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칼럼]KT 현직 임원들은 회장될 자격 없다
  • 경제산업부 조민욱 기자 | 2019-09-19 14:14:46
  • 황창규 KT 회장
KT가 황창규 회장 후임을 선임하기 위한 절차에 본격 들어갔다. 먼저 KT 내부 출신에 대한 검증절차를 끝냈다. KT 지배구조위원회는 지난달 KT 부사장급 이상 중 회장 응모에 고사할 뜻을 밝힌 김인회 경영기획부문장(사장급) 등을 제외하고, 면접절차 등을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다음 주에는 외부 공모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회장후보심사위원회에서 내부와 외부의 후보 중 2~3명을 압축해 이사회에 올리면, 이사회가 이중 한명을 연내 회장 후보로 확정한다. 내년 초 주주총회에서 새 회장이 선임된다.

KT 내부에선 아무래도 사장급 출신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부사장급이 몇 단계 뛰어넘어 회장이 되는 건 자연스럽지는 않다. 그래서 구현모 커스터머&미디어 부문장, 이동면 미래플랫폼사업부문장 등이 자연스럽게 유력한 후보에 오르내린다.

형식상으로만 보면 회장 선임 절차가 문제될 건 없어 보이지만, 속을 뜯어보면 그게 아니다. 황 회장은 낙하산 최고경영자(CEO)가 오는 것을 막기 위해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지난해 3월 정관을 개정하면서 CEO 자격에 ‘경영경험’을 ‘기업경영경험’으로 바꿨다. ‘기업’ 경영경험이 없는 관료나 정치인, 학자 등이 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 이렇게 바꿨을 것이다.

지배구조위원회는 사외이사 4명, 사내이사 1명으로 구성됐다. 위원장은 김대유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다. 황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노무현 대통령 시절 경제수석을 지낸 김 위원장을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정무특보를 지낸 이강철 사외이사도 마찬가지다. 지배구조위원회의 유일한 사내이사는 황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인회 부문장이다. 차기 회장을 선임하는데, 황 회장의 입김이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는 구조다.

황 회장은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 “KT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된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걸 그대로 믿을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삼성전자 출신으로 박근혜정부 시절 사실상의 낙하산으로 온 황 회장이, 낙하산을 막으려고 회장 선임 방식과 절차를 바꾼 것은 대표적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다. ‘꼼수’로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황 회장 6년간 KT는 앞으로 가기는커녕 뒷걸음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례를 찾기 힘든 ‘통신대란’이라는 말을 듣는, 아현지사 화재 사고가 터진 게 불과 1년도 되지 않았다.

또 KT는 5G 서비스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선보였지만 실속은 별로 없다. 지난 7월 5G 점유율은 31.2%로, 만년 3위로 불렸던 LG유플러스(27.4%)에 근소하게 앞서는 수준에 불과하다. 업계 1위 SK텔레콤에 비해 정치권 및 정부에 대한 영향력이 한참 뒤져, 영업환경이 불리하다는 말도 나온다. 물론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지난 6년간의 경영실적이 그리 좋지않다면, 내세울만한 업적이 별로 없다면, 황 회장과 함께 주요계열사의 고위 임원들도 마땅히 책임을 지고 같이 물러나는 게 순리다. 회장 자리를 넘볼 게 아니라, 보좌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을 지는 게 맞지 않을까.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황 회장이나 차기 회장을 노리는 후보군이나 모두 자신들의 ‘밥그릇’에나 신경쓸 때가 아니다. KT의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황 회장은 퇴임 이후가 불안해 배신하지 않을 측근에게 자리를 물려줘야 한다는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 애사심이 있다면, KT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제대로 된 인물이 회장을 맡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

KT 가족들은 어떻게하면 KT에 보탬이 될 수 있는, 능력과 비전, 대외협상능력, 인맥 등을 갖춘 제대로 된 인사를 회장으로 모실 수 있을 지를 고민해야 한다. KT의 현직 고위급이냐, 전직 고위급이냐 하는 단순한 2분법적인 사고에 빠질 일이 아니다. KT 출신이면 좋고, 아니면 나쁘다는 단순한 2분법적인 사고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능력없는 내부 출신보다는, 능력있는 낙하산이 훨씬 낫다.

1등 SK텔레콤은 저멀리 앞서나가고, LG유플러스는 턱밑까지 따라오고 있다. 대한민국 통신업계 맏형인 KT가 제대로 나잇값을 하는 날, 이름값을 하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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