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뷰] 도경수 '스윙키즈', 댄스 블록버스터의 정점을 찍다
  •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 2018-12-05 08:52:22
  • '스윙키즈'는 오는 19일 개봉한다. 사진=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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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꿈을 꾸는 사람은 어디에나 있다. 그곳이 전쟁통이라도 말이다. 1951년 한국전쟁 당시, 거제포로수용소의 북한 포로 로기수(도경수)도 마찬가지였다.

북한군과 중공군 포로가 뒤섞여 있는 이 곳, 수용소는 또 하나의 전쟁터다. 친공 포로들은 끊임없이 미국에 대한 적대감을 키우며 조국해방을 외친다. 북한 포로 로기수 역시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미군 물품 창고에서 우연히 엿본 잭슨(자레드 그라임스)의 탭댄스를 보고 묘한 매력을 느낀다.

이 가운데 정치적 목적을 품은 미군 소장은 전직 브로드웨이 탭댄서 잭슨에게 가족이 기다리는 곳으로 돌아가게 해주겠노라 약속한 뒤 댄스단을 만들 것을 지시한다. 잭슨의 눈에 띈 로기수는 생전 처음 본 ‘미제춤’에 경계심부터 갖지만 이내 생활 속 모든 소음에서 리듬을 느끼고 탭댄스에 푹 빠져든다. 피비린내 나는 수용소에 사는 소년의 눈엔 그제서야 생기가 돈다.

하지만 이념대립이 격화된 분위기에서 미국에서 건너온 탭댄스를 마음 놓고 추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크고 작은 장애물에도 로기수가 계속 꿈꿀 수 있었던 건 혼자가 아닌 덕분이었다. 인종차별로 상처 입은 흑인 장교 잭슨, 야무진 통역사 양판래(박혜수), 잃어버린 아내를 찾기 위해 춤을 추는 강병삼(오정세), 반전 매력의 중공군 포로 샤오팡(김민호) 등 저마다 결핍이 있는 인물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리듬을 타고 마침내 한 사람처럼 정확한 박자를 낸다. 이로써 감정의 연대를 넘어 춤으로, 미완성인 서로의 무대와 삶을 차츰 완성해간다.

물론 전쟁의 잔혹함을 날 것 그대로 표현하는 것만큼 확실한 전달은 없겠지만, ‘스윙키즈’는 전쟁을 다루면서도 양쪽의 갈등보다 ‘그곳에도 사람들이 있었고, 꿈이 있었다’고 강조하는 화법을 택했다. 때문에 영화는 암울한 시대배경의 쓴 맛 대신 새콤달콤한 사탕처럼 톡톡 튀는 맛을 낸다. 여기에 50년대 컬러사진에서 막 튀어나온 듯 비비드한 컬러의 소품, 의상들로 낭만적이고 아기자기한 매력을 한껏 더했다.

강형철 감독의 전작 ‘과속스캔들’, ‘써니’ 풍의 영화를 기대했던 이들에게도 기대 이상의 만족감을 안겨줄 것 같다. ‘스윙키즈’ 역시 캐릭터들에 승부수를 건 강 감독의 전작들과 비슷하게 밝고 경쾌한 템포를 끝까지 유지한다. 특히 영화의 가장 큰 동력인 도경수의 힘이 대단하다. 그간 다수의 작품에서 다소 어두운 캐릭터를 연기했던 도경수는 늠름하면서도 일견 코믹한 연기로 새로운 얼굴을 비춘다. 색 바랜 옷에 삐딱한 말투는 자연스럽게 묻어나고 탭댄스를 만난 후 환희에 찬 눈빛은 강렬하기까지 하다. 아마 로기수 캐릭터에 도경수보다 꼭 맞는 배우를 찾기란 어려워 보인다. 극 중 정수라의 ‘환희’,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의 ‘모던 러브’(Modern Love) 등 귀에 익숙한 명곡들에 맞춰 발을 놀리는 도경수의 리드미컬한 몸짓과 반짝이는 눈빛은 그 자체로 훌륭한 아트버스터다.
  • 사진=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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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춤, 다소 이질적인 소재들이 만났지만 뛰어난 강약조절 덕분에 영화는 전반적으로 조화롭고 균형미 있다. 심장을 두드리는 경쾌한 분위기 속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전개도 오랜 잔상을 남긴다. 무아지경 춤추는 인물들을 보며 박자를 맞추다가도 일순간 벌어지는 총격전에 각성하는 식이다. 이에 러닝타임 내내 긴장을 놓을 새가 없지만 그만큼 몰입감도 상당하다.

무엇보다 최악의 현실 속 싱그러운 열망은 어설프지만 용감하게 뭔가에 도전했던 과거를, 혹은 현재를 떠올리게 한다. 초짜 댄스단의 자칫 무모해 보이는 도전을 응원하게 되는 이유다. 전쟁과 이념대립 등 상황적 배경이나 피날레도 절망적이지만은 않다. 우리의 무대는, 그리고 춤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스윙키즈'는 오는 12월 19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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