전체 그림을 숙지하고 촬영에 임했다. 배우가 놀 수 있는 장이 넓다. 제작진과 스태프가 함께 정한 범주가 넓기에 배우가 그 안에서 줄 수 있는 것이 많았다. 연 감독은 급작스러운 현장성을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또 템포를 굉장히 중시한다. 저나 심은경이나 애드리브가 쏟아졌던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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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적' 당시 엄청나게 감량해서 몸짱 몸매를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염력'의 신석헌은 외모적으로 그에 반대되는 캐릭터인데.

▲ 제대로 아저씨 몸매를 원하셔서 12kg을 늘렸다. 배우에게는 몸무게를 늘리거나 줄이는 일이 헤어커트하는 것과 비슷한 일이다. 감독이 원하는 것에 맞게 디자인하는 거다. 신체도 악기와 같다.

- '7번방의 선물'에 이어 부성애 연기하면 류승룡이라는 사실을 다시 보여줬다.

▲ 저는 '염력'이 영웅물이라기 보다 딸에게 영웅이 되는 아빠의 이야기인 것 같다. 부모와 자식 사이는 늘 티격태격하지 않나. 도시 재개발 세력과 싸우지만 결국 석헌은 자발적으로 감옥에 가서 4년의 시간을 책임진다. 죄를 인정하는 것은 딸에 대한 반성이기도 하다. 그리고 결말에 딸과 재회했을 때 처음으로 딸이 서툴게 아빠의 마음을 받아준다. 그렇게 희망을 제시하는 지점이 좋더라.

- 몇년 전 '라디오스타'에서 서울예대 절친 김원해, 이철민이 '뜨고 나니 연락이 안된다'라고 이야기해 한 순간에 인기에 취해 우정도 쉽게 버리는 매정한 사람으로 매도됐다. 이후 단 한 번도 이 사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오랜 시간 오해를 풀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텐데.

▲ 당시는 힘들고 고통스러웠다. 그러나 당사자들끼리는 방송이 나오자마자 바로 풀었다. 그들도 당황스러워했다. 그렇다고 제가 다른 예능프로그램에 나가서 이야기하는 것도 웃기고 기자회견을 하는 건 더 이상했다. 뒤이어 바로 영화 '손님'이 개봉했는데 그 때는 기자들이 저를 보호한다고 그런 질문을 하지 않았다. 그당시 댓글들을 보면서 많은 걸 되돌아보게 됐다. '행복하려고 연기를 했는데 정말 앞만 보고 달렸구나' 싶더라. 되돌아보고 둘러보는 계기가 됐다. 예전에는 뜨겁고 들떠 있었다. 제가 영화 연기를 늦게 시작하기도 했고 이루고 싶은 것들도 많았고 장거리를 뛰어야 하는데 장거리를 단거리 속도로 뛴 거다. 그래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을 놓치고 살았다. 저에게는 반성하는 시간이 됐다. 앞으로 배우로서 살아갈 날들이 많잖나.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

- 돌이켜 보면 고생한 시절, 어려웠던 시절에 대해 별로 이야기한 적이 없다.

▲ 영화 연기를 30대 중반이 넘어서 시작했다. 노가다도 오랫동안 했었다. 이런 시절이 저를 견고하게 지키려는 방어기제로 작용했다. 밖으로는 유쾌함과 자신감으로 포장했다. 나를 아는 분은 알지만 되게 여리고 열등감도 있다. 이런 성격에 반하는 쾌할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들을 더 보였더니 남들이 보기에는 넘친 것 같다. 더 겸손하게 낮은 곳에서 하루하루를 진지하게 또 만나는 분들에게 진솔하게 행복하게 다가가야겠다고 결심했다. 내가 행복해야 옆 사람도 행복하고 그걸 보는 사람도 행복하다.

- 최근 2~3년간 어떻게 지냈나.

▲ 촬영이 없을 때는 나에게 시간을 많이 줬다. 그동안 나에게 너무 채찍질을 한 것 같다. 좋은 것도 보고 또 듣고 했다. 옛날 지인들도 많이 만나고 90학번 동기 모임의 회장을 하라고 해서 회장도 맡았다.(웃음) 교수님도 찾아뵙고 팬들과 연극도 함께 보러 다닌다. 아주 감사한 시간이었다. 앞으로 인간 류승룡이 거만해 보인다거나 건방을 떨거나 실수를 하는게 있으면 바로 말씀해달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고쳐나가겠다. 다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꼭 '라디오 스타' 뿐만 아니라 인생이라는게 속도보다 방향도 중요한데 만약 내 행복을 위해 남에게 불편을 끼쳤다면 그건 잘못 가고 있는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방향을 다시 잡았다. 다 같이 행복하게 가고 싶다. 그게 더디더라도. 이런 이야기를 드리고 나니 마음이 편하다.

- 심은경과는 벌써 여러 차례 호흡을 맞췄다. 부녀지간으로 나오면서 더 돈독해졌겠다.

▲ '불신지옥' 때 중학생인 아이가 어머니와 함께 현장에 왔는데 애가 수줍고 내성적이어서 걱정이 되더라. 막상 신들린 장면을 연기하는데 너무 잘해서 깜짝 놀랐다. '광해' 때도 주억주억 눈물을 흘리며 대사를 치는데 그게 정말 어려운 연기거든. '퀴즈왕' 때도 그렇고 평소 일상에서는 조용한데 그 때 에너지를 농축시켰다가 현장에서 연기로 발산하는 것 같다. '염력'에서 철거 용역들과 싸울 때 "너 트리트먼트 했냐. XX야"라고 대사할 때 보면 에너지가 장난 아니다. 평생 서로 응원하는 동료 배우이고 싶다.

- '7년의 밤'은 올 상반기 개봉 예정이고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의 촬영 중이다. 차기작이 줄줄이다.

▲ '7년의 밤'은 추창민 감독님이 계속해서 편집을 밀도 있게 작업 중이시라더라. 세월을 녹여서 응축한 작품이 탄생할 것 같다. '킹덤'에서는 왕보다 더 권력 있는 역할을 맡아서 무게감이 있다. 주지훈, 배두나와는 처음 작업을 해 보는데 풍성한 작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병헌 감독의 '극한직업'도 촬영 예정인데 마약수사반의 형사 역을 맡았다. 재미있고 행복한 작품이 될 것 같다.

- 작품을 고를 때 일관되게 추구하는 원칙이 있나?

▲ 전에는 마음이 급해서 미리 정해놓고 저를 쉬지도 못하게 달달 복고 그랬는데 사람 마음이 변하지 않나. 이제는 미리 정하지 않고 한 작품이 끝나면 저를 움직이는 작품을 택한다. 배우는 선택되어지는 입장이다. 긴장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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