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협상' 현빈 "바른 생활 이미지 걸림돌? 도전으로 바꿔가야죠"
  • '협상'서 용병 민태구 역 맡아 협상가 역 손예진과 호흡
    "조금씩 도전하다 보면 다른 모습도 봐주실 것"
    영화 '창궐'·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연달아 선보여
  •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 2018-10-11 10:23:39
  • 영화 '협상'의 주연배우 현빈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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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참 신기한 노릇이다. 북한 사투리에 맨몸 액션까지 놀라울만치 훌륭히 소화해냈고(‘공조’) 여심을 뒤흔드는 멜로는 기본이었으며(‘만추’ '그들이 사는 세상') 코믹함이 가미된 재벌 2세마저 능청스럽게 소화해냈던(‘시크릿가든’) 그가 아닌가. 가장 젊고 강한 정조대왕(’역린’)과 우정을 나누던 친구들과 어긋나게 된 조직폭력배 역까지 ’친구, 우리들의 전설) 떠올려 보자면 남자 배우가 맡을 수 있는 캐릭터는 거의 대부분 경험해 본 셈이다.

게다가 연예인 군입대 사상 가장 큰 관심을 모았고 전국을 들썩이게 했던 해병대 입대와 무사히 마친 군 복무는 그에게 가장 모범적인 '대한남아’라는 초긍정적 아우라를 가지게 했다.

그런데 배우 현빈을 떠올리면 한 번도 지겹다거나 질린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미지를 소모당한 적이 없다고 해야 할까. 매력적인 중저음의 나긋한 보이스와 조곤조곤한 말투, 그를 세상에 제대로 알려준 인정옥 작가의 '아일랜드'(2004)때부터 지녔던 소년미와 우수에 어린듯한 정서와 원인 모를 불안감은 한 번 그에게 반한 관객이라면 도저히 빠져 나올 수 없게 하는 묘한 힘이 있다.

영화 '협상'으로 돌아온 배우 현빈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와 인터뷰어와 인터뷰이로서 만남은 세 번째인데 한결 같은 차분함과 살며시 짓는 미소 외에는 특별히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대화법은 여전했다. 매번의 새 도전에는 아픔도 따르고, 혹독한 훈련과 연습이 기본이었겠지만 그런 노력을 자랑하는 법이 없는 것도 여전하다.

'협상'에서 생애 첫 악역을 맡아 현빈표 악인의 모습을 보여준 그는 10월 개봉작 '창궐'에서 야귀(夜鬼)가 창궐한 위기의 조선으로 돌아온 왕자 이청 역으로 관객을 찾는다. 단 한 편의 작품에서도 겹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그이 잇따른 변신이 반갑다.

  • 영화 '협상'의 주연배우 현빈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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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상'에서 악역을 처음 연기했다. 외형적으로 변화를 준 부분은.

▲ 특별히 몸을 키우거나 하지는 않았다. 캐릭터를 만들 때 외적으로 보이는 영향이 있으니 의상팀이나 분장팀, 감독님과 함께 고민을 많이 했다. 흉터나 문신을 얼굴이나 몸에 표현했는데 험악해 보이려고 그런 건 아니다. 용병 시절에 문신이나 흉터가 생겼다는 것을 표현하려 했다.

- '협상' 출연을 결정한 이유는.

▲ 협상이라는 소재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가 없지 않았나. 국내 영화 중 협상가들이 협상 테이블에 앉아 사건 당사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내용이 없었다. 협상가의 일대 일 대치를 재미있게 봤다. 윤태구라는 캐릭터만 놓고 볼 때 쌓을 수 있는 게 많이 있을 것 같았다.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게 만들어 나가고 싶었다.

- 상영시간 내내 손예진과 협상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기에 공간 이동이 거의 없다. 촬영 중 어려웠던 점이 많았을텐데.

▲ 민태구가 한 공간에 있는 게 대부분인데 그 공간 또한 매우 작았다. 몇 평 안되는 공간에 스태프들이 다 들어와 있고 카메라 세 대가 함께 돌아갔다. 그렇지만 그 공간을 넓게 보이게 쓰고 싶었다. 카메라 밖으로 벗어 났다가 안으로 들어오고 하는 방식으로 작은 공간 전부를 활용했다. 모니터 앞 협상 테이블에 하채윤(손예진)이 앉았다가 또 국정원 직원들이 앉았다가, 경찰청장 들어와 앉았다가 하면서 대하는 사람이 누군가에 따라 다 다르게 행동하려 했다. 안 지루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 민태구라는 인물을 어떻게 상상하고 그려 나갔나.

▲ 태구는 협상 테이블에 앉은 목적과 의도가 전부 계산이 된 상태로 앉아 있지만 협상 대상을 지목할 때까지 관객들은 의도를 알 수 없다. 공손하게 이야기하다가도 뜬금 없이 공포감을 조장하기도 한다. '이 인간 뭐지?'하는 궁금증을 주고 싶었다. 이종석 감독님은 현빈이 연기하는 인질범에게서 의외성을 보여주고 싶다고 하셨다. 관객이 태구에게 연민을 느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 레퍼런스로 참고한 영화들이나 캐릭터가 있나.

▲ 감독님이 협상 관련 책들을 주셔서 읽어봤다. 영상 자료는 안봤다. 영화나 영상을 참고하면 제가 그게 모범 답안처럼 보이고 틀리게 했다고 느낄 것 같더라. 저는 레퍼런스를 영화나 영상으로 보는 걸 별로 안 좋아한다.

- 민태구가 하채윤을 생각해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엔딩 장면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데.

▲ 시나리오 속 결말 그대로 영화 엔딩이 진행됐다. 지금 엔딩을 좋아하는 분들도 있고 반대인 분들도 있더라.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계속해서 이용을 했는데 하채윤이 죽으면 민태구는 실패한 것 아니었을까.

- 영화 '공조' 때 보여줬던 현란한 액션 솜씨가 후반부에 아주 잠깐 등장한다. 분량상 아쉬움도 드는데.

▲ 복도 총 액션신이 우리 영화의 전부다.(웃음) 자세히 보시면 짧은 액션신이지만 총 잡는 자세나 각도 같은 게 '공조'와 전혀 다르다. 짧은 장면이었지만 다르게 하고 싶더라.

- 드라마 '시크릿 가든', '그들이 사는 세상', '친구, 우리들의 전설', '하이드 지킬, 나'를 봐도 그렇고 영화 '만추', '역린', '공조', '꾼'을 봐도 그렇고 캐릭터가 겹치는 경우가 드물다. 이렇게 전혀 다른 캐릭터와 장르를 고르기도 어려울 텐데.

▲ 작품을 고를 때 매번 뭔가 다른 지점을 찾는다. 소재가 됐든 이야기가 됐든 캐릭터가 됐든 제 나름대로 다른 것을 해왔다. '꾼',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창궐'도 그렇고 항상 다른 모습들을 보여 드리고 다른 이야기를 해 드리고 싶다. - 촬영 당시 손예진과 모니터로만 만나는데, 실제 촬영도 똑같았다더라. 현장에서 얼굴을 마주치기는 했나.

▲ 촬영 전 손예진, 이종석 감독님과 셋이서 사무실에서 만나 신바이신으로 리딩 연습도 했고, 함께 밥을 먹거나 술 한 잔도 하면서 이야기도 나누곤 했다. 촬영장은 같은 건물 3층 세트장에서 예진씨가 찍었고 나는 지하 1층 세트장에서 촬영했다. 촬영 자체를 각자의 세트에서 찍으니 떨어져서 촬영해야 했지만 함께 하는 배우로서의 유대감이 형성됐다. 리허설을 많이 하지 않았지만 연기하기에 불편함이 없었고 편안했다.

- 작은 세트 안에서 혼자 1인극을 하는 느낌도 있었겠다.

▲ 각자 외로운 싸움을 하는 것 같았다. 가끔은 외롭기도 했다. 예진씨는 더 힘들었을 거다. 태구는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끌어가는 인물이지만 하채윤 입장에서는 리액션도 해야 하고 협상가로서 동작도 한정돼 있으니 훨씬 어려웠을 것 같다. 이번 촬영 방식의 장점은 촬영장은 다르지만 서로 모니터를 통해서 상대 배우와 동시에 호흡하는 이원 촬영이었기에 그런 지점은 영화와 잘 맞았던 것 같다.

- 다른 작품과 달리 직접 아이디어도 많이 냈다고 들었다.

▲ 혼자 촬영장 가기 전 대본을 보며 나름대로 버전과 아이디어를 가지고 연습했다. 악역이지만 매력 있으면 좋겠고 궁금증을 유발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협상 상대방이 달라질 때마다 태구가 하는 말의 패턴들이 다르다. 하채윤과 할 때, 신문사 대표를 만났을 때와 국정원 직원과 이야기 할 때 다 다르다. 신문사 대표에게 "스탠드 업"이라고 대사하는 장면도, 국정원의 말투를 따라하는 것도 애드리브로 한 거다. 리허설 없이 갔을 때 그런 재미가 있었다.

- 작품 속이지만 현빈이 욕을 하니 이색적으로 다가오더라.

▲ 윤태구라면 그 타임에 욕을 할만 했지만 욕을 하는 것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가족 단위로 보셔야 할 시기이기도 하고 연민을 느껴야 하는 태구가 너무 센 욕을 하기도 그래서 고민을 했다. 여자 관객들이 불편하게 보지 않기를 바랐고, 수위에 대해 조절을 했다. 태구는 인질범이기도 하지만 존댓말도 잘 쓰고 웃기도 한다. 태구의 행동들을 대사보다는 행동으로 표현하려 했다. 인질로 잡혀 있는 정팀장(이문식)에게 갑자기 따귀를 때린다거나 예측 못하는 시점에서 총으로 죽이는 장면은 태구의 공격성을 표현하기 위함이었다.

- 하채윤과 탐색전은 마치 연인이 썸타는 걸로 보이기도 하던데.

▲ 실제 인질을 구하기 위해서는 서로 심리전을 벌인다고 하더라. 인질을 구하고 태구를 살리는게 하채윤의 목적이라면 태구는 하채윤의 뒤에 있는 높은 사람들과 협상하는 게 목적이다.

- 손예진과는 나이도 비슷하고 경력도 비슷해 통하는 게 많았을 것 같다.

▲ 실제 동지애나 유대감 같은 것이 있었다. 나이도 비슷하고 일한 시기도 같고 편안함이나 유대감이 들더라.

- 한 번도 불미스러운 루머에 휘말린 적이 없고 해병대 활동 등 개인적 삶에서 오는 착하고 모범적인 이미지가 다양한 역할을 맡는데 방해되지는 않나.

▲ 나쁜 역할을 한두 차례 했다고 해서 저를 바라보시는 생각들이 한 순간에 버려지거나 뒤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꾸준히 다른 것을 쌓고 찾아서 보여드린다면 다른 이미지가 형성되지 않을까. 바른 이미지를 가지려고 노력한 적은 전혀 없다. 다만 연기 잘 하는 배우가 되기를 원할 뿐이다. 연기자라면 당연한 생각 아닌가.

- 영화 '창궐'과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차기작이다. 올 하반기 극장가와 안방극장을 전부 휩쓸 계획인가.

▲ 제가 참 운이 좋은 것 같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참여하고 싶은 작품이 꼭 눈에 들어오고 다른 캐릭터 보여드릴 기회가 생긴다. 또 스케줄도 잘 맞는다. '창궐'을 정한 상태에서 '협상' 책을 받았다. 스케줄 조정이 잘 되어 두 편을 선보일 수 있게 됐다.

- 앞선 인터뷰에서 손예진이 현빈과 로맨스나 액션을 함께 하고 싶다던데.

▲ 손예진이 액션을 한다면 저도 콜이다. 로맨틱 코미디에서도 만나고 싶다. 제가 충분히 웃기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협상'에서는 적대적 관계니까 다음 번에 '편한 걸 같이 하자'고 했다. 기회가 닿는다면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 코믹 멜로 같은 장르를 해보고 싶다.

- 손예진과 해보니 어땠나.

▲ 궁금증이 많이 생겼다. 손예진이 표현하는 방식을 보면서 다른 장르에서 다른 연기를 같이 하면 어떨가 궁금함이 있더라.

- '창궐'에서 절친 선배 장동건과 호흡도 큰 관심사다.

▲ 동건이 형과는 사적 친분도 있고 정말 같이 해보고 싶었다. 현장이 재미있겠다는 기대감도 있었다. 현장에서 장동건 선배가 어떤 모습일까 기대감이 들더라. 나는 선배가 연기하는 걸 보면서 자란 사람이니까. 영화에서 서로 적대적 관계이고 중후반부에 만나게 돼 함께 한 기간은 한 달도 안된다. 아쉬움이 살짝 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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