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성진의 이슈후] U2 내한공연, 우리에게 뭘 남겼나?
  • 조성진 기자 | 2019-12-09 11:17:38
  • 사진제공=라이브네이션코리아
▶ 8일 고척 스카이돔서 U2 첫 내한공연
▶ 영화같은 음악, 음악같은 영화…역대 최고 퍼포먼스
▶ 확고 일관되게 흐른 ‘평화’와 ‘화합’ 메시지
▶ 단순한 공연이 아닌 ‘fun’과 ‘교양’의 완벽한 만남
▶ 음향은 2% 아쉬움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각기 다른 24편의 잘 만들어진 단편영화를 봤다. 각 작품마다 선명한 메시지의 강력한 임팩트를 발산했음에도 24개의 전체 맥락에 흐르는 ‘평화’와 ‘화합’이라는 주제의식은 너무 정직해 고지식하리만치 일관되게 흘렀다. 각양각색 24개의 스토리를 하나의 거대한 유닛으로 완벽하게 콘트롤하는 힘이었다.

8일(일) 저녁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U2(유투) 내한공연은 한국 음악공연 사상 한 획을 긋는 이벤트였다.

이번 내한공연은 U2의 대표작 '더 조슈아 트리(The Joshua Tree)'(1987) 발매 30주년을 기념한 '조슈아 트리 투어 2017'의 하나로, 화물 전세기 3대 분량, 50ft 카고 트럭 16대 분량의 투어링 장비 공수. 그리고 무대 설치/운영을 위해 150명 규모의 글로벌 투어 팀도 함께 해 공연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예정된 시간보다 26분이나 늦게 공연이 시작됐지만 8K 해상도의 가로 61m 세로 14m 초대형 LED 스크린의 압도적인 존재감은 모든 걸 보상하고도 남았다.

  • 사진제공=라이브네이션코리아
빼어난 화질과 편집 역량은 이전까지 공연장에서 볼 수 있던 스크린과는 비교할 수 없는 퀄리티였다. 첫 곡 ‘Sunday Bloody Sunday’부터 ‘I Will Follow’, ‘New Year's Day’ 그리고 ‘One’으로 피날레를 장식할 때까지 이 초대형 스크린에 곡마다 각기 다른 설정을 담아 공연 내내 영화를 보는 듯한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단순히 ‘콘서트’로만 표현하기엔 공연 자체가 ‘작품’이었다.

물론 음향은 2% 부족함이었다.

저 유명한 ‘Sunday Bloody Sunday’로 공연이 시작되는 순간 베이스 음역대가 너무 파워풀하고 탁하게 일그러져 귀와 가슴에 통증이 느껴질 정도였다. 기타와 보컬은 하이 음역대가 너무 강해 매섭고 불쾌하게 폭력적으로 다가왔다. 전체적으로 파워가 한껏 실린 상태에서 소리 입자가 위로 뜨는 사운드가 연출되고 있었다.

‘Sunday Bloody Sunday’는 초보자라도 베이스-드럼-기타-보컬 각 파트의 사운드를 가장 리얼하게 들을 수 있는 곡이다. 첫 곡이자 사운드 체크용으론 적절한 선택인 것이다. 이 곡에 이어 점차적으로 사운드가 안정을 찾아가긴 했지만 그렇다고 결코 누구나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이것은 U2와 스텝의 문제라기보다는 공연장(고척돔) 문제에 더 가깝다고 보여진다.

래리 멀렌 주니어(Larry Mullen Jr.)의 드럼은 U2에 최적화된, 심플하지만 방대한 비트 연출에 흔들림이 없었다. 애덤 클레이튼(Adam Clayton)은 특유의 ‘폭풍’ 베이스(핑거 & 피킹)를 연출했다. “그는 결코 자코 패스토리우스가 아니지만 U2에겐 최적의 완벽한 베이시스트”라는 말을 실감케 하는 순간이었다. 디 엣지(디 에지, The Edge)의 기타는 ‘딜레이 마술사’ 답게 주로 롱딜레이(Long Delay) 패턴의 효과로 SF에서 사이키델릭 스타일에 이르는 다채로운 색감의 사운드를 선보였다.

  • 사진제공=라이브네이션코리아
마지막으로 보노(Bono)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소리의 배음이 약해졌다느니 등등 가창력으로 논하기엔 이미 우주적 존재감의 경이적인 차원이었다. 모든 곡에서 U2가 보노였고 보노가 U2였다. 한눈을 못 팔게 하는 구속력 강한 퍼포먼스도 일품이었지만 이번 공연에서 보노의 하이라이트를 꼽자면 공연 후반 그가 땀을 닦는 장면이다.

한국 나이 60살의 이 거장은 땀을 뻘뻘 흘려가며 공연을 하다가 후반에 자신의 얼굴에 흐르던 땀을 닦아 냈는데 이 장면이 화면에 등장하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4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성실하게 지구를 돌며 무대에 서고 있는 노장과 밴드 U2의 모든 걸 볼 수 있게 하는 순간이었다. 천천히 땀을 닦는 그 모습은 우아하고 성스럽기까지 했다. 멋있게 늙어가기의 끝판왕이 아닐까?

U2의 공연은 또한 록 콘서트가 ‘fun’만이 아닌 ‘교양’의 영역으로도 가장 효과적으로 발현된다는 걸 보여줬다.

‘교양’의 사전적 정의는 ▶가르치어 기름 ▶학문-지식-사회생활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품위 또는 문화에 대한 폭넓은 지식이다.

U2는 공연 내내 평화(반전 등등), 평등, 화합(인종차별 반대 등등)이란 정치/사회 다양한 담론으로 관객을 고무시켰다. 그 어느 때보다 공연장을 찾은 외국인이 많았지만, 이전의 록 콘서트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자유로이 즐기는 차원이 도를 넘어 방종으로 이어지는 흥청망청 풍경은 보이지 않았다. 국내 관객 또한 마찬가지였다. 충분히 즐기는 분위기였다가도 시사적 이슈, ‘Herstory’에 이르기까지 명확한 그리고 여전히 ~ing로서 해결해 나가야 하는 주제들에 있어선 그 묵직함에 함께 분노/오열하고 다짐했다.

‘fun’과 ‘교양’이 이처럼 세련되고 발전적으로 만나는 차원이 공연 역사상 또 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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