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조진웅 "대중의 아픔과 기쁨 모두 대변해야 진짜 광대"
  •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 2019-09-11 06: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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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영화 '광대들:풍문조작단'은 조진웅이 배우가 된 이후 한결같이 주장해온 '광대론'에 딱 부합하는 영화다.

기회가 닿을 때마다 조진웅은 스스로를 '광대'라 칭하길 주저하지 않았고, 그가 생각하는 진정한 배우에 대해 시대와 대중들의 아픔과 슬픔, 기쁨을 대변할 줄 아는 예인이라 정의해왔다.

딱 10년 전 방영됐던 KBS-2TV 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에서 함께 호흡하며 당시 드라마에서는 신인과 다름 없던 그에게 늘 아낌 없는 응원을 해주던 은인과도 같은 선배 손현주와의 10년만의 작품 속 재회 또한 '광대들:풍문조작단'에 출연하지 않을 수 없는 큰 이유가 됐다.

'광대들:풍문조작단'은 조선 팔도를 무대로 풍문을 조작하고 민심을 흔드는 광대들이 권력의 실세 한명회에 발탁되어 세조에 대한 미담을 만들어내면서 역사를 뒤바꾸는 이야기를 그렸다. 조진웅은 극 중 풍문을 조작하고 민심을 뒤흔드는 광대패의 리더 마덕호 역을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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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배우는 광대와 같다'고 이야기해왔는데 결국 '광대들:풍문조작단'의 주연을 맡았다. 너무 딱 맞는 캐스팅이다.

▲ 광대는 민초를 등에 업고 극을 통해 권력을 조롱하며 세상을 아주 조금이라도 바꿔가는 예인들 아닐까. 그게 예인들의 본질 같다. 덕호는 그걸 많이 안 지키고 외면하려고 하지만 결국 여러 사건에 의해 선두에 서게 되는 인물이다.

- 세월호 사건의 상징인 노란 뺏지를 여전히 가슴에 달고 다닌다. 세상에 대해 할 말 하겠다는 의미인가.

▲ 노란 리본이 예쁘지 않나. 노란색을 좋아한다. 저에게 무슨 뜻이 있고 정의감 때문에 달고 이런 건 아닌 것 같다. 그냥 단지 초심을 잃지 말자는 뜻이다. 잊지 말자는 소신일 뿐이다. 우리 영화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우리는 아무리 굶어 죽어도 하고 싶은 말 하고 의미 없는데 재주 부리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이런 마음이 우리 광대들이 가지는 소신이다.

- 덕호는 광대패를 이끄는 우두머리다. 극 중 특출한 재주를 지닌 고창석, 김슬기, 윤박, 김민석을 이끌었다. 이들과 함께 한 소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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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슬기는 엄청 잘 하더라. 에너지가 너무 좋았다. 'SNL'의 에너지와 기운도 느꼈다. 사실 생방송에서 연기한다는 게 쉽지 않다. 김슬기는 자기가 가진 걸 꺼내서 당돌하게 잘 했다. 윤박은 정말 착하고 선한 친구다. (장난을 치면)1부터 100까지 다 속일 수 있을 정도다. 우리 현장이 주로 내가 포함된 광대 쪽과 손현주, 박희순 형이 있는 공신 쪽으로 나뉘어 촬영을 했는데 공신 형님들은 촬영만 끝나고 나면 이미 술자리가 진행 되고 있었다. "형님들, 나 두 컷 남았어. 절대 취하면 안되요"하고 뒷풀이 자리에 가보면 이미 흥에 겨워들 하고 계셨다. '광대들:풍문조작단'은 팀워크가 최상의 조합이었다. 손현주 형님은 든든히 앞에서 이끌어 주기소 박희순 형님은 잘 가다듬어 주셨다.

- 촬영 전 손현주 배우가 SNS에 조진웅, 박희순, 고창석 등과 만남 현장 사진을 올려 화제에 오른 적이 있었다.

▲ 실제 촬영 현장에서는 한명회, 세조 등 공신파와는 만날 일이 별로 없었다. 한명회와 만나면 주로 두드려 맞거나 세조를 만나면 무조건 무릎을 꿇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촬영 전에는 함께 모여 리딩을 하고 단합대회도 많았다. 고창석 형이 동네에 놀이공간 같은 걸 운영하신다. 술 냉장고가 큰 게 있고 테이블은 양은 테이블이 놓여있는 공간인데 우리가 각자 먹을 거리를 항상 들고 가고 또 다 먹고나면 치워야 하고 그랬다. 정말 재미있는 공간이다.

- 항상 배우는 광대와 같은 존재라고 이야기해왔다. 광대 우두머리 역할이라니 정말 딱 들어맞는다.

▲ 영화에도 나오지만 광대들이 때묻은 것을 바꾸겠다고 선봉에 선다고 세상을 바꿀 수 있겠나. 하지만 그런 일들에 균열은 조금이라도 낼 수 있지 않겠나. 민초들을 등에 업고 선봉에 나설 수 있는 광대들의 모습을 그린 영화인데 안 할 이유가 없었다. 어떤 영화는 철학적인 내용에 반해 또 어떤 영화는 좋은 메시지에 반해 선택하게 된다. 관객들을 즐겁게 만드는게 첫 번째 기준일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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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카를 죽이고 왕이 된 세조의 미담을 만들기 위해 조작을 벌이는 광대들 스토리의 재미에 비해 공신들과 왕의 대립이 과도하게 표현됐다는 지적도 있는데.

▲ 선배들의 연기 호흡이 기깍기가 좋았다. 선배들 연기의 내공이 어떤 지향점을 향해 잘 가주셨던 것 같다.

- 씬스틸러보다 어려운게 주연 배우의 역할이다. 한두 장면 기막힌 걸 보여준다고 관객들이 만족하지 않는다. 오히려 특정한 신, 특정하게 드러나는 연기보다 극 전체의 흐름을 이끌어야 한다. 덕호를 연기하면서 어려웠던 지점은.

▲ 안 어려울 수가 없다. 이야기 전체를 끌고 나가 줘야 하고 또 잘못하면 무너뜨릴 수 있는게 주연 배우니까. 결국은 스태프와 동료배우들을 믿고 가야한다. 김주호 감독님이 굉장히 많이 믿어주셨다. 마음껏 놀게 해주셨고 제가 바꿀 수 있는 부분은 바꾸라고 하셨다. 이정표를 정확히 세우고 전반적으로는 협의를 많이 하면서 만들어갔다. 배우들이 2~3배 되는 에너지로 한 판 놀고 나면 감독님이 편집으로 정리를 다 해주셨다. 딱 한 가지 힘든 지점이 있었다면 역시 날씨였다. 지난 여름 가장 더울 때 가죽으로 된 의상을 입고 촬영을 했다. 특히 교수형 장면에서는 너무 더우니 웃음이 나오더라. 보조 출연자분들이 제가 땀을 너무 흘리고 있으니 땀을 다 닦아 주셨다.

- 전통 연희 장면에서 오랜만에 연극하는 희열을 느꼈다는 발언이 인상적이더라.

▲ 대학(경성대 연극영화과) 때 풍물패와 진도 북춤을 좋아했다. 극 초반 혼자 광대짓을 하고 재담을 부리는 장면이 있다. 물론 보조 출연자분들 앞에서 약속된 내용을 보여주는 거지만 이런 저런 연극 같은 걸 하니 너무 좋더라. 여전히 군중들 앞에서 극을 올린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군중들이 객석에 앉아 있으면 정말 울컥하다. 한 번은 손현주, 박희순 선배님들과 술을 마시는데 '저 연극하는 기분이 들어 울컥하고 그렇습니다' 했더니 "그럼 연극해, 임마"하시더라.

'범죄와의 전쟁' 때 하정우, 최민식 형님과 버스타고 무대인사 한참 다니던 시절에 최민식 선배가 "우리 이렇게 모이는 것도 쉽지 않은데 연극 한 번 해볼까, 형이 총대 매고 진행해볼게"라고 하셨다. 다들 정말 해보고 싶었지만 스케줄을 모으는게 쉽지 않았다. 손현주 형님하고도 연극을 너무 하고 싶지만 최근까지 늘 손에 '저스티스' 대본 들고 다니시며 밤샘 촬영 하시는 모습에 말꺼내기도 쉽지 않다.

- 20대 시절 대부분을 연극으로 보냈다고 들었다.

▲ 21살 때 연극 무대에 데뷔해 29살까지 연극만 했다. 대부분 연극에서 원 캐스트로 연기했다. 더블 캐스트로 공연한 건 학교 다닐 때 '맥베스' 때 빼고 없다. 학교 졸업할 때까지 59개 작품에 출연했다. 출연했거나 스태프로 참여했거나 연출을 한 것까지 통 털어서 말이다. 부산 극단 동녘은 내 뿌리와 같은 곳이다. 요즘 제가 1년에 3편 정도 출연할 때 관객들이 소처럼 일한다고 하시는데 그 때 연극할 때는 아침에는 서울공연예술제를 준비하고 오후에는 부산공연예술제를 준비하고 또 저녁에는 정규 워크샵을 준비하는 등 하루에 세 가지 공연을 동시에 준비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 가을에 '퍼펙트 맨'으로 곧 다시 관객을 만난다.

▲ 설경구 선배는 그동안 제 최고 롤모델이었다. 이번 영화에서 시한부 인생을 사는 나이 많은 변호사 역을 설경구 선배가 맡으셨고 제가 건달 역을 맡았다. 형님과 같이 작업을 했다는 자체로 영광이다. 처음 형님과 함께 연기한다는 게 확정 됐을 때 와이프와 함께 박수를 쳤다. '퍼펙트 맨' 팀이 처음 모이는 상견례 날 매니저에게 '오늘 지각하면 너랑 나는 죽는 거다'라며 긴장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좋아한 경구 형님과 연기하며 제 귓등을 타고 내리는 설경구 선배의 눈물을 직접 느껴봤다. 이런 경험은 아무나 못할 경험 아닌가. '광대들:풍문조작단'에는 형님들이 많아서 늘 어리광 부리고 지냈다면 '퍼펙트 맨'은 경구 형이 유일했다.

- 팬들과 대중들이 가장 기대 중인 작품 중 하나가 '시그널2'일텐데.

▲ 김원석 감독님이나 김은희 작가님과는 워낙 친해서 자주 보며 지내는 사이다. 최근엔 각자 너무 바빠서 잘 못 만났다. 속편에 대해 시청자 분들이 너무 기다려 주시는 걸 잘 안다. 제작에 들어간다면 긍정적으로 검토 해봐야 하지 않을까.(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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