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힘을 내요, 미스터 리' 차승원 "'딸바보' 캐릭터, 아빠라서 공감했죠"
  • 후천적 장애 앓는 철수 캐릭터 연기
    영화에 녹아든 보편적인 감성의 힘 믿어
    어느덧 50대, 가을 날씨처럼 평온한 삶 꿈꿔
  •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 2019-09-12 07:00:08
  • 배우 차승원이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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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배우 차승원의 내공을 확인할 수 있는 영화다. 그는 111분 간의 러닝타임 내내 코미디부터 드라마까지 여러 개의 장르를 능숙하게 꿰어내며 스토리를 쥐락펴락한다. 영화는 칼국수 맛집 장인 철수(차승원)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아이처럼 순수한 철수 앞에 어느 날 느닷없이 딸 샛별(엄채영)이 나타난다. 갑자기 아빠 노릇에, 어린 딸의 투정까지 떠안은 철수의 삶은 예상치 못한 길로 흘러간다.

“후천적인 장애를 가진 인물을 연기한다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었어요. 레퍼런스나 유튜브 관련 영상 등을 많이 찾아봤지만 특정인물을 정해두고 연기하진 않았어요. 사실 누군가를 특정해서 연기한다는 것도 마음에 썩 내키지도 않았고요.”

차승원이 연기한 철수는 큰 사고를 겪은 이후, 심한 충격으로 지적 장애를 앓게 된 인물이다. 탄탄한 근육질 몸매에 해맑은 반전 매력의 소유자이지만 그 이면엔 상상하기 힘든 깊은 상처가 있다. 후천적으로 앓게 된 지적 장애라는 설정은 차승원에게 큰 고민이었다. 장르에 충실한 웃음을 주는 게 첫 번째 목적인 것은 분명했지만, 그 과정에서 캐릭터가 희화화되거나 가볍게 소비되는 걸 경계하고 또 경계했다.

“후천적인 장애를 가진 사람의 심리를 고민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수위 조절이에요. 사실 지금도 ‘조금 더 덜어낸 연기를 했으면 어땠을까’하는 궁금증이 남아있긴 해요. 그래도 그때 당시엔 확신을 갖고 연기했어요. 아빠로서 철수가 느끼는 감정을 연기하는 건 어렵지 않았어요. 저도 결혼해서 자식이 있으니까 더 와닿는 감정이었죠. 샛별이랑 티격태격하고, 어부바해주고 그런 모든 행동과 감정들이 제가 경험했던 모든 감정을 그대로 가져온 거예요. 결핍이 있는 부녀가 서로 의지하면서 살아나가는 행복감, 그런 건 되게 공감했어요. 그런 게 삶의 전부잖아요. 오히려 샛별이가 없는 철수의 단독 장면이 더 어려웠어요. ‘밀가루 많이 먹으면 살쪄’ 이런 대사들이 어색해서 힘들었던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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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오프닝부터 시원하게 웃기면서 시작하는 영화이지만 중반부 이후 예상치 못한 전개로 접어들면서 장르가 크게 한번 바뀐다. 지난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를 소재로, 철수의 숨겨진 과거가 슬며시 공개되는데 꽤 무거운 반전의 충격을 안긴다.

“시나리오를 볼 때부터 마음이 참 그랬어요. 코미디로 더 세게 가지 못했던 이유이기도 해요. 뒤에 그런 내용이 없었다면 정말 센 코미디로 연기했을 텐데 마냥 웃기는 것에 알 수 없는 반감 같은 게 있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잊고 살고 있지만 그 분들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거든요. 그런 사건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거나 왜곡하려는 의도는 절대 아니라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우리 사회의 특별한 분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본인을 희생해서 누군가를 구하는 분들, 소방관들에 대한 감사와 헌사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어요. 우리 감독님이 못됐으면 그걸 상업적으로 이용했을 텐데 다행히 그런 분은 아니었어요.”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올 추석 유일한 코미디물이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인 ‘타짜: 원 아이드 잭’과 액션물인 ‘나쁜 녀석들: 더 무비’와 맞붙는데, 연령불문 누구나 만족할 만한 장르인 만큼 흥행이 예상되고 있다. 차승원은 “보편적인 감성의 힘을 믿는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솔직히 말하면 저도 이런 영화를 막 즐겨 보는 편은 아니에요. 근데 시대가 지나도 변하지 않는 보편적인 감성이란 게 있잖아요. 장르물의 특성이나 재미도 시대가 변하면서 흐르긴 하지만 그건 없어지지 않거든요. 우리 영화의 이런 감성, 코미디를 좋아하는 관객들이 여전히 있다고 믿어요. 코미디로 포장했지만 휴먼드라마라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좋겠고, 또 ‘이거 코미디라면서 왜 이정도밖에 안 웃겨?’ 이런 생각보다는 뒷부분에 방점을 찍고 기분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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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은 가볍게 즐기면 그만이지만, 코미디는 생각보다 쉽지 않은 장르다. 배우들의 연기가 자연스러워야하고 확실한 내러티브와 연출 배합도 필수다. 그런 면에서 출연하는 코미디마다 흥행시킨 차승원은 독보적인 능력을 가진 배우였다. 요즘엔 tvN ‘삼시세끼’, ‘스페인 하숙’ 등에서 예능인으로 사랑 받고 있지만, 사실 차승원은 코미디물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주인공이다. ‘신라의 달밤’, ‘라이터를 켜라’, ‘선생 김봉두’, ‘이장과 군수’ 등 2000년대 국내 코미디물의 부흥을 이끈 그의 활약을 기억하는 관객들이 여전히 많다.

“수많은 코미디를 찍었는데 얼마 전에 정말 센 역할 제의를 받았어요. 도대체 나의 어떤 이면을 보고 이런 캐릭터를 제안했을까 싶을 정도로 세요. 워낙 웃긴 캐릭터를 많이 했고 예능에서도 그런 이미지가 강하게 굳어졌는데 그래도 편협한 이미지만 있는 건 아니구나 싶어서 좀 안도했던 것 같아요. 사람들은 저를 마초처럼 보지만 사실 그렇게 마초는 아니거든요. 예능에서 보여지는 모습에 99% 접점이 있죠. 차기작은 좀 강하고 센 영화일 것 같아요. 새로운 모습일 겁니다.”

배우로서 여전히 남다른 카리스마를 자랑하는 차승원은 올해 나이 앞자리 숫자가 바뀌었다. 마주 앉아있기만 해도 눈에 띄는 분위기 탓에 그가 벌써 50대라는 사실이 새삼스럽고 낯설다. 차승원은 “나이 드는 게 싫지만은 않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돌이켜보건대 남한테 많은 피해를 주고 산 것 같진 않아요. 조금 더 젊었다면 뭘 해봤을 텐데 하는 후회도 딱히 없어요. 어차피 죽음은 느닷없이 찾아오잖아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언젠가 헤어진다는 게 문득 두려울 때가 있긴 하죠. 그렇다고 나이 들었다고 느끼는 순간도 거의 없어요. 다만 예전보다 살이 안 빠진다는 거? 기초대사량이 너무 낮아서 예전엔 쇼 한번만 서도 3kg씩 빠졌는데 이젠 한 끼도 안 먹고 촬영해도 겨우 1kg 빠지더라고요. 아무리 운동해도 소용이 없어요. 그럴 때 좀 서글프죠. 그래도 건강한 생활 습관을 잘 지켜서 살고 있어요. 제가 생의 마지막 작품을 하는 날까지 몸과 마음을 다잡는 건 필요할 것 같아요. 앞으로도 요즘 같은 가을 날씨처럼 쭉 살았으면 좋겠어요. 아무 일도 안 벌어졌으면 좋겠고요. 제가 하는 일들이 어딘가에 도움이 되고, 상처받거나 피해 입는 사람 없이 모두가 평온하게 사는 게 유일한 바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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