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타짜3' 박정민 "20kg 감량하고 7개월간 손기술 연마해"
  • 선배 김의성 응원 힘입어 출연 결심
    일출 캐릭터 위해 20kg 감량까지
    쉼 없는 작품 활동, 분에 겨운 복 같아
  •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 2019-09-11 07:00:20
  • 배우 박정민이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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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배우 박정민은 묘한 힘이 있다. 어떤 작품에서든 돋보이려고 작정하지 않았는데도 결국엔 눈에 띄고 마는 배우랄까. 다른 이유 때문에 선택한 영화일지라도 결국 박정민을 발견하게 되는 식이다. 그가 지난 2011년 선보였던 데뷔작 ‘파수꾼’의 충격은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생생하다.

그런 그가 ‘타짜: 원 아이드 잭’으로 또 한 번 변신에 나섰다. ‘타짜: 원 아이드 잭’은 ‘타짜’(2006), ‘타짜: 신의 손’(2014)을 잇는 ‘타짜’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다. 박정민은 전설적인 타짜 짝귀의 아들인 일출로 분했다. 일출은 평범한 공시생이었지만 사설 도박장에서 포커의 세계에 눈 뜨고 거대한 판에 뛰어드는 인물이다. 극적인 캐릭터인 만큼 매력적이지만 주변 지인들은 시작부터 뜯어말렸다.

“시나리오부터 그냥 재밌었어요. 솔직히 응원받고 싶어서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물어본건데 예상외로 하지 말라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러다가 큰 힘이 됐던 게 김의성 선배님과의 통화였어요. 선배님께 의견을 여쭤봤는데 잠깐 끊어보라고 하시더니 한 10분쯤 지나서 다시 전화가 왔어요. ‘방금 내가 최동훈 감독과 통화했는데 네가 하는 걸 보고 싶다고 하더라. 네가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시더라고요. 그 통화가 응원으로 느껴졌고 감독님을 만나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아마 성공한 전작이 있다는 건 감독님에게도 큰 부담이었을 거예요. 그런 고민들을 같이 공유하고 나누다보니까 잘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죠.”

박정민은 포커판의 실력자다운 능숙한 플레이를 보여주기 위해 7개월간 연습에 매진했다. 또 각종 포커 대회 방송을 섭렵하며 플레이어들의 작은 제스처, 사소한 습관까지 체득하기 위해 노력했다. 후반부에는 도박에 영혼까지 빨려 황폐해진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체중 20kg을 감량하기도 했다. 외적인 디테일뿐 아니라 카드패를 하나씩 뒤집을 때마다 미묘하게 변하는 눈빛, 호흡 하나까지 놓치지 않았다. 이에 테이블에 가만히 앉아 얼굴, 뉘앙스로만 표현하는데 웬만한 액션물 못지않은 긴박감을 준다.

“몸을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제한적이라 애먹긴 했어요. 큰 계산은 없었지만 웬만하면 뭔가 표현하지 말자는 마음으로 접근했어요. 실제 도박판을 보면 플레이어들이 거의 반응하지 않아요. 진짜 프로선수들은 상대방의 버릇, 동공이 열리는 순간까지 본다고 하더라고요. 누가 이기고 진다고 해서 움찔한다거나 감정을 드러내면 안 되니까요. 영화에 나온 것들이 실제보다는 좀 더 반응을 크게 한 편이에요. 배우들의 호흡만 잘 따라간다면 포커 룰을 잘 몰라도 재밌을 겁니다. 저도 섯다 칠 줄 모르는데 ‘타짜’는 되게 재밌게 봤거든요. 연출이나 연기로 충분히 흥미진진할 수 있겠더라고요.”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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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름판의 중독성이 치명적이라는 건 누구나 안다. 일단 한 번 발을 들이면 저 앞에 파멸이란 늪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걸어 들어간다. 그럼에도 이 지옥에서 발을 빼지 못하는 이유를 묻는다면 대사 속에 답이 있다. ‘타짜’의 고니(조승우)는 “대학 나와서 돈 벌던 시대는 갔다”고 말했고, ‘타짜: 원 아이드 잭’의 일출은 “도박판에선 흙수저든 금수저든 카드 몇 장으로 붙으면 똑같은데 이게 더 해볼 만한 거 아니냐”고 외쳤다.

“일출에게 사설 도박장은 자신의 존재가치를 인정해주는 유일한 곳이었어요. 그래서 카드를 치러 가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현실은 시궁창이고 이 불공정한 사회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공부뿐인데 다른 놈들은 돈 있으면 대학도 마음대로 가거든요. 근데 도박장에선 내가 금수저든 누구든 다 이기는 거죠. 알고보니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었지만요. 마지막에 다 털고 나오면서 이 인간이 한 단계 성장했다고 생각해요. 결국 배신당했지만 성장의 밑거름이 된 것 같아요.”

포커는 고스톱이나 섯다와는 좀 다르다. 자신이 갖고 있는 카드를 보면서 베팅을 하고, 가장 높은 가치의 카드 조합을 가진 플레이어가 승리하는데 기본적으로 ‘눈치싸움’과 비슷하다. 자기가 가진 패가 아무리 좋아도 상대방의 심리를 쥐고 흔들지 못하면 금세 불리해진다. 어떤 상황에 직면하더라도 마음의 동요를 드러내지 않는 ‘포커페이스’가 중요한 게임이다. 박정민은 “난 포커페이스는 가능한데 베팅하다 걸릴 것 같다”며 “감정은 참 잘 숨기는 편”이라고 털어놨다.

“초중고 시절부터 감정 표현에 익숙하지 않았어요. 쭈그려서 조용히 살고 그런 습관이 남아 있어서 그런지 웬만해선 잘 슬프지도 않고 신나지도 않고 화도 안 나요. 배우로서 약점이기도 한데 연기를 하면서 조금씩 표현하는 법을 배우고 달라진 것 같아요. 제가 가진 재주가 뭔지도 잘 모르겠어요. 자연인 박정민을 굉장히 부끄러워하는 사람이라서.(웃음) 아! 저 운전은 잘 해요. 제가 수동 차를 몰아요. 운전하는 걸 좋아해서 촬영 다닐 때도 직접 운전해요. 주변사람들이나 회사에서는 걱정하시는데 전 이게 너무 좋아요. 차도 기름을 많이 먹는 차가 아니라서 경제적으로 부담도 없고 하루 일과 마치고 운전하면서 노래도 듣고 생각도 하고. 나만의 공간이 있다는 게 너무 좋더라고요.”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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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는 걸 수줍어하는 그가 배우가 된 건 어쩌면 운명이었다. 몇 년 전 우연히 극단 차이무에서 막내 일을 하면서 연기에 대한 호기심을 키웠고 저예산 독립영화계의 전설 ‘파수꾼’을 시작으로 ‘들개’, '신촌좀비만화', '동주',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 '그것만이 내 세상', '변산', '사바하' 등을 거치며 차츰 신뢰감을 주는 배우로 자리잡았다. 남자다우면서도 반항적인 얼굴 위로 우수 어린 눈을 빛내는 그는 정제된 이미지 속에서 빛을 내곤 했다. 특히 또래 배우들과 비교 불가능한 박정민만의 분위기는 이제 많은 관객들이 사랑하는 그의 매력 중 하나다.

“제가 누군가의 환상을 채워줄 수 있는 배우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대중이 보고 싶은 인물을 연기하는 게 젊은 남자 배우가 가져야 할 덕목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그걸 잘 못하거든요. 뻔뻔함도 좀 부족해서 살면서 겪어보지 못한 감정, 현실에서는 죽어도 안 할 말을 대사로 해야 할 때 남들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해요. 그래서 더 열심히 연기하고요. 감사하게도 그런 노력조차 예뻐해 주시는 분들 덕분에 끊임없이 활동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쉼 없이 일하는 게 ‘소진’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분에 겨운 복이죠. 배우가 1년 내내 아무리 쉬지 않고 일한다 해도 웬만한 직장인보다 쉬는 날이 많을 걸요?(웃음) 물론 스트레스 받고 피곤할 때도 있지만 잘 먹고 잘 자면 충전돼요.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삼았으니까 그게 행복인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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