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해인 "한번도 톱스타라 생각한적 없어…고작 6년차"[인터뷰①]
  •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서 김고은과 호흡
    "배우로서 인간으로서 아직 한참 배워야죠"
  •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 2019-09-19 07:47:30
  • '유열의 음악앨범' 정해인 /사진=FNC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대답 한 마디에 사력을 다 한다고 할까. 배우 정해인을 처음 만나고 작품 속 이미지와는 차이가 있는 시종일관 진지한 모습에 다소 놀랐다. 질문 하나에 가장 정확한 표현을 하기 위해 온 정신을 집중하는 게 느껴졌다. 또한 매답변에서 그가 배우라는 지금의 직업에 대해 얼만큼 고민하고 있고 집중하고 있는지 또 지키기 위해 노력 중인지 고심이 느껴졌다.

정해인은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으로 기자들을 만나는 자리에 말쑥한 정장 차림으로 등장했다. 최근 대부분의 영화 홍보 라운딩 인터뷰에 참석하는 배우들의 옷차림이 편안한 티셔츠 등의 캐주얼한 차림 일색인 것과는 상반됐다.

여성 시청자들을 무장 해제 시키는 외모, 어느 누구도 해치지 않을 것 같은 순수한 남자의 전형, '나쁜 남자'의 정반대의 대척점에 서있을 것 같은 분위기. 그가 대표작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와 '봄밤'에서 보여준 모습이라면 '유열의 음악앨범'의 현우는 좀 다르다. 해맑고 순해 보이는 인상은 그대로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과 우연히 엮여 버린 불의의 사고 때문에 사랑하는 여자 미수(김고은)에게 애정 고백은 커녕 "사귀자"는 그 흔한 말 한마디를 몇 년이 지나도록 전하기조차 어려운 상황.

극 중 현우는 미수에게 내내 애틋하고 진지한 눈빛으로만 사랑을 전하지만 느릿느릿 한 발씩 다가서서 끝내 사랑을 전하고 만다. 정해인이라는 적역의 배우가 연기해낸 현우는 많이 애달프고 처연하지만 자꾸 생각나고 그립고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인물이다. 10여년 전 옛 첫사랑을 소환시킨 정해인을 서울 삼청동에서 만나 긴 대화를 나눴다. 내용이 풍성하면 짧은 시간도 길게 느껴지는 법.

- 정지우 감독이 현우 역에 미수(김고은)보다 공을 월등히 더 기울인 것이 영화내내 느껴지던데. 실제 현장에서도 정해인을 더 챙겼다는 이야기도 들려오더라.

▲ 저와 처음으로 함께 촬영을 해서 그러시지 않았을까. 실제 촬영장에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보통 한 컷 찍고 나면 배우들에게도 보여주시고 의견을 물으시잖나. 모니터 뒤로 가서 연기한 것을 봐야 하니 보통 제가 뛰어간다. 그런데 감독님도 늘 제가 찍은 현장으로 뛰어오신다. 그러다 보니 견우와 직녀처럼 현장과 모니터가 설치된 장소의 중간에서 만나 대화를 나눴다. 나중에 감독님께 이유를 여쭤보니 촬영 시간 한도가 정해져 있기에 급한 마음에 뛰어오신다고 했다. 결국 첫 촬영부터 마지막까지 감독님과 서로 뛰어 와서 중간 지점에서 만나 촬영 분량에 대한 소통을 했다. 촬영 전 제 해외 팬미팅 현장에도 오셨다. 정지우 감독님과 제작사 대표님이 비행기를 타고 오셔서 보고 가셨다. '정해인이 이런 인간이구나' 관찰도 하시고 빨리 친해지려고 하셨던 것 같다.

- 상업 영화 첫 주연작이다. 그만큼 부담도 크게 느껴질텐데.

▲ '역모'가 있지만 상업 영화로는 첫 주연에 가깝다. 연기하는 일은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늘 평가 받는 일이기에 어깨가 무겁다. 드라마를 하면서 제 연기를 봐주시는 분들 많이 느는 걸 실감한다. 그렇기에 제 책임감도 더 커졌다. 영화는 책임감이 더 크더라. 무대인사도 해야 하고, 또 막상 무대 인사에 나서면 너무 떨리더라. 큰 화면에 제 얼굴이 주인공으로 나오는게 처음이어서 너무 떨리더라. 영화관에 오신 분들은 돈 들여서 자기 시간을 투자해서 오신 분들 아닌가. 영화가 시작돼 암전이 되고 그것만 집중해서 보시는 분들이기에 연기가 부족하거나 호흡이 어긋나면 냉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영화 마니아들이 많으시니 관객 수준과 시야도 다양하지 않나. 그런 걸 실감하니 긴장이 크다.

-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와 '봄밤' 이후 바로 신작을 선보였다. 잠시도 쉬지 않고 연기하고 있는데 쉬고 싶지는 않나.

▲ 시간 순서 상으로는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이하 '밥 누나')가 끝나고 바로 '유열의 음악앨범'을 찍었다. 그 후 '봄밤'을 찍었다. 2014년 TV조선 '백년의 신부'로 데뷔해 작품을 쉰 적이 거의 없다. 끊임없이 쉬지 않고 연기하는 이유는 너무 재미있고 또 하면 할수록 어렵고 끝이 없기때문이다. 배우 정해인이 연기하면서 배우는 것도 있지만 연기하는 인간 정해인으로서도 배울게 많다. '밥 누나'를 할 때 안판석 감독님이나 손예진 선배한테 보고 배운 것이 너무 많다. 배우는 서비스직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당시 배운 걸 스스로 잘 보완해서 더 좋은 연기를 보여 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 '밥 누나'가 만들어준 '국민 연하남' 이미지가 너무 반복돼서 소비된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나.

▲ 단 한 번도 그런 생각은 해본 적 없다. 그 드라마를 잘 봐주셔서 생긴 이미지 아닌가. 심지어 '봄밤'은 동갑 설정이다. 부드럽고 풋풋한 이미지로 많이들 봐주시지만 이 다음 영화인 '시동'이 오픈하면 생각이 바뀌실 거다. 지금과는 많으 다른 모습이다. 19세 질풍 노도의 시기를 겪는 청춘을 연기했다. '유열의 음악앨범'과 결이 전혀 다른 영화다. 새로운 정해인을 보실 거라 확신한다.

- 극 중 현우에게 '잘 생긴 외모 덕을 봤다'고 지적하는 친구의 대사가 나온다. 정해인의 실제 삶에서 외모 덕을 본 순간이 있을까.

▲ 작품 하는 일 자체에서 도움을 많이 받는다. 연달아 세 작품을 멜로 장르로 출연하겠다는 계획은 세워 본 적도 없는데 결국 이런 기회가 제게 왔다. 저는 연기하는 일을 제 직업으로 생각하고 있고 길게 연기하려고 한다. 멀리 보고 길게 본다면 앞으로 10년, 20년동안 계속 멜로를 할수 있는 건 아니기에 지금 3작품을 연달아 멜로를 했다고 신경쓸 필요도 없다고 본다. 형식적 멘트가 아니고 제가 32세 밖에 안됐는데 제 나이를 표현할 수 있는 배역을 연기하게 돼 너무 감사하다.

- 현우를 표현할 때 중점을 둔 부분은.

▲ 현우가 지닌 해사한 모습도 내 모습 중 하나이지만 인간이 항상 밝을 수는 없지 않나. 사람이라면 우울할 수도 있고 화가 날수도 있고 슬플 때도 있다. 그런 자연스러운 감정 녹여서 표현하고 싶었다.

- 현우는 고교 시절 우연찮게 연루된 사건이 청년이 된 이후에도 발목을 잡는다. 꽃길만 걸었을 것 같지만 살면서 겪은 어려운 상황들이 있나.

▲ 저에게도 일이 안풀리고 꼬인 시간이 있다. 누구나 그런 일이 있지 않나. 힘든 상황을 겪을 수 있다. 가정사일 수도 있고 일적으로 부딪힐 때도 있다. 현우를 연기하면서 흔들리는 청춘을 붙잡으려 했다. 막막하고 불안하고 흔들리는 청춘을 붙잡으려는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헬스장 장면을 찍을 때 너무 답답하고 억울하고 화도 났다. 경찰서 장면에서 안간힘을 쓰는게 보였다는 이야기들을 해주셔서 기분이 좋았다.

- 시대나 캐릭터가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연달아 3편이 멜로이기에 역할을 차별화시키는 것도 고민됐겠다.

▲ 특별히 캐릭터의 차별점을 개인적으로 두지 않았다. 전에 이렇게 했으니 이번에 이렇게 다르게 하겠다는 생각을 특별히 하지 않는다. 그냥 글이 주는 힘을 믿고 따라갈 뿐이다. '다른 모습 보여야 겠다'고 생각하기보다 작품에 집중을 많이 하는 편이다.

- 출연작의 캐릭터 중 가장 실제 정해인과 닮은 인물은 누구인가.

▲ '음악앨범'에도 인간 정해인이 조금씩 녹아 있다. 누가 가장 닮은지 모르겠다. 내 인생이 있기에. 연기할 때는 그 캐릭터로서 한다. 완성된 모습을 보면 무의식적으로 평소 하던 습관이 조금씩 있다. 현우가 나와 비슷한 점이 있는데 사람도 물건에도 정을 한 번 붙이면 웬만해서는 떼지 않는다. 제가 A형 남자인데 정을 잘 붙이지는 못하지만 한 번 붙이면 끝까지 간다. 현우도 저도 재미 없는 것도 비슷하다. 유머러스하지 못하다. 말 주변도 없고 그렇다. 하지만 코미디 대본이 오면 진득하게 잘 할 자신이 있다.(웃음)

- 대답 한 마디를 할 때 신중히 질문을 곱씹어 생각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 머리 속에서 대답을 고를 때가 있다. 제가 생각하는 것을 가장 정확히 전달하고 싶다.

- 손예진, 한지민 등 대선배인 여배우들과 호흡하다가 또래 김고은과 호흡한 소감은.

▲ 그렇게 따지면 김고은 씨도 대선배다. 저보다 영화 경력이 훨씬 많다. 저는 나이에 대해서는 그닥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누나, 형, 동생 이런 것을 연기하면서 규정짓고 싶지 않다. 매순간 극 중 캐릭터로 바라보는 편이다. 선배들과 연기하는 건 초반엔 어렵고 조심스러움도 있지만 마냥 어려워할 수만은 없다. 그렇다면 연기를 그만둬야 하지 않을까. 관계를 풀어가며 서로의 캐릭터에 다가가는게 맞다.

- 정해인의 멜로 연기에는 관객을 무장해제 시키는 무엇이 있다. 자신만의 비결이 있나.

▲ 멜로 연기 또는 브로맨스 연기를 할 때, 대선배를 상대로 하던지 어린이를 상대로 하던지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걸 받는 상대방도 충분히 느낀다. 사람이라면 상대가 가식으로 대하는지, 진심을 다해서 대하는 건지 다 알고 있다. 집에서 기르는 반려견도 주인의 진심을 느낄수 있지 않나. 멜로 장르 뿐만 아니라 모든 연기에서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중요하다.

- 그동안 연기해온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순간이 있다면.

▲ '봄밤'의 부성애 연기가 가장 어려웠다. 너무 힘들었다. 부성애를 연기해야 하고 아이와 연기하는게 어렵더라. 다른 인물을 연기할 때도 해보지 않은 일들을 연기하지만 이번엔 유독 조심스럽고 어려웠다. 지호가 미혼부이기에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 점도 있었다. 가볍게 연기할 수 없었다. 안판석 감독님과 많은 고민을 나누고 대화했다.

- 정해인만의 연기 공부 비결이나 노하우가 있다면.

▲ 상대 배우와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상대 배우에게 도움을 많이 받는 스타일이다. 리허설 할 때 상대방이 생각하는 신의 목적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인간이 하는 모든 말에는 목적이 있다고 생각한다. 심리 상태를 반영해 주기도 하고, 또 드라마 한 편이 끝나면 1회부터 전부 다시 보며 피드백을 한다. 내가 무의식적으로 한 행동이나 몸짓까지도 캐치한다. 좋았던 점과 나뻤던 점을 되짚어보며 아쉬운 것을 보완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도태될 거란 걸 안다.

- 삼청동에서 미수를 쫓아 전력질주하는 장면은 보기만 해도 숨이 차던데.

▲ 지금은 웃으며 말 할 수 있지만 정말 찍다가 죽는 줄 알았다. 언덕길과 내리막길을 계속 오르내리며 뛰어야 했다. 전력 질주를 하다보니 무릎이 나가겠더라. 이러다 부상당하는 거 아닌가 싶었다. 그런 아찔함이 표정에서 나와서 좋았다. 미수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만 하면서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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